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관찰은 피규어 조형의 시작과 끝! 피규어 조형사 TJ Cha!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4.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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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방구석 공방- 50화 ‘피규어 조형가 차태진 작가’]

“2003년부터 취미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12인치 피규어를 수집했었는데 수집가들 중 자기가 원하는 얼굴을 만들어 기성품 헤드와 교체해서 꾸며놓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어요. ‘이게 사람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거였구나’를 깨닫고 바로 재료 사고 도구도 사고 무작정 시작했죠.”

차태진 작가의 데포르메(déformer) 헤드 작업들
작은 스테츄 피규어부터, 완전 가동형 피규어까지 모든 제품의 원형은 작가들이 스컬피나 유토, 목재등 다양한 재료를 만지고 깎고 갈아가면서 만들어낸 작품들입니다. 이 원형을 만드는 사람들을 ‘원형사’라고 합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피규어들은 원형사들의 작품을 복제한 복제품인 거죠.

오늘 ‘퇴근 후 방구석 공방’에서는 개성 넘치는 조형 작업들로 알려진 베테랑 원형사이자 강사인 ‘차태진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배우 최민식
피규어 조형의 매력에 빠지다
“20대를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피규어 만드는 데만 썼던 것 같아요.그렇게 2~3년이 흐르고 보니 ‘이게 직업이 되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은 했었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지 길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핫토이’라는 12인치 피규어 회사에 한국인이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만나게 됐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것저것 물어볼 정도로 간절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핫토이쪽에서도 한국에 조형팀이 생기고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온 거예요. 핫토이가 마블시리즈 캐릭터를 생산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커졌는데 마침 ‘MARVEL’ 등 라이선스 작업을 준비하던 중이라 사람이 필요했는데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 일하게 된 거죠. 정말 꿈 같더라고요.”
캐릭터의 특징을 극대화 시킨 데포르메 작품들 피터파커, 이단 헌트, 스티브 로저스, 토니 스타크, 아스 플렉
“취미로 5년 정도를 혼자 만들면서 ‘어느 정도 만들 줄 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전문가들과 비교가 되니 제가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분들 전부 미술 전공자들이었어요. 그렇게 원해서 피규어 제작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제대로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죠. 제가 원했던 건 두상을 만드는 거였는데 점점 업무가 헤드 제작이 아닌 다른 쪽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렇게 5년 정도 버티다가 그만두게 됐어요.”
Frankenstein, Hellboy
“독학으로 조형하면서 그냥 기술이 늘었던 거예요. 재료를 다루는 방법, 도구를 다루는 방법 등 스킬이 좋아진 거지 형태에 대한 접근 방법, 해부학적으로 인물을 파악하는 방법 등 가장 중요한 건 전혀 몰랐던 거죠. 그냥 만듦새가 좋아지니깐 실력이 좋아졌다고 착각을 한 것 같아요.”
인체에 대한 이해는 피규어 조형의 중요 요소 WalkingMan, Lucifer
“그래도 포기는 안 했어요. 이거 말고는 다른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크로키 학원도 다니고 인체 모형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동안 왜 못 했었는지 하나씩 보이더라고요. 시작한 지 10년 만에 실력이 확 좋아지는 게 좀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면서 많이 만들기 시작했고 피규어 클래스까지 열게 되었죠.”
스티브로저스, 토니 스타크, 닉퓨리, 마일스 모랄레, 웨이드 윈스턴, 아서
“또 한 번 실력이 확 좋아지게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수업하면서 기본기에 대한 강의를 계속하고 수강생들이 만드는 걸 보면서 조언해주다 보니 거기서 또 한 번 저도 모르게 기본기가 다져지면서 좋아지더라고요.”
헤르미온느와 론 위즐리, 마스터 요다
조형의 시작은 관찰력!
“관찰력이죠! ‘만들 대상을 얼마나 잘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내 작업물에 잘 적용을 시키는가’ 이게 핵심이에요. 데이터 없이 막연한 이미지만 생각하고 작업을 하게 되면 제대로 작업이 될 수가 없어요. 대상을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자료가 중요한데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거든요. 사진은 자료의 역할을 못하더라고요. 입체화 시키려면 실제 입체를 보면서 모든 각도에의 형태를 파악해내야 하는데 사진은 찍힌 각도에 따라 왜곡이 있어요. 멀리서 찍든 가까이서 찍든 어떤 렌즈로 찍든 전부 왜곡이 생겨 그중 어떤 게 이 사람의 진짜 비례인지 알 수가 없어요.”
