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곤이 흘린 뜨거운 눈물, 2023년 여름부터 시작된 그의 이야기 [MK인터뷰]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4.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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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곤이 흘린 뜨거운 눈물, 이 이야기는 2023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수원 kt가 창원 LG를 꺾고 무려 1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날, 문성곤은 코트를 떠나며 눈물을 흘렸다. kt의 리더로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였으나 마지막 순간 결국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대한 기쁨의 눈물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4회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문성곤이기에 100% 공감하기 힘들다. 그는 이 눈물을 흘리기까지 무려 반년 이상을 참아왔다.

문성곤이 흘린 뜨거운 눈물, 이 이야기는 2023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사진=KBL 제공
문성곤은 2022-23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양희종의 후계자로서 안양 KGC(현 정관장)에 남을 것 같았던 그였으나 많은 루머와 함께 결국 kt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기간 5년, 첫 시즌 보수 7억 8000만원의 거액과 함께 안양을 떠나 수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프 시즌을 함께하기 힘들었다. 문성곤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있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모두 놓친 그였다.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문성곤에게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너무도 절실했다.

문제는 문성곤의 발목이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고 집중 케어가 어려운 진천 생활에 결국 악화하고 말았다. 추일승 감독은 국가대표팀 수비의 중심이었던 문성곤을 쉽게 보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밀 검진 결과 8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며 잔류시킬 명분이 없었다.

문성곤은 고민했다. 주사 치료, 최악의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까지 감수한다면 출전은 가능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목표를 쉽게 버리기 힘들었다.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문성곤에게 많이 의지했고 코칭스태프도 다르지 않았다. 대신 2023-24시즌은 보장할 수 없었다. 잘못하면 FA 이적 첫 시즌을 부상으로 마감할 수도 있었다.

오랜 고민 끝 국가대표팀 하차를 결정했다.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스스로 내려놓을 정도로 kt, 그리고 팬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 자신에게 주어진 거액의 보수, 높은 기대치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지우고 진천선수촌을 떠났다.

문성곤은 봄 농구 내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성곤이 코트 위에 있었고 현대모비스와 LG는 고전했다. kt는 문성곤의 이러한 존재감을 기대, 거액을 안겼고 그 결과를 냈다. 1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결과로 말이다. 사진=KBL 제공
당시 문성곤은 “솔직히 말하면 고민이 많이 된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에 정말 나서고 싶고 이런 마음을 나의 가족, 특히 아내가 많이 공감해줬다. 다만 최악의 경우 미래를 포기하고 나서는 대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2023-24시즌 직전까지 철저한 재활, 실전 감각 키우기까지 소홀하지 않았던 문성곤이다. 최대한 속도를 높여 송영진 감독과 kt의 시즌 플랜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송영진 감독은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성곤은 4회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할 정도로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비수다. 본인의 득점을 포기하고 수비와 허슬, 리바운드 등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kt에선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KGC에서 했던 것과 달리 kt는 그에게 바라는 것이 달랐다. 결국 출전 시간은 줄어들었고 2018-19시즌 이후 5년 만에 30분 이상 출전하지 못한 시즌이 됐다.

문성곤은 “내가 했던 모든 수비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컸다. 근데 KGC와 kt의 수비는 달랐다. KGC에선 내가 누군가를 도와야 했다면 kt는 누군가 나를 돕는 수비를 하려고 했다. (송영진)감독님이 생각하는 수비에 내가 맞추지 못했고 그렇게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감독님이 원하는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고 스스로 변화해야 했다.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달라진 문성곤은 봄 농구 내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성곤이 코트 위에 있었고 현대모비스와 LG는 고전했다. kt는 문성곤의 이러한 존재감을 기대, 거액을 안겼고 그 결과를 냈다. 1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결과로 말이다.

문성곤은 4회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할 정도로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비수다. 사진=KBL 제공
문성곤에게 있어 2023-24시즌은 개막 전부터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올 시즌 내내 그와의 대화에서 항상 들을 수 있었던 건 “올 시즌 정말 잘해야 한다”였다. 그만큼 남모를 부담감이 컸다.

문성곤은 매 순간 고민했고 생각했으며 이전까지 없었던 홀대(?)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최고라는 자존심까지 내려놨다. ‘우승 DNA’를 가지고 온 그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사실도 때로는 기쁨, 때로는 부담이 됐다. 그렇게 자신을 강하게 압박, 극복하면서 온 챔피언결정전이었다.

그래서일까.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순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문성곤이었기에 크게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KGC가 아닌 kt 선수로서 지난 일을 이겨내고 올라섰다는 건 분명 ‘특별했다’.

문성곤에게 남은 미션은 이제 kt와 함께 이루는 우승이다. ‘슈퍼팀’ 부산 KCC는 분명 상대하기 버거운 존재, 송영진 감독과 문성곤 모두 ‘결점이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현재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kt는 올해 봄 내내 치열했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KCC가 왕좌에 오르는 걸 지켜만 볼 팀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문성곤이 있다.

문성곤은 “단기전은 결국 멘탈 싸움이다. 우리도 KCC도 잘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또 하나의 할 일이 생겼고 뿌듯하다(웃음). KCC는 좋은 선수가 많고 모두 가깝다. 그들과 즐거운 경쟁을 하고 싶다. 반드시 7차전까지 가서 내 생일에 우승을 결정 짓고 싶다”고 다짐했다.

문성곤에게 남은 미션은 이제 kt와 함께 이루는 우승이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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