“귀중품 사라졌는데 혹시”...집주인 무리한 요구에 40년 내공 ‘이 남자’의 대응은 [Books]
엘리슨은 처음부터 목수가 되려던건 아니었다. 철강도시 피츠버그 출생으로 고교를 중퇴하고 친구 부모님의 타운하우스 수리일을 돕다가 목수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손이 지저분해지는 걸 꺼리지 않고 그 일이 뿌듯했던 그는 40년째 외길을 걷고 있다. 푹푹 찌는 날씨, 소리치는 고객, 부상 등이 상존하는 일터에서.
무엇보다 목수 40년은 ‘암흑의 철갑’을 뚫는 일이었다. 여전히 장인(Master)라는 호칭에 손사레를 치지만 그는 이제 금속, 플라스틱, 유리, 기계에 능숙해져 고급 주택의 웬만한 물건은 다 만들 수 있게 됐다.
현장에는 개입하고 조율하고 타협해야할 수백만 가지 이유가 있다. 그는 말한다. “내 일은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부조리한 면을 봐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일이 지루할 수 있겠나. 죽을 때까지 해도 좋을 것 같다. 언제 링을 떠나야 할지 모르는 노장의 투혼이랄까.”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쓴 책을 통해 그는 ‘완벽함’에 대한 철학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자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기 위해선 성실함, 결단력, 대담함, 때로는 고집스러움이 필요하다. 신념, 재능, 연습, 수학과 언어, 부조리, 집중과 의도, 역량, 관용, 두려움과 실패, 우정과 죽음, 건축과 예술이라는 11개의 장으로 구성된 각 챕터는 ‘완벽함’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수납장, 옷장, 가전제품의 문이 아파트 벽면 절반을 차지했고 모두 같은 느릅나무를 15㎝ 길이로 잘라 만든 베니어판으로 덮어야 했다. 석판이나 마루판 접합부는 느릅나무의 이음새와 정확하게 맞췄다. 신데렐라보다 덩치 큰 의붓언니가 유리 구두에 발을 끼워 넣는 식의 공사였다.
활력 넘치는 건축가 마야를 못된 목수들은 짓궂은 농담을 하며 맞았지만 꿋꿋하게 건축은 설계대로 진행됐다. 그로부터 5년동안 개축 작업은 5번이나 반복됐고 그는 이 공사를 늘 책임져야 했다.
불교 신자인 고객은 작업자들이 덴마크제 은식기를 훔쳤다고 의심했다.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와중에 마야가 나타났다.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며 목수에 칭찬을 퍼붓는 건축가가 떠나자 집주인 부부는 더이상 심한 말을 하지 않았다. 마야는 큰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며칠 뒤, 은식기도 발견됐다.
최고급 집, 랜드마크 빌딩, 건축가의 역작 등은 매끄러운 도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먼지를 뒤집어쓰는 목수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전적으로 믿어주는 누군가의 신념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현장에서 숱한 선생님들에게 모든 일을 가능한 한 완벽하게 해내라는 교훈을 배웠다. 더 어렵고 중요한 교훈도 있다. 실패, 무너짐, 약점, 오류를 조롱해선 안된다는 것. 부러지고 망가진 것이 세상엔 셀 수 없이 많다.
그는“내가 만든 것의 4분의 3은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다”고 말한다. 설계대로 지었으면 치명적이었을 계단, 펜트하우스 연못을 청소하기 위해 동원한 수백마리 달팽이 등의 경험담을 통해 저자는 알려준다. 완벽은 성취가 아닌 노력을 통해 무언가를 하는 데서 얻는 만족감임을 말이다.
완벽에 관하여 / 마크 엘리슨 지음 / 정윤미 옮김 / 북스톤 펴냄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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