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진출 국제신문, 4년간의 '다큐 도전史'

김미주 기자 2024. 4. 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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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졸업에세이, 10월의 이름들, 죽어도 자이언츠 등
2020년부터 지역 주요 이슈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지역 일간지이자 다큐 영화 제작사로서 진화 거듭
올해 '김동호' 다큐로 제77회 칸영화제 초정 성과

‘영화 청년, 동호’(감독 김량)가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제77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제작사인 국제신문은 한국 언론 최초 ‘칸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게 됐다.

올해로 창간 77주년이 되는 국제신문은 2020년부터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부산지역의 주요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기획 기사가 되기도 했고, ‘부산사람’의 문화 자체가 되기도 했다. 지역 일간지로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사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지난 4년간의 ‘국제신문 다큐 도전史’를 소개한다.

‘청년 졸업 에세이’ 포스터. 국제신문 제공


▮“탈부산은 청년의 잘못이 아니다”

국제신문이 처음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청년졸업에세이’(2020)다. 국제신문이 2020년 신년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를 영화화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일자리 부족 등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라도 졸업 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 청년들의 유출 문제를 영상의 감각으로 살려냈다.

청년들의 ‘탈부산’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짚고 대안을 함께 고민해 볼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신문과 부산 청년이 모인 제작사 ‘바림’이 공동제작했다. 일간지 기사가 영화화된 건 ‘청년졸업에세이’가 처음이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됐다.

‘10월의 이름들’ 스틸컷. 국제신문 제공


▮카메라 앞에 소환한 부마항쟁의 ‘그날’

이듬해 제작한 ‘10월의 이름들’(2021)은 제26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다시 한번 ‘언론사 제작 다큐’로 화제를 모았다. 2018년 8월부터 21차례 기획기사로 보도된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3’을 모티브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10월의 이름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비교적 덜 조명된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기억을 불러냈다.

부마민주항쟁 당시 대학생·재봉사·전투경찰·금형기술자·노동자·버스기사·광고기획자·사진기자였던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40여 년 전에 일어난 ‘그날’을 마치 어제 일처럼 쏟아내며 “말이 가진 위력을 배가시키는 정공법의 다큐멘터리”라는 평을 받았다.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2021)와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2022)에도 상영됐다. 시네마달이 배급을 맡았다.

‘죽어도 자이언츠’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대호 선수. 국제신문 제공


▮“응답하라, 부산갈매기!”

2022년에는 야구도시 부산,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팬들의 “애증”을 유쾌하게 풀어낸 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를 제작했다. 1975년 실업야구로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부산 야구 40년사를 담았다. 롯데 우승을 목놓아 응원하는 팬들의 애증, 박영길·최동원·한문연·박정태·염종석·이대호 등 전현직 선수와 스태프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교차됐다.

자이언츠 영광의 시즌(1984·1992·1999·2008)과 현재의 영상들은 야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는데, 팬들의 응원가로 사직야구장 전체가 노래방이 되는 ‘사직 노래방’의 영화관 버전이 등장하는 부분도 재밌다. 당시 은퇴를 앞둔 이대호가 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장면은 굵직한 울림을 줬다. 구구필름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고, ‘10월의 이름들’에 이어 이동윤 감독이 연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극장 개봉한 작품으로, 국내 일간지가 제작한 영화가 대형 배급사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영화 청년 동호’ 스틸컷. 국제신문 제공


▮칸영화제도 인정한 ‘김동호’

올해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량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청년, 동호’가 다음 달 개막하는 제77회 칸영화제 칸 클래식 부분에서 공식 상영된다. 영화도시 부산의 초석을 닦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전 이사장)의 영화 인생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세계 최고 권위의 필름 페스티벌인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월드 프리미어)된다.

경쟁 부문인 칸 클래식은 해마다 5, 6명의 주요 영화인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섹션으로, 영화 유산을 기념하는 성격이 짙다. 그간 마이클 더글라스(2023), 장 뤽 고다르(2023), 로미 슈나이더(2022), 제인 캠피온(2022), 루이스 부누엘(2021), 이브 몽땅(2021) 등 영화사에 선명하게 이바지한 저명한 영화인들의 다큐멘터리가 선정됐는데, 한국 영화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호’를 재조명한 김량 감독은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으로부터 “강렬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독창성 면에서 시각적 힘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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