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검사실 술자리 가능한가?” 전직 부장검사에게 물어보니

이가영 기자 2024. 4. 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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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에 관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시절의 이화영씨. /뉴스1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자리 회유 주장이 뜨겁다. 검사가 자신과 술을 먹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주장이다. 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치명상을 입는다. 반면 거짓이라면, 범죄 혐의자의 뻔뻔하고 대담한 ‘수사 흔들기’다.

이재명 대표는 “100%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허위 주장으로 사법 붕괴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진실은 뭘까?

◇검사와 구속 피의자의 술자리…가능한가?

Q. 검사 시절에 재벌 회장 등 유명한 인물을 구속해 수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구속된 피의자를 설득하기 위해 검사가 술자리를 마련해주는 경우가 있나요?

A.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피의자의 안전과 호송을 책임지는 교도관이 구속 피의자가 술을 먹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교도관은 검사의 부하도 아닙니다. 더욱이 변호인이 입회하고 있습니다. 검사 입장에서 변호인 눈앞에서 ‘피의자 음주 회유’를 한다? 음주 회유가 있다치고, 그 목적은 당연히 법정에서의 검찰 승리일 텐데, 검찰 입장에서 필패의 카드가 될 ‘음주 회유’를 상대 변호사에게 쥐여준다? 저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검사가 구속 피의자에게 술을 먹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 검사는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수사는 망치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바보짓을 할 검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도관도 이를 방치했다가는 결코 무사할 수 없습니다.

Q. 검사가 구속 피의자, 교도관, 변호인을 압박해서 술자리를 가진 이후에 무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A.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고, 수많은 언론과 정치·사회 세력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감시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함부로 불법을 자행하고 은폐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만약, 검찰청 술자리가 사실이었다면 이를 보고 들은 사람들에 의해 금방 소문이 퍼졌을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이런 충격적인 사건을 무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이화영 전 부지사의 술자리 회유 주장…법원이 받아들일까?

Q. 이화영 전 부지사는 ▲검사가 주는 술을 마셨다고 했다가, 입에 대기만 했다고 번복하고, ▲술을 마셨다는 장소, 날짜에 대한 주장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재판에서는 이런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A. 일관성 없는 진술, 오락가락하는 진술, 합리적 이유가 없이 번복되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고, 재판 실무입니다. 더욱이, 검사가 구속된 사람에게 술을 주면서 허위 진술을 하라고 회유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런 일은 생생하게 기억되므로, 헷갈려서 오락가락 진술했다고 주장하면 법원에서 믿어주지 않는 것이 통상입니다.

Q.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검사실’에서 술을 마셨다고 지목한 날짜와 시간에 그가 검사실에 없었다고 하면서,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제시했습니다. 증거 가치가 있는 건가요?

A. 출정일지는 교도관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작성하는 통상 서류입니다. 기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어서, 허위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매우 객관적인 증거입니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봄이 상식적이고, 재판 실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는 두 차례에 걸쳐 총 4개의 일자를 제시하며 그중 하루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4개의 날짜가 모두 검찰 측 증거로 반박 당한 뒤부터는, 술을 마셨다는 주장은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간 장소를 더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 술자리 회유 주장에 담긴 소송 전략은?

Q. 이화영 전 부지사는 그동안 술자리 회유 주장을 하지 않다가, 재판 종결 시점에 갑자기 이를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방북비용 대납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갑자기 이를 번복하면서 검찰의 회유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술자리’로 회유했다는 주장은 없었습니다. 재판 종결 시점에 갑자기 이런 주장을 시작했습니다. 진짜로 술자리 회유가 있었다면, 검찰이 회유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를 폭로함이 상식적일 것입니다.

술자리 회유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무효화할 수 있는 자신의 진술은 대부분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입니다.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법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습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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