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한국도 일본도 아니라는데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4. 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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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직원이 라면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한국인은 라면을 많이 먹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라면을 더 맛있게 조리하는 각종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시피대로 끓여먹는 것으로 모자라 볶아 먹고 쪄 먹고 생으로 먹고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먹방’을 검색하면 라면이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판매량만 놓고보면 ‘인구대국’ 중국을 제칠 수 없습니다. 세계라면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팔려나간 라면 갯수는 무려 450억 7000만개에 달합니다. 한국은 39억5000만개로 8위에 올라 있습니다.

2위가 인도네시아로 142억6000만개, 3위는 베트남(84억8000만개) 입니다. 4위와 5위를 인도와 일본이 차지하고 있고, 6위와 7위는 미국과 필리핀입니다. 상위권 국가를 보면 인구 1억명이 넘는 인구대국이 즐비합니다. 그러니 인구 1인당 라면 소비량만 보면 한국이 따논 당상으로 1위일 것 같지만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2022년 기준 1인당 라면 소비량이 85개에 달해 77개인 한국을 제치고 ‘라면사랑’ 국가 1위에 올라 있습니다.

1인당 라면소비 1위를 달리던 한국이 베트남에게 ‘왕좌’를 내어준 것은 지난 2021년부터입니다. 베트남 연간 1인당 라면소비량은 2019년 55개에서 2020년 72개로 늘었고 코로나가 극심하던 2021년엔 88개까지 치솟았습니다. 2022년엔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85개에 머물렀지만 한국에 선두자리를 내놓지 않고 여전히 1위자리를 지킨 것입니다.

베트남에는 유명한 몇 곳의 라면회사가 있습니다. 사실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도 시작은 라면이었습니다. 다만 사업을 펼친 곳이 베트남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였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빈그룹 회장인 팜녓브엉은 우크라이나에서 라면사업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뒤 회사를 팔고 베트남에 건너와 빈그룹을 일궜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 DNA에 라면이 깊숙이 박혀 있는 것입니다.

베트남 하오하오 김치라면. [사진 출처=윈마트]
베트남 라면 내수시장은 베트남 현지업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 베트남 국민라면 ‘하오하오’를 만드는 에이스쿡이 점유율 33.6%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SK그룹이 지분투자를 한 마산그룹의 마산컨슈머가 2위(20.8%), 유니벤이 10.2%로 3위입니다.

라면이 맛있기로는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베트남 라면이 인기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선호하는 맛의 기준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 라면은 특유의 새콤한 맛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라면 사이즈보다 훨씬 작은 70~80g의 아담한 양으로 승부합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훨씬 쌉니다. 한국인 취향에 맞게 김치까지 첨가한 하오하오 라면이 현지마트에서 4500동(약 25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라면은 한국에서 생산한 신라면이 2만3000동(1250원), 베트남 현지생산한 오뚜기 진라면이 1만3900동(755원)으로 훨씬 비쌉니다. 지난 2006년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세운 팔도가 KORENO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소형라면 등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10위(1.2%)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엄청납니다. 수입라면만 놓고보면 한국 라면의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지난해 베트남 수입라면에서 한국의 농심과 오뚜기, 삼양 그리고 팔도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은 52.3%에 달합니다. 수입 물량의 절반이상이 한국산 라면입니다.

게다가 팔도의 경우 최근 베트남 남부에 베트남 제2공장을 완공하며 본격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장은 연면적 1만2506㎡ 규모에 라면은 물론 음료생산 공정까지 갖췄습니다. 베트남 동북부에 위치한 1공장과 함께 베트남 국토 전역을 커버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서 만든 라면은 베트남 내수시장에 공급되고 인근 동남아 시장으로도 뻗어갈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메이드 인 베트남’ 팔도 라면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체류시절 경쟁 한국 브랜드보다 저렴한 ‘메이드 인 베트남’ 팔도라면을 여러 번 끓여먹은 기억이 납니다. 베트남 지인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을 당시 다수의 베트남 사람은 ‘베트남 라면과 달리 한국 특유의 맛이 난다’며 호평이었습니다.

철저한 현지화로 인해 가격 격차만 조금 좁힌다면 판매량은 훨씬 늘어날 것이 확실합니다. 전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사랑하는 국가 1위와 2위와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점에서 두 국가는 참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많다는게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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