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불멍 했을 뿐인데?'…기후변화보다 더 무서운 산불 원인은

이광빈 2024. 4. 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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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기후변화가 더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구촌 곳곳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도, 아프리카도, 남미 아마존도 수시로 덥치는 화마로 천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며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는데요.

따스한 봄날, 반가운 계절이지만, 이와 함께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위협도 우리 옆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의 터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산불의 실태와 예방책, 먼저 김예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날아온 불씨에 초토화…봄철 산불 피해 '조심' / 김예린 기자]

[기자]

작은 담배 불씨에서 시작된 불길은 빨갛게 타올라 산 전체를 휩쓸었습니다. 연기가 크게 피어올라 산을 뒤덮었고, 축구장 230개 면적에 달하는 숲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메마르고 강한 바람과 함께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 위험도 커집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65.4%는 봄철에 집중됐습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더 잦아지고, 초대형 산불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0년대 연평균 440건이던 산불은 10년 새 580건으로 늘었고, 피해 면적도 1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산불 발생 일수도 1990년대 104일에서 2022년 들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1년 중 산불이 발생하는 날이 절반을 넘긴 겁니다.

<채희문 /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100ha 이상을 대형 산불이라고 얘기하는데 1000ha 가까이 산불이 나고 있어요.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번져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커져서 경제적인 피해도…"

[기자]

"산불은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는데요.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도 큰 산불로 번지기 쉽습니다."

입산자 실화나 소각 행위 등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이 전체의 64%에 달합니다.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적은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충북 옥천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축구장 12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낚시꾼 2명에게 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풀을 소각하다 축구장 11개 규모의 숲을 태운 70대에게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문현철 / 한국산불학회장(호남대 교수)> "산불은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처벌 양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형사처벌은 기본 전제고 산불을 진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산림을 복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이 모든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적절한 처벌에 더해 예방책이 우선입니다. 등산 시 흡연은 물론, 라이터나 버너 등 인화물질을 소지해서는 안 됩니다. 야영과 취사는 지정된 구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허가 없이 논밭이나 쓰레기 등을 소각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작은 실수에 불길이 번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화마가 덮친 산림을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각심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산불 #등산 #기후변화

[이광빈 기자]

봄철에는 산불이 한번 났다 하면 대형 산불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짝 메마른 날씨에 태풍급 강풍까지 불어 순식간에 불이 확산하는데요.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가 산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김재훈 기자입니다.

['양간지풍'에 수 ㎞ 날아가는 불티…났다 하면 대형산불 / 김재훈 기자]

[기자]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2005년 동해안 산불. 2019년 고성과 강릉 일대를 휩쓴 동시다발 산불. 2년 전 울진에 큰 상처를 남긴 213시간 역대 최장 산불까지.

역대 최악의 산불은 모두 봄철에 발생했습니다. 1년 중 가장 건조한 시기입니다.

대륙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데다, 기온도 차츰 올라 숲에 물이 오르기 전 바짝 메마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돌풍까지 불면 산불은 초비상입니다.

봄철 한반도에는 '남고북저' 기압 배치가 종종 만들어집니다. 시계 방향의 고기압, 반시계 방향의 저기압 사이에서 좁아진 공기 통로를 따라 강풍대가 형성됩니다.

특히 바람이 산맥을 넘어갈 때는 웬만한 태풍보다 위력적인 돌풍이 몰아칩니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바람이 분다 하여 '양간지풍', 불을 몰고 다닌다 해서 '화풍'이라고도 불립니다.

<임다솔 / 기상청 예보분석관> "상층의 안정한 층 아래로 공기가 압축되면서 태백산맥의 경사면을 타고 영동지방으로 빠르게 불어 내려가는 고온 건조한 바람을 말합니다."

초속 30m 안팎의 '양간지풍'은 순식간에 불을 확산시킵니다.

실제로 실험해 보니, 바람이 없을 때보다 초속 4m의 바람이 불 때 불길이 번지는 속도는 26배나 빨랐습니다. 특히 강풍을 타고 불티가 수 km 날아가는 '비화' 현상은 산불 진화에 최대 복병입니다.

<권춘근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비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2km까지 관측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략) 여러 군데서 산불이 발생하고 시설물들이 피해를 입다 보니까 (중략) 진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엔 급격한 기후변화도 산불 위험 요소입니다. 지난 30년간 봄철 동해안 지역의 기온은 0.8도 올랐습니다.

반면,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습기 비율이 줄면서 상대습도는 5% 감소했습니다. 건조해진 기후에 산불이 늘어나고, 산불은 다시 탄소를 뿜어내 기후변화를 더욱 부추기는 것입니다.

