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N이슈] '지옥 같았을 직장'‥목숨 앗아간 괴롭힘에 징역형

차주혁 2024. 4. 27. 20: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무방비 상태입니다.

작년 이맘때, 한 영세업체에서 일하던 스물다섯 살 청년은 괴롭힘 신고조차 못 하고 죽음에 내몰렸는데요.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인 사례'라며, 가해자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승용차 블랙박스 녹화영상] "가자. 마지막을 장식하러."

작년 5월 23일, 스물다섯 살 전영진 씨가 숨졌습니다.

유서조차 없는 갑작스런 죽음.

단서는 휴대전화 통화 녹음에 남아있었습니다.

[전영호/고 전영진 씨 형] "'이건 뭐야' 하고 눌렀는데 딱 처음 들은 게 욕인 거예요."

영진 씨는 대학을 중퇴하고 돈을 벌려다 지입차 사기를 당했습니다.

빚만 진 채 취업한 첫 직장은 속초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였습니다.

[직장선배 - 전영진] "XX 같은 거 데려다가 지금 사람 만드는데 X 같아? <아닙니다.> 어디 가서 인간 구실도 못하는 XX가, XX. <죄송합니다.>"

사장 부부와 딸, 그리고 직원 3명.

가족처럼 지내자며, 직장 선배는 자신을 형이라 부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폭행했습니다.

[직장선배 - 전영진]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배트) 열두 대야. <예, 알겠습니다. 형.> 이제 뭐 얼굴 때리고 그런 거 좀 그런 거 같으니까, 틀린 거 개수로 해 갖고 빠따(배트) 맞아.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형.>"

작은 실수에도 폭행 협박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직장선배 - 전영진] "몇 대 때리고 그냥 넘어가고, 넘어가고 그러니까 XX가 사람 우스워 보여? <아닙니다. 형.> 진짜 끌려가서 어디 XX 진짜 가둬놓고 두드려 패봐? <죄송합니다.> 팔다리 하나씩 잘라줘?"

그렇다고 첫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직장선배 - 전영진] "너희 엄마 뭐해? <공장 다니십니다.> 너희 아버지는 뭐해? <집에 계십니다.> 뭐, 너 XX 때려치고 XX 짓 하고 있으면 너희 어미 아비가 너 먹여 살려 줄 수 있어? <아닙니다.>"

급기야 부모님을 살해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고, 나흘 뒤 영진 씨는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직장선배] "너, 내가 지금 XX 열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너희 어미 아비고 다 쫓아가 다 죽일 거야."

두 달간 저장된 통화 녹음에서만 협박 86회, 폭행 4건이 확인됐습니다.

지옥 같았을 1년 10개월을 견디며, 영진 씨는 노동청에 신고조차 못 했습니다.

[박혜영 노무사/유족 측 대리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아마 피해자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전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분이 통화 녹음을 켠 것 자체가 '도움 요청이었다'라고 밖에 해석이 안 돼요."

결국 유가족은 협박 폭행 혐의로 가해자를 형사고소했고,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 판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 "이게 단순한 폭행 협박이 아니라 결국 직장 내 괴롭힘으로써 발생한 폭행 협박이고, 그로 인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한 인과 관계까지도 다 판결문에 담은 것이죠."

아들의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은 집 출입구마다 CCTV를 달았습니다.

한 달 요금만 9만 원이 넘습니다.

슬픔과 억울함 만큼이나, 가해자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아직 크고 깊습니다.

[고 전영진 씨 부모] "영진아, 오늘 판결문을 가져왔어. <이거 봐라. 피고인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유가족은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 영상편집 : 배우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취재 : 손지윤 / 영상편집 : 배우진

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93166_36515.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