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묻힌 의사과학자 양성…“의료산업·연구 뒤처질 우려”

박영민 2024. 4. 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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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사과학자' 명칭이 생소하시죠.

생리학, 생화학 등 다양한 과학 지식을 활용해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 최초로 'mRNA' 백신을 개발한 벤처 기업, 바이오엔테크의 공동창업자가 바로 의사과학자였습니다.

현대의학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미국에선 매년 의대 졸업생의 4%가 의사과학자로 배출되고 있습니다.

우리 의료계 현실은 어떨까요?

박영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내과 전문의, 이동기 씨는 병원이 아닌 대학원 연구실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참여해 암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더 해보기로 한 겁니다.

[이동기/연세대 의대 약리학 교실/종양내과 전문의 : "연구할 기회가 학생 때나 아니면 전공의 과정 중에 없었기 때문에 그걸 한번 경험해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이 씨는 졸업 후 병원으로 돌아가 치료와 연구를 병행할 계획입니다.

바이오 헬스 업계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유전체 진단 솔루션 스타트업은 카이스트 출신 내과 전문의가 이끌고 있습니다.

2% 수준에 불과한 바이오 헬스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려 병원 밖에서도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길을 열겠다는 목표입니다.

[이정석/유전체 분석기업 대표/내과 전문의 : "사회 속으로 좀 더 들어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기여하려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창업가로서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매년 국내 의대 졸업생은 3천여 명, 이 가운데 의사과학자가 되는 경우는 50명 안팎,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입니다.

[이민구/연세대 의대 교수 : "자기 동료들은 임상에서 막 활동하고 있는데 나는 나의 이상을 좇아서 여기서 이렇게 연구하고 있는 게 나한테 과연 옳은 일일까 어려움을 겪는 단계가 많습니다."]

의료계는 '연구 중심' 병원을 확대해 환자 진료와 연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학계는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김하일/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 "의사로 기르고 과학자로 기르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중심의 의대 교육으로는 기계나 전산 등 공학 분야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건데, 카이스트 등 일부 대학교에선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대 정원'입니다.

기존 의대 정원을 조정하거나 늘려야 하는데, 현재 의대 증원 논란과 맞물려 관련 논의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숙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중·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키워 온 미국은 매년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볼프람 고슬링/미국 하버드 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책임자 : "아직 해결할 수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질병들, 기후변화와 관련된 보건 위협들,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들, 그리고 바로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래에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의사과학자 배출 비율을 2028년까지 3%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충분한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얼마나 꾸준히 투입하느냐가 관건입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이재섭 김태현/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창준/자료조사: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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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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