<권춘근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산불로 인해 탄소 배출이 상당히 많아집니다. 배출된 탄소는 또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게 되고 (중략)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되는 것이 가장 큰 위험한 부분이고…"

지금 양상이라면 2050년쯤 우리나라의 대형 산불은 57%나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대규모 피해를 동반하는 산불은 최대 13% 증가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점점 기후재난으로 다가오는 봄철 대형산불. 체계적 관리와 장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재훈입니다.

#대형산불 #양간지풍 #비화 #기후변화

[진행자 코너]

지난해는 인류가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더웠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지난 174년 가운데 가장 더운 해로 분석할 정도였습니다. 일각에선 2023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왔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기후전문가들은 올해가 작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6월 시작돼 최근에 끝난 엘니뇨까지 이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 대륙 남부를 덮친 장기 가뭄은 엘니뇨 현상 탓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고온의 날씨는 가뭄을 유발하고 산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식물이 바싹 마르게 되는 만큼, 불에 더 잘 타는 것인데요. 여기에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같은 강풍의 강도가 심해져서, 산불 확산을 급속하게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며,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대형 산불로 섬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유럽환경청(EEA)은 지난 3월 발표한 첫 '유럽 기후 위험 평가'에서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지난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의 산불 피해가 컸는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올해도 이미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7배 이상을 태우며 막대한 피해를 냈습니다.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 규모 화재로 기록됐는데요. 남미 칠레에서도 올해 초 산불로 13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산불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데요. 화석연료 사용을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을 더욱 빠르게 늘려가야 합니다. 산불 예방을 위해선 이 외에 작은 실천들도 필요한데요. 솎아내기 등의 숲가꾸기와 숲길 확보, 수종 개량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독일도 늘어가는 산불로 골머리를 앓았는데요. 2019년을 정점으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역시 숲 가꾸기와 미래의 숲에 적합한 나무 종을 늘려나간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입니다.

[이광빈 기자]

강원도 대표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인 강릉 경포지역을 휩쓸었던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울창했던 수림을 자랑했던 야산이 민둥산이 된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의 마음도 여전히 황망하기만 합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강릉 경포 산불 1년…일상 회복도 더딘데 소송까지 / 이상현 기자]

[기자]

지난해 4월 11일, 초속 30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나간 강릉 경포 산불.

축구장 170개 면적의 산림 120ha가 하루 만에 잿더미로 변했고 건물 200여 동이 불에 타 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1년 넘도록 임시 주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면서 이자 유예 등 각종 지원이 끊기다 보니 전기료가 무서워 난방조차 제대로 때지 못해 건강까지 악화하고 있습니다.

<최호영 / 산불피해 이재민> "화재를 입게 되다 보니 정신상 신경도 많이 쓰다 보니 제가 심하게 숨찬 병이, 신경성으로 인해서 숨찬 병이 갑자기 발생했어요."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산불이 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산불 책임에 대한 수사가 부진하자 결국 이재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차 소송에 35명이 참여했고 다음 달 2차 소송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양훈 / 강릉산불비상대책위원장> "저희들이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고 국과수 결과 발표도 전깃줄 단선에 의한 발화라고 나왔습니다. 당연히 저희들은 모든 걸 잃었습니다. 당연히 소송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서둘러 산림 복구에 나서 절반 정도 마쳤지만, 화마의 흔적은 야산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이상현 기자> "새 생명의 푸르름을 뽐내야 할 산들은 불에 탄 나무를 모두 잘라내면서 이렇게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침엽수와 활엽수를 1대4 비율로 섞은 혼효림을 조성해 향후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언제 제 모습을 되찾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전제용 / 강릉시 산림과장> "수종별로 다 다르지만 30년~40년, 어떤 수종은 50년 가야 옛날 경포의 아름다운 숲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 다시 봄이 오고 꽃이 폈지만, 이재민들 시계는 여전히 악몽 같았던 1년 전 4월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강릉 #경포 #산불 #1년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이제 산불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밀려올 시기가 됐습니다. 산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산불 예방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는데요. 최근에는 산불 조기대응시스템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한국전력 경북본부는 송전철탑과 기지국 등에 산불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는데요. 감시카메라의 영상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 마련을 추진 중입니다.

문득 챗PGT에 '산불예방과 대처는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야외 활동 중에는 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는 불을 피우지 말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제시됐는데요. 대처 역시 산불 발생 시 즉시 화재 당국에 신고하고, 평소 소화기, 물, 삽 등 화재 방지 장비를 준비하라고 모두가 알만한 답을 내놨습니다. 그만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지난 10년간 피해 면적 100헥타르 이상의 대형산불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의 원인이 입산자가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각자 기본만 지켜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면서 기후변화에도 대응해 나갈 수 있겠죠.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효섭

AD 최한민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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