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 가덕도신공항, 진화된 '마녀사냥' 판 친다
14세기부터 광적으로 불어 닥친 '마녀사냥'으로 대략 20만~50만 명이 처형당했다. 마녀사냥은 자본의 축적과 화폐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마녀를 감별하는 방법은 매우 극단적으로 진화(?)하였는데, 몸을 단단히 묶고 깊은 물에 빠뜨려 만약 살아남는다면 마녀이고, 죽는다면 마녀가 아니게 된다. 기적적으로 물속에서 살아 빠져나온들 그 기적 뒤에 기다리는 것은 축복이 아닌, 화형이다.
마녀재판의 잣대에 의해, 재판을 받은 사람이 마녀가 아니라고 판결되어도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한 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재판을 진행하는 이들에게는 일말의 죄의식조차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재판을, 사냥을 진행한 것일까? 단순한 집단적 광기? 전체주의? 이런 것들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 이면에는 화폐경제의 성장에 따른 부의 축적에 대한 탐욕이 있을 뿐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돈이 많은 미망인이 마녀사냥의 핵심 타킷인 이유이다. 죽은 자의 재산은 사냥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런 집단적 광기는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된다. 아니,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한 지금 더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을 뿐, 목적은 같다. 막대한 부를 차지하려는 자와, 그 부를 나눌 수 있는 소수의 자들이 벌이는 돈잔치이다. 과거 마녀사냥을 통해 빼앗는 부는 마녀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일부 자산가의 돈에 불과했지만, 현대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낸 세금을 손쉽게 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의 자산을 빼앗는 것은 범죄의 영역으로 강력한 제동이 이뤄지지만, 집단적 광기를 부추겨 공공의 자산을 사유화하는 방법은, 사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중세시대 마녀가 아닌 사람이 죽어도 아무런 죄의식이나 사회적 비판이 없는 것과 같다.
마녀사냥의 달콤한 꿀을 따기 위해 일부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소수의 특정 집단은 맹목적 신념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자들에 무차별적 탄압을 하게 된다. 언론이라는 첨단 공격시스템은 이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률은 가뿐히 무시된다. 법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수의 몇몇은 아예 문제가 있을 법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녹색성장과 청정생태환경의 '글로벌 명품 새만금'의 건설」이다. 현재까지 약 23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이다. 사업 시작 이후 무려 한 세대나 지난 지금,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라고 얘기할 동북아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다. 투입된 23조 원 대부분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 아니 바다의 수많은 생명체의 무덤을 만들어 준 것이 성장이라면 성장일 뿐이며, 청정 생태환경이라는 허울 좋은 목표는 썩어가는 바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지금은 사라진 생명들이 대변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지구상에서 독보적인 희소성과 아름다움을 가진 갯벌이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이다. 이들 중에서도 핵심인 이곳 새만금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황무지가 되었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 23조 원으로 얻은 결과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닌 아름다움을 없앤 것과 사회적 갈등의 악화, 그리고 썩은 내 진동하는 황무지뿐이다.
이런 과정이 30년 이상이나 지속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낸 세금은 매년 조 단위로 투입되고 있다. 이미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사업을 위해 들인 세금이 과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조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과연 이 세금을 한 곳에 집중하여 퍼 부은 결과가 사회적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일으키고 있는가를 말이다. 우리 국민이 기억하는 새만금은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인된 '새만금잼버리'밖에 없다. 23조 원을 들여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긴 했으니, 그나마 기뻐해야 할 듯하다.
새만금은 잼버리로라도 기억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대표적 사업이 하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강원도가 전 세계 동계스포츠와 겨울관광의 메카가 될 것이라 광분하며 국민을 몰아간 언론과 재계, 지역 정치인은 과연 지금도 그 주장을 굳건히 믿고 있을까? 자신들이 주장했던 결과가 실현되었노라고?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14조 원이 넘는다. 그래서 벌어들인 수입은 5000억 원 남짓이다. 참으로 대단한 수익성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된 후에도, 인구 4만4000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지자체인 평창군은 지금까지 더 많은 국고지원을 해 달라고 부단히 로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올림픽을 위해 사전에 약속한 '가리왕산 복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리발을 내밀기에 급급하다. 오리발만 내밀면 그나마 낫겠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어 더 큰 훼손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세계 관광의 메카가 될 것이라 호도하며 건설했던 강릉선 KTX는 적자에 허덕이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적자노선과 겹치는 고속철도 노선을 또 건설하려 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이제 약과에 불과하다.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은 무안, 양양, 청주는 공항이 들어선 후에 과연 세계의, 아니 동북아의, 아니 우리나라의 물류중심지가, 관광중심지가 되었는가? 과연 이 지역 주민의 삶은 공항의 시너지효과로 인해 윤택해졌을까?
