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진화…'비싼 슈퍼'에서 '가성비 마트'로

김아름 2024. 4. 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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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우리동네 편의점 변천사
초창기엔 '가격 비싼 슈퍼' 이미지
가성비 PB로 MZ 장보기 수요 흡수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처음으로 편의점을 갔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20대 초중반 분들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편의점이 익숙하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어릴 땐 편의점이 지금처럼 곳곳에 있던 시절이 아니기도 했고, 시골 동네에 살았던 탓에 '첫 편의점'의 추억이 상당히 늦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큰길 중심에 바이더웨이가 생겼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편의점이 들어온다더라"하는 얘기가 학교에 돌았죠. 오픈 첫 날, 저와 제 친구들은 학교 급식 버려둔 채 편의점으로 뛰어갔습니다. 삼각김밥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그날 맛 본 참치마요 삼각김밥이 제 인생 첫 '삼김'입니다.

바이더웨이 편의점/사진=비즈워치

당시 동네 슈퍼 사장님은 편의점이 들어오면 장사가 안 될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편의점이 들어오고 나니 그렇지도 않더군요. 가격이 너무 비쌌거든요. 삼각김밥이나 음료수 한두 캔 정도야 살 만했지만 다른 것들은 슈퍼나 마트보다 훨씬 비쌌죠. 한밤 중에 급하게 필요한 게 있을 때, 슈퍼엔 없는 신기한 제품들을 사러 가는 곳이 편의점이었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1+1 등의 마케팅이 없던 시절 편의점은 무척이나 비싼 슈퍼였죠. 지금의 편의점을 생각하면 정말 상전벽해, 천지개벽, 환골탈태, 괄목상대 등 온갖 고사성어를 다 붙여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이번 주 [주간유통]은 유통업계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편의점 이야기입니다.

대(大) PB 시대

편의점이 '비싼 채널'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제품을 제조사로부터 매입해 판매하는 데다, 24시간 운영이 원칙인 편의점은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편의점 업계 1위였던 세븐일레븐은 2005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다가 2006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당시 영업이익률이 0.24%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2009년까지 0%대 이익률을 기록하다가 2010년이 돼서야 겨우 3%대로 올라섭니다. 그만큼 편의점은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었습니다.

GS25의 혜자 도시락/사진제공=GS리테일

그랬던 편의점들이 '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으면서 부터입니다. 기존 제조사들의 제품을 받아서 팔기만 하다가 브랜딩부터 상품 구성까지 직접 하게 되면서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 겁니다. 특히 GS25의 '혜자 도시락'은 '혜자롭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가성비의 대명사가 됩니다. 

이후의 과정은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PB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편의점을 찾습니다. 편의점이 전략적으로 내놓는 초저가 PB제품들은 그 어떤 채널보다 저렴합니다. ㅇ젠 농심이나 오뚜기가 시도할 수 없는 400원대 라면을 내놓는 게 편의점입니다. 

바꿔야 산다

일각에서는 편의점이 더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편의점 점포 수가 5만개를 돌파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CU와 GS25는 각각 1만70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습니다. 한 건물에 편의점이 하나씩 있는 경우도 있죠. 편의점은 성장은 정말 끝난 걸까요. 

편의점 업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는 2013~2014년 즈음부터 나왔습니다. 매년 두자릿수를 유지하던 성장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편의점 자리가 다 찼다"는 주장이 나왔죠. 신세계그룹이 위드미를 인수하며 막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던 시기입니다.

2013년말 CU의 매장 수는 7926개였습니다. GS25는 7490개였죠. 양 사는 이후 10년간 1만개의 점포를 늘렸습니다. 2013년 두 브랜드 점포를 모두 합해도 지금 CU 한 곳의 매장 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성장 한계'라는 지적이 머쓱해지는 수치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이런 성장이 그냥 찾아온 건 아닙니다. PB 제품 강화와 물류 효율 개선, 신선식품의 혁신 등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입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1020과 함께 성장한 편의점은 변화가 곧 성장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 변화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패턴은 '조금씩, 자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편의점만큼 '조금씩, 자주'에 알맞는 플랫폼이 또 있을까요. 편의점들도 이런 니즈를 파악하고 마트 못지 않은 구색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3월 일반 계란과 PB제품인 '계란득템'의 판매량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개당 500원이 훌쩍 넘는 기존 계란과 300원 초반의 PB 계란을 비교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계란뿐일까요. 쌀, 양파에 삼겹살까지 취급합니다.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쇼핑을 의미하는 말은 시대와 함께 바뀌어 왔습니다. "장 보러 간다"에서 장은 시장을 의미합니다. 2000년대 대형마트의 시대가 오자 이 말은 "마트 간다"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장 보러 편의점 간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올 지도 모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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