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끝? '공식 선거 백서' 맥 끊긴 민주당, 이번엔 다를까

우태경 2024. 4.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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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과정을 복기하는 백서 작업에는 소극적 모습이다.

지난 21대 총선 이후부터 민주당이 공개 발간하는 '오피셜 선거 백서'는 맥이 끊겨 있다.

통상 선거 백서는 선거 과정을 단순히 기록할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당 안팎의 분석과 향후 제언까지 담아서 공개 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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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백서, 다음 선거 승리 '참고서'
내용과 형식 공히 투명성·객관성 원칙 
민주당, 21대 총선부터 백서 공표 안 해
선거 결과 분석 공론화 작업에도 소홀 
이후 대선·지선 연거푸 패배 '승리의 저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압승 전망이 발표되자 박수 치고 있다. 같은 시간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고영권·이한호 기자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과정을 복기하는 백서 작업에는 소극적 모습이다.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는 일정과 활동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고, 공개 여부도 미정이다. 지난 21대 총선 이후부터 민주당이 공개 발간하는 '오피셜 선거 백서'는 맥이 끊겨 있다. 당내에선 4년 전 총선 압승 이후 2년 만에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백서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에서는 최근 22대 총선 백서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백서준비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각 부서에서 TF에 보낼 초안 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단 내부 실무진 단위에서 선거 과정에 있었던 단순 기록들만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나 의견을 들을 계획은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백서총괄팀 관계자는 "선거 동안 당에서 공식적으로 했던 일들만 모아서 백서에 정리할 예정"이라며 "선거 평가도 백서에 포함할지, 백서를 공개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선거 백서는 선거 과정을 단순히 기록할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당 안팎의 분석과 향후 제언까지 담아서 공개 발간한다. 백서를 발간하는 목적 자체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뼈 아픈 자성까지 담은 복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외부에는 쇄신을 약속하고, 내부적으로도 공통된 인식과 목표를 공유하면서 결속을 다졌다.

연거푸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별도의 TF팀까지 꾸려 지역구 출마 후보자 254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뼈를 깎는 반성문을 쓰겠다고 예고하고 나선 배경이다. 민주당 역시 19대 대선에선 국내 최초로 전자책 형태로 백서를 발간하며 선거 복기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4년 전 180석의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둔 후부터 민주당에서는 제대로 된 선거 백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부용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21대 총선 백서팀에서 근무했던 실무진은 "비용적인 문제도 있고, 굳이 외부에까지 공표할 이유가 있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비공개 자료이다 보니,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2년 전 대선에서 정권을 5년 만에 내줬지만, 이때도 공식 백서를 발간하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백서는 만들었지만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중점적으로 다룬 탓에 분석의 편향성을 이유로 공표를 금지했다. 대선과 같은 해 치러진 지방선거까지 연패한 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새로고침위원회'가 백서 격의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이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거 백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방침을 세운 것은 아니다"라며 "외부 평가도 아니고 당내 일부 실무진이 작성한 분석을 굳이 공개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백서를 비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진지하게 원인을 찾는 것도,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외부 평가를 받는 것도 자신이 없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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