이런 일들은 왜 끊임없이 반복되며 일어날까? 뭔가 개발이 잘못되면, 더 큰 개발계획으로 해당 문제를 덮으려 한다. 언제까지 이런 토건부흥의 마녀사냥이 통할지 암담하기까지 하다. 아마 우리나라 전 국토가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모든 지하가 그물망처럼 도로가 놓여도 끝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이제는 식상한 초대형건물이나 대심도터널, 산을 깎는 공항건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바다를 메워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에까지 이르렀다. 전 지구인이 외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지구 밖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오직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더 거대한 토건계획만이 자극에 둔감한 지역주민을 마녀사냥의 일원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신념에 찬 듯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이런 마녀사냥의 획기적 전환을 보여준다. 공항이 부울경을 잘 살게 할 것이라는 그 어떠한 검증도 없고, 오히려 투자대비 효과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검증결과만 있을 뿐임에도 더욱 빠르게 이 적자사업을 추진하겠노라고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경쟁의 끝판으로 결국, '특별법'이라는 법치국가에서는 대적할 상대를 찾기 어려운 폭력이 자행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합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모든 안전장치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대표적인 안전장치가 '전략환경영향평가'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여부 및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보전방안은 과학적으로 조사‧예측된 결과를 근거로 해야만 한다.
이 제도는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검토가 핵심으로서, 반드시 대안을 마련하여 비교하고 살펴봐야만 한다. 그런데, 계획의 적정성을 살펴보기도 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도 전에 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해야 한다고 위치까지 못을 박고 있는 법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다. 이 법으로 인해 대규모 개발계획에서 반드시 검토해야만 하는 '타당성'과 '적정성'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결국, 타당성이 없어도, 부적절한 계획이라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국토교통부 추산 28조 원(2021년, 현재는 약 14조 원이라 하고 있지만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단일토건사업이 될 이런 사업이 타당성과 적정성도 검토되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을 과연 이성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심각한 문제로 인해, 대형개발을 환호하는 국토교통부조차 2021년 검토보고서에서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 우려도 있다',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 등의 용어로 이 사업의 문제를 적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은 통과되었고, 허울뿐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또한 '사뿐히' 법을 즈려밟고 통과되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할 환경부는 위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들에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 스스로 자신들에 주어진 권한을 어떻게 무력화할 수 있는지 그 끝판을 보여준 행위이지만, 아무도 문제되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아주 조금만 살펴보자.
공항계획의 목적은 '세계박람회 유치 등을 적기에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이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업의 목적이 사라졌는데, 사업은 해야 한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안의 검토는 확정안을 미리 선정한 후에 다른 몇몇 안들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덧붙여 진행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시작에서부터 공항건설을 위한 안은 확정되어있었고, 여기에 합리적으로 대안이 검토될 여지는 없었던 것이다. 아울러, 과학적이어야만 하는 본 평가서에서 '과학'적 분석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해양을 매립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해양에 투입되는 토석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이 전혀 분석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울경 일대는 청년이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지역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청년이 돌아오는 부울경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공항 건설에 28조 원을 쏟아 붓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와 합리적 계획은 뒤로한 채로 오직 공항만 건설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청년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과연 타당한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런 사업이 목표를 이루었다면, 우리나라에는 동북아 허브도시가 수두룩 빽빽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어디가 그렇게 되었는가?
청년이 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청년이 오도록 하는 아이디어는 제발 청년이 생각하도록 하자. 이미 구시대적 공항이 아닌 기성세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랄한 아이디어를 말이다. 28조 원은 원금을 쓰지 않고도 부울경 모든 청년들에게 미래를 구상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제공할 만큼의 거대한 금액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미래를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공항이 아닌, 그들이 미래를 펼칠 '청년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이 공간에서 그들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분명 부울경은 동북아를 선도하는 아이디어도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단지 지역의 청년이 머무는 곳이 아닌, 글로벌 청년들이 모이는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기성세대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아이디어로 무장해서. 청년만을 위한 편파적인 포퓰리즘이라 주장할 기성세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이 이렇게 사용하는 돈은 대부분 기성세대들의 경제활성화 명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세대 청년들에 물어보자. 28조 원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 28조 원으로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를 말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목적은 지역경제활성화도, 젊은 도시로의 전환도, 아무것도 아니다. 오직 몇몇 대기업과 지역 토호세력에 부를 집중시켜주는 블랙홀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 토건사업은 새만금의 역사가, 양양공항의 역사가, 평창올림픽의 역사가 증빙하는 것과 같이 현대사회 들어 고도화된 마녀사냥일 뿐이다. 그것도 합법을 가장해서다. 합리적 의문을 제시하고, 과거의 사례를 검토하여 분석하는 자는 '마녀'가 되어 사냥된다. 과연 이 속에서는 사냥꾼의 광기에 탑승하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래에 이 광기의 결과에 대한 이자 붙은 청구서를 받아 들 청년들은.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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