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처음엔 관리 1순위라더니”…물가 상승률, OECD 3위 돼버렸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4.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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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인수위 시절
외부강연서 물가관리 강조했지만
부동산 경착륙 등 돈풀기에 ‘뒷전’
2년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 8.9%
지난 총선 ‘야당 압승’ 결과 불러와
가장 시급한 건 ‘가계·국가빚 축소’
초심 새겨 물가관리도 적극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이날 연사로 나온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당선인 대변인실]
“성장을 못하면 국민이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합니다.”

불과 2년 전 윤석열 정부 출범 첫 단계인 인수위원회 시절 때 일입니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인플레’를 잡아야 한다며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도 식료품값 등 물가가 올라간 게 원인이 됐다”라며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죠.

2년 후 이 말은 현실화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총선 때 여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 1위로 ‘물가 관리 실패’가 꼽힙니다. 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민심이 들끓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번 22대 총선 ‘야당 압승’으로 끝난 이유입니다.

식료품 가격 상승, OECD 3위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습니다.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사과·배 등 과일 물가가 최근 가파르게 오른 탓입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이후 불안한 국제유가는 향후 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합니다.
설을 앞둔 2024년 2월 9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지난 설 전에는 사과를 포함한 과일 가격이 계속 치솟고 계란 한판 가격이 7000원대까지 올라가는 등 차례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승환 기자]
데이터를 봤습니다.

윤석열 정부 지난 2년(2022~2023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9%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2년) 의 물가상승률(7.0%)과 박근혜 정부 5년 간 물가상승률(4.3%)을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국민 입장에선 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다고 느낄 만 하죠.

특히 201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실질 GDP)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년 연속 더 높았던 적은 윤석열 정부(2022~2023년)가 처음입니다. 한마디로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은 멈춰져 있는 것이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장기 저성장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이유죠.

부동산 부양에만 몰두한 정부
이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부양에 주로 힘을 썼습니다. 지난해 39조원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었고 각종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도 나섰습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택한 것은 ‘거품빼기’가 아니라 ‘대출 연장’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동산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해 시행됐습니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부동산 가격 경착륙 → 연체율 급증 → 금융기관 부실 → 금융위기 → 소비부진 → 장기 저성장’을 막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이 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죠.

다행히 부동산 경착륙은 막았지만, ‘50년 대출’ , ‘특례보금자리론’ 등 각종 부양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더 늘어났습니다. 서울 강남 및 용산 지역을 중심으로 집 값이 재반등해 전고점(2021년)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과도하게 부양책을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해 올해부터는 스트레스DSR 도입·특례보금자리론 축소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4·10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현 정부 부동산 관련 법안 개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전경. [매경DB]
지금까지의 정부와 한국은행 태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가 관리는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이 커서(과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일시적 수급 문제),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순 없다. 근원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보면 물가도 분명히 낮아질 것이다.

부동산은 국민 대다수의 자산으로 이를 경착륙 시켰다간 큰일 난다. 물가 수준에서의 등락만 허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격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다. 명목가격은 유지하면서 실질 구입부담을 줄여서 부동산을 연착륙시키겠다.”

근본적으로 사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라고 외치는 모양새입니다. 아슬아슬하게 살얼음판을 운전하는 드라이버라고 할까요?

尹 정부 2기 출범 ··· “초심 필요하다”
인수위 초반 시절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윤 대통령에게 했던 조언을 이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플레이션을 잡아라 = 실현이 안됐습니다

둘째, 국가부채 가계부채를 챙겨라 = 국가부채는 역대 사상 최대치를 갱신 중입니다

셋째, 삼성-TSMC 격차 줄여라 =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넷째, 中 의존경제 안돼 = 중국 의존도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다섯째, 국방비 증액 필요 = 국방 예산은 이번 정부 들어 6조원 증가. 유일하게 해낸 일

여섯째, 금융·빅테크 분쟁 풀라 = 플랫폼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분쟁이 가시화되지 않음

일곱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하라 = 외환시장 규제로 인해 아직 되지 못함

여덟째, 한미통화스와프 체결하라 = 2021년 종료 직후 재계약 체결 안 됨

8개 중에 현재 윤석열 정부가 실천한 건 국방비 증액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이번 정부가 규제개혁은 등한시하고 부동산 부양·R&D 예산 삭감 등 미래와 관련 없는 정책에만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한 후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질문을 받은 것은 지난 2022년 11월 18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이후 521일 만에 처음이다. [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정무수석에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새로운 총리도 곧 임명할 예정입니다.

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부채 축소 선언’입니다. 허리띠를 조이자, 국가부터 모범을 보이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물가 관리를 위해서라도 돈 푸는 정책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각종 규제 완화(MSCI선진국 지수 편입·빅테크 진입 등)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가장 처음으로 들었던 외부 강의의 메세지는 ‘물가 관리’였습니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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