Andy Worhol and Jean Michel Basqiuat
“사진만 보고 안 보이는 부분을 내가 유추해서 창작하게 되고 결과물이 엉뚱하게 나오게 되면 포기하게 되거든요. 감상자 입장에서는 사진만 봐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아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조형사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으로 작업을 하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져요. 데이터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ver.데포르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배우)를 예로 들면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다양한 각도가 있을 거고 사진도 엄청나게 많을 거고 자료가 많잖아요. 그걸 이미지화시키는 거예요. 이 형상을 머릿속에서 그려질 정도로 제대로 된 자료를 계속 보면서 구상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로만 떠올리게 되면 부분적으로 닮아도 조화가 안 맞아 이상하게 되는 거예요.”
형상을 길이로 보지 말고 두께로 보라
Draven - League of Legends
“조형은 절대 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로 하는 거예요. 그 형태에 대한 데이터만 읽을 줄 알면 재능 상관없이 다 하실 수 있어요. 진짜예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너무 막연했거든요. 그냥 뭔가를 만들고 내 손에 의해 점점 형태가 갖춰져 가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했던 거지 재능 같은 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래퍼 마미손 & 원슈타인
“[로댕, 신의 손을 지닌 인간]이라는 책을 봤는데 로댕의 묘사 방식은 하나같이 평면적이라고 하면서 ‘조각할 때 형태를 길이로 보지 말고 두께로 보라’ 라고 누군가 로댕에게 조언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 뜻을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못 하겠는데 그 문장이 안 잊히더라고요. 그 뜻이 뭔지 고민하면서 계속 작업을 했거든요. 제가 해석한 바로는 ‘형태를 평면적으로 보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관찰해서 잘 파악해라’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Joker - 잭 니콜슨, 히스레저, 호아킨 피닉스
“형상을 윤곽이 드러나게끔 여러 방향, 각도를 돌려보면 다양한 형태가 나오죠. 그걸 다 따져나가면서 작업을 했더니 확 실력이 늘더라고요. 그걸 알게 되면 사진을 볼 때 어떤 사진이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가 있어요. 보통 캐릭터 작업한다고 자료를 찾으면 정면을 많이 찾는데 앞, 뒤, 옆 등 모든 면에서 바라본 정보가 모여야 비로소 인물 형태에 대한 데이터가 되는 거죠.“
Irelia - League of Legends
“스킬은 특별한 게 없어서 형상을 보는 눈만 키우면 한 번도 뭘 만들어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구나 정육면체를 재료와 도구 상관없이 만들어 보라고 하면 다 만들 수 있잖아요. 그게 형태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그래요. 그런데 사람 얼굴은 복잡하게 생겼잖아요. 내가 실물을 본 적 없는 배우의 두상을 사진을 보고 만들려면 못하거든요. 사진엔 깊이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도 있다고 생각하고 시도하려면 막상 정보가 없으니 못하는 거예요.”
재료와 도구
손수 만든 도구들. 굵은 기타줄을 묶어 만든 도구들이 인상적이다.
“일단 도구는 크게 재질에 따라서 다르게 쓰여요. 나무, 스테인리스 그리고 아크릴. 가장 대표적인 모양이 둥근 엄지손가락 모양이에요. 큰 두상을 만든다고 하면 이마, 광대, 콧구멍, 턱, 입술 모두 손으로 다듬으면서 만드는데 작은 걸 만들려니 손을 대체할 만한 도구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엄지손처럼 둥근 헤라 모양이 많이 쓰여요.”
차태진 작가
“아크릴이 닿았을 때 만져지는 부드러움, 나무로 다듬으면 거칠게 쓸리는 느낌이 있고 스테인리스로 다듬으면 굉장히 매끄러운 느낌이죠. 그런 특성 때문에 재질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쓰고 있어요. 이 도구는 통기타 줄로 만든 건데 다듬는다기보다는 조금씩 깎아내는 용도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쓰는 도구들 대부분은 아크릴, 스테인리스 등을 가공해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성제품도 사용합니다. 초창기에는 도구만 엄청 만들었어요. 도구가 안 좋아서 못 만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유토, 매직스컬피 등 주재료
“큰 작업을 할 때는 유토를 사용하는데 유토는 경화시킬 수가 없어서 레진 복제를 해서 완성을 시키거든요. 장점이 굳지 않는 거라 시간 제약 없이 편하게 만들 수 있죠. 스컬피로는 큰 작업은 힘들고 작고 디테일이 섬세한 피규어를 만들 때 어울립니다.”

