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알레르기성 결막염, 유발물질 피하고 손 깨끗이 씻어야 [ESC]

한겨레 2024. 4. 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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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알레르기성 결막염
곰팡이·꽃가루·집먼지진드기 등
피부항원 접촉검사로 확인 가능
눈곱·충혈…가렵다고 비비면 안돼

눈이 가렵거나 눈의 흰자위가 붉어지는 충혈이 나타나면서 눈곱이 많이 끼는 결막염은 흔히 늦여름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수영장 등에서 물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원인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봄철인 4~5월에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가장 많다. 유발물질 중에는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등 연중 계속 노출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봄철에 특히 많은 미세먼지나 꽃가루 때문에 결막염 증상이 나타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0대 이하가 환자의 3분의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는 월 평균 21만4천명이다. 가을철인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는 월별 환자 수가 평균치에 못 미치지만, 4월에는 환자 수가 약 38만5천명으로 가장 많다. 5월에도 약 26만6천명으로 그 기세가 이어진다. 봄철에 꽃이 많이 피면서 꽃가루가 날리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서 이에 민감한 환자들이 결막염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8~9월에도 환자 수가 많은데, 가을에 피는 꽃들의 꽃가루나 씨앗이 날리면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계절엔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동물의 털이나 비듬, 화장품이나 약품, 풀 등이 유발물질일 수 있다.

나이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결막염 환자의 3분의 1이 10대 이하(9살 이하 19%, 10대 13.4%)다. 아이들의 경우 증상이 조금만 나타나도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기도 하며 아이들 자체가 눈을 손으로 자주 만지는 습관 탓에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환자 수의 4분의 1은 40~50대 중년층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한해 평균 190만6천명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대표적인 유발물질은 봄·가을에 나무나 풀에서 피는 꽃의 꽃가루다. 미세먼지도 유발물질에 해당되며, 집 안에서는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등도 유발물질이다. 또 음식물이나 약품, 화장품, 특정 비누나 세제 등에 과민반응해 알레르기성 결막염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특정 유발물질이 눈의 흰자위인 결막에 닿거나 이를 음식이나 약 등으로 먹으면 결막에서 과민반응이 나타나 가려움증, 투명한 눈곱, 충혈 등이 나타난다. 가려움증의 경우 눈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눈꺼풀 등이 가려운 경우도 있다. 가려움증뿐 아니라 눈곱도 많이 끼는데 바이러스성 결막염에선 노란색인 경우가 많으나 알레르기성에서는 물처럼 색깔이 없을 때가 많다. 흰자위가 벌겋게 충혈되거나 화끈거리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결막이나 눈꺼풀이 부어오르기도 하며, 눈물을 평소보다 많이 흘리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앓으면서 많지는 않지만 코나 목의 염증이 동반되는 사람들도 있다. 또 피부에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아토피나 습진을 함께 겪는 이들도 있다. 이와 함께 쌕쌕거리는 숨소리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천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 증상이 모두 다 알레르기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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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 일광소독, 습도는 50% 이하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대부분의 진단은 환자들이 말하는 증상으로 파악될 수 있다. 특히 봄·가을에 해마다 특정 증상이 나타나면 ‘계절성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볼 수 있다.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등이 많은 환경에서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돼도 마찬가지다. 검사로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진단할 때는 세극등현미경 검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결막의 부종이나 충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인 피부항원 접촉검사도 필요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요법과 회피요법이 있다. 당장 증상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점안제 등이 주요 약물요법 치료인데,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염증에서 비롯된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 가려움증, 충혈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로 눈에 넣는 점안제로 처방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먹는 약으로도 쓴다.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에는 얼음을 얇은 거즈 등에 싸서 눈에 냉찜질을 하거나 찬물로 눈 주위를 씻어주면 증상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급성기 증상은 이런 약물로 좋아지지만, 아토피 등을 함께 앓아 각결막염이 나타나면 시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소금물로 씻어내는 민간요법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방법이다.

유발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은 그 자체로 치료이면서 예방법이다. 피부항원 접촉검사 등을 통해 유발물질을 확인하고 이를 피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꽃가루 등 자연에서 흔한 물질이 유발물질인 경우 피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동물의 비듬, 집먼지진드기 등이 원인이라면 생활 속에서 이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침구를 자주 햇빛에 말리고 털어주거나 침대에 비닐 커버를 씌우는 방법으로 집먼지진드기 등을 줄일 수 있다. 양탄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되도록 애완동물을 집 안에서 키우지 않도록 한다. 꽃가루의 경우 피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해당 꽃가루가 날릴 때 외출을 삼가고, 외출 뒤에는 곧바로 샤워를 하면서 평소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이 필요하다. 손으로 눈을 자주 만지지 않도록 하며 이는 아이들에게도 잘 안내할 필요가 있다. 곰팡이가 유발물질이라면 살균제 등을 이용해 집안에서 곰팡이가 자라지 않도록 청소하며, 습도는 너무 높지 않게 5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증상이 있을 때 안대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자주 바꿔주지 않으면, 안대 안쪽에 묻는 분비물로 인한 세균감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이 권장되지는 않는다. 또 결막염 증상이 있을 때에는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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