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창업의 ‘무한 변신’은 계속된다 [재테크_창업]

김상훈 창업통TV 소장 2024. 4. 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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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무인 아이템의 명암 크게 엇갈려
지역별 투자 수익성 및 연도별 매장 개·폐점 추이 꼼꼼히 살펴야

(시사저널=김상훈 창업통TV 소장)

2024년 상반기 무인창업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권에 나가 보면 무인점포가 여기저기 새로 생기는 분위기다. 무인창업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불황기 창업과 인건비 문제가 크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이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반드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주휴수당까지 합산하면 한 사람 인건비는 시간당 1만2000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 지급도 의무사항이다. 요즘 창업시장에서는 한 사람 채용하면 월 인건비 300만원은 계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300만원 인건비 대비 매출액과 순이익률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출액의 한계도 문제지만, 내 손에 쥐는 순이익률이 낮다는 얘기다. 무인창업 급증은 불황 시대 소상공인 창업시장의 속내와 연동돼 있다. 무인창업 아이템도 봇물 터지듯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속빈 강정' 같은 아이템도 있고, 신박한 아이템도 있다.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2024년 상반기 무인창업 시장을 입체 진단했다.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이 무인카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24시간 반려동물 사진놀이터의 신박함

인천 구월동 골목상권에 가면 1층 15평 무인점포를 만날 수 있다. '견생네컷'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애견 사진을 촬영하면서 24시간 운영되는 반려동물 무인놀이터 매장이다. 문은 잠겨있다. QR코드 인증을 해야만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견당 이용료는 8000원이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원색으로 치장된 공간에 컬러풀한 색다른 강아지 집이 10개 진열돼 있다. 전원주택이 아닌 '견원주택'으로 불리고 있다. 개별 매장에는 '멍타벅스' '매개커피' '개스킨라빈스'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패러디한 상호가 부착돼 있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요소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네트로 감성 물씬 풍기는 'OO상회' 'OO포차' 강아지 놀이터도 있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애견용품이 진열돼 있고, 매장 안쪽에는 또 다른 비밀 공간이 있다. 애견과 견주가 모여 파티를 열 수 있는 럭셔리 파티룸이다. 애견케이크, 파티용품, 웰컴패키지까지 제공되는 파티룸 사용료는 6만2000원이다. 24시간 반려동물 놀이터와 애견용품점, 견생네컷이라 불리는 무인사진관이 결합된 신박한 무인창업 아이템이다. 매장 한쪽엔 견주들을 위한 커피음료 냉장고도 있다.

그렇다면 창업자 입장에서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견원주택 1채의 가격은 60만원이다. 10채면 600만원의 초도비용이 든다. 여기에 사진촬영 후 출력 시스템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하면 15평 기준의 시설집기류 투자비용은 3000만원 안팎이다. 점포 구입비용은 권리금 없는 1000만원 정도 보증금이면 가능하다. 월세도 50만~60만원이면 충분하다. 상급지가 아닌 강아지 산책길이나 공원길 옆 중하급지 1층 매장을 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총 창업비용은 4000만원 정도를 넘지 않는다.

수익성은 어떨까. 객단가는 최소 8000원에서 1만5000원 수준이다. 네이버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파티룸 매출액은 별도다. 동네상권 골목점포이기 때문에 하루 이용객은 많지 않다. 20만원 내외로 판단된다. 한 달 매출은 400만~500만원 정도다, 매출액 대비 60%는 순이익이다. 4000만~5000만원 투자해 한 달 200만원 벌이는 된다는 얘기다. 위험요인은 없을까. 무인점포 하면 도난을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QR코드 입장으로 고객을 제한하기 때문에 도난 걱정은 없는 편이다. 강아지들이 놀다 가면 뒤처리 정리정돈은 CCTV를 통해 수시로 확인하면 된다. 무인창업의 무한 변신을 실감케 하는 아이템이다.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24시간 애견 무인놀이터 내부 모습 ⓒ필자 제공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24시간 애견 무인놀이터 내부 모습 ⓒ필자 제공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24시간 애견 무인놀이터 내부 모습 ⓒ필자 제공

급증하는 무인카페의 속내

'카페 공화국'으로 불리는 카페 시장에서도 최근 무인카페 열풍이 거세다. 현재 포털에 노출돼 있는 무인카페 수는 3500개가 넘는다. 작년 10월에 비해 800개 매장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 무인카페 시장은 로봇으로 운영되는 무인카페와 자판기 형태의 무인카페로 양분돼 있다. 로봇카페의 경우 로봇 설치비용만 8000만원 이상이다. 시설 투자비용까지 합치면 1억원에 점포비용까지 포함하면 1억3000만~1억5000만원까지 투자된다. 창업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자판기 형태의 무인카페는 점포비용을 포함해 7000만~8000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하다. 무인카페의 경우 수익성은 높지 않다. 관광지가 아닌 이상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2000원을 넘길 수 없다. 객단가 3000원으로 계산하면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다. 동네카페의 경우 50잔을 판매하기도 녹록지 않다. 50잔을 판매하면 1일 매출 15만원, 한 달 매출액은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매출액에서 원가비용과 월세 등 지출액을 뺀 점주의 순이익은 100만원 내외다. 무인카페 소비자 반응에는 긍정 의견이 많다. 10평 무인카페의 경우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인지 커피맛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테이블 2~3개는 있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동네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상권에서 포착되는 업종별 무인 아이템으로 뭐가 있을까. 외식업 중에서는 무인카페 외에 무인라면집이 눈에 띈다. 무인판매업 아이템은 한때 밀키트숍이 주도했으나 코로나 종식과 함께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무인꽃집, 무인문구점, 무인애견용품숍 정도가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의 틈새를 공략해야 하기에 투자 수익성은 높지 않다. 무인 아이템이 압도적으로 많은 분야는 서비스업 시장이다. 최근 레저스포츠 관련 무인숍들이 늘고 있다. 무인테니스장, 무인탁구장, 무인당구장, 무인스크린골프장 등이 눈에 띈다. 기존 무인빨래방이나 세탁편의점 시장, 무인셀프사진관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무인 아이템 증가세는 당분간 멈출 기세가 아니다. 창업자 입장이라면 무인창업을 실행하기 전 주의할 사항도 있다. 무인점포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 전에 정보공개서부터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지역별 투자수익성 지표는 물론 연도별 신규 개설매장과 폐점매장 추이도 살펴야 한다. 동시에 시설투자액이 과도한 아이템의 경우 출구전략 및 감가상각도 계산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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