“스컬피를 주재료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유토로 대부분의 작업을 하는데 스컬피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만드는 과정이 힘도 덜 들고 붙였다 때는 것도 매우 쉽고 표현하는 데 훨씬 자유도가 높아서 스케치해 볼 때 간단히 빨리해볼 수 있어요. ”

헐리우드 배우들 두상
데블플레닛
“5년 전에 ‘데블플레닛’이라는 피규어 브랜드를 런칭하고 제 작품을 가지고 처음 판매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조형만 계속 해와서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랐어요. 일단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첫 작품이 정말 반응이 좋았었는데 그 당시 제가 느끼기에는 그 이상을 기대했었나 봐요.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았는지 좀 실망을 많이 했어요. ”
엔젤 플레닛 - Camael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 제가 입체화, 구체화하고 그 원형으로 생산 담당자가 제품 생산을 하죠.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당연히 몇 년간은 적자를 보더라도 꾸준히 해야 알려지고 점점 주문량이 많아지는 순서로 가야 하는데 좀 급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접었죠. 다시 또 기회가 되면 제대로 해볼 생각이에요.”
무시할 수 없는 손맛
인체 모형은 손가락, 발가락등 세밀한 부분의 디테일이 퀄리티를 좌우한다.
“요즘엔 지브러시로 그려서 3D프린터로 출력도 하거든요. 그래도 역시 조형은 손맛인 것 같아요. 출력해보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거랑 많이 다르거든요. 아무리 프로그램에서 돌려보면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뽑아보면 다들 놀라요. 실물은 빛이 어디서 떨어지던 익숙한 빛이잖아요. 그런데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스러운 빛을 보여주는 게 아니고 형태가 잘 보이는 빛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그림자가 자연스럽지 않아요. 그게 실물과 이질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 3D 프린터로 작업을 하면 출력하고 고칠 부분 체크하고 또 출력하고 체크하고를 반복적으로 해줘야 하거든요. 물론 최종 완성이 되면 표현력이 정말 디테일하고 좋죠. 그런데 좀 비효율적이거든요. 손 조형은 순간순간 오류가 바로 인지가 되거든요.”
조형의 과정과 Tip.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중심선을 잃지 않아야 한다.
“두상을 만들 때 처음엔 둥그스름한 계란 형태에 목을 꼭 붙여줍니다. 목 부분의 유무가 완성될 때 인물의 느낌을 나타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얼굴만 만드는 건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두상을 한쪽 방향으로 기울지 않게 만들어 주시고 중심선을 그어줍니다. 처음에 비뚤게 그어져도 자연스러운 겁니다. 계속 선을 그어줘서 똑바르게 그어주는 거죠. 코랑 귀도 꼭 붙여주고 시작을 하는데 코부터 귀 까지의 간격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003년 처음으로 만든 ‘자화상’, 21년 배우 ‘최민식’
“이렇게 균형을 체크한 다음에 거칠게 모양을 조금씩 잡아갑니다. 진행하다 보면 그어놓은 중심선이 지워지는데 수시로 그어주면서 진행합니다. 작업 초반에는 어떤 이미지를 나타내려고 하기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골격을 표현한 후 인상을 잡는 순서로 가는 게 좋습니다.”

“좀 더 세세한 부분을 손대다 보면 큰 비례나 형태가 무너지고 균형이 깨지기 마련인데 그때 다시 중심선을 그어주고 디테일 작업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서 반복 작업을 해줍니다.”

혁오밴드 오혁, Sally, 원령공주, 인조인간 셀& 16호
“무작정 어떤 캐릭터 만들고 싶다고 그 형태만 관찰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인체에 대한 관찰도 같이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하고 안하고는 훗날 차이가 분명 납니다. 또 만들고자 하는 인물이 배우라면 출연한 영화를 반복해서 많이 봐주는 것도 좋습니다. 배우 또는 캐릭터의 특징, 어떤 표정을 해야 이 사람답고 매력적일지 찾아내야 됩니다.”
골격과 인상
“입체는 보이고 내 손이 닿는 모든 부분을 표현 해줘야 하기에 정말 관찰을 많이 해야 합니다. 조형은 그렇게 쌓이는 데이터를 형태화시키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매력을 못 느낀 캐릭터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좀 힘들 때도 있어요.”
TJ CHA Figure Class
“일대일 방식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보통 한번 수업에 5명 정도가 수업을 듣게 되는데 정해진 커리큘럼 대로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수준과 취향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부분을 배우고 싶다는 요구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하기도 하고 공방 다니듯 즐기시는 분들도 계세요.”
차태진 작가
“초창기 단순히 뭔가 만들어 지는게 재밌었고 그 경험치가 바탕이 돼서 실력이 쌓인 지금은 만들고 싶은걸 조형한다는 게 재밌어요. 본인이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꾸준히 즐겁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다른 이들의 피드백을 받다 보면 더 재밌고 실력도 늘 겁니다. ‘나만의 피규어를 만든다.‘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TJ Cha Figure Class :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377-14 동양빌딩 401호

문의: ctj@naver.com

차태진 작가 인스타그램 : @tj_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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