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성지’ 성수, 언제까지 힙할까? 상권 성장의 공식 [딥다이브]
서울의 7대 상권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명동, 강남역, 홍대, 가로수길, 청담·도산공원, 이태원·한남, 그리고 성수입니다. 2년 전만 해도 ‘6대 상권’이었는데, 성수가 추가됐죠. 매출 성장률 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상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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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의 시작과 상권 성장 공식
허름한 정비공장과 철공소, 인쇄소가 모인 준공업지역. 성수의 본 모습이죠. 이런 성수의 변화가 시작된 건 2011년입니다. 지금은 성수의 대표 거리가 된 연무장길에 복합문화공간 ‘대림창고’가 문을 열었죠.
상권의 성장엔 공식이 있습니다. 어디든 처음 뜨기 시작할 땐 먹고 마시는 곳, 업계 용어로 F&B(Food and Beverage)부터 들어오죠. 힙한 카페와 식당들이 생겨나면서 주목을 끌고요. 이어 화장품이나 소품처럼 작고 가벼운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 유동인구(트래픽)가 늘고 매출이 성장하면 패션 브랜드가 들어오는데요. 처음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브랜드가 먼저 오지만 점점 대기업, 글로벌 브랜드까지 진출합니다.
뜨는 상권은 많지만, 이 단계를 착착 밟아 성장을 이루는 곳은 드뭅니다. 좀 뜨는 듯하다 마는 곳이 대부분이죠. ‘다음엔 어디가 뜰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예를 들면 경리단길은 예전에 굉장히 핫했고요. 망원동이 갑자기 주목받기도 했죠. 여기저기가 막 뜨는데요. 실제로는 거기에 패션브랜드까지 들어와서 상권이 유지·발전되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에요. 쇼핑할 때 ‘거기에 무슨 브랜드가 있더라’라며 찾아갈 수 있는 상권은 손에 꼽히죠.”
뜨는 상권 중 하나였던 성수는 2019년 블루보틀 1호점이 들어서면서 입지가 확고해집니다. 다만 그때까지도 성수라는 상권은 점으로 이뤄졌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겁니다.
“예전엔 성수라고 하면, 그게 뚝섬역인지 성수역인지 서울숲 옆인지가 모호했어요. 도대체 그 뜬다는 성수가 어디인 건지,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죠. 그런 ‘점’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게 코로나 이후인 2021년쯤이고요. 지금은 연무장길이라는 ‘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프라인 상점의 암흑기였던 코로나 팬데믹에 성수라는 상권은 오히려 도약기를 맞았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그 중심엔 이게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팝업이 만든 넷플릭스 같은 공간
브랜드는 왜 오프라인 팝업을 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쇼핑 비중이 너무 커진 게 그 배경입니다.
“그게 바로 상권을 살리는 재밌는 포인트인데요. 만약 팝업이 없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좀 지루해질 거예요. 그럼 오늘 왔으니 내일 또 와야 하는 게 아니고, 뻔한 거리가 될 텐데요. 성수는 팝업이 주 단위, 일 단위로 워낙 다양하게 열리다 보니까 오늘 놀다 갔지만 내일 또 새로운 게 있고, 다음 달 보면 또 완전히 달라져 있죠. 생동감 있고 더 재미있는 상권으로 유지될 수 있어요.”
그래서 ‘맥락이 없다’, ‘혼란스럽다’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종잡을 수 없는 다양성이 요즘 추세라는군요.
“실제 이 길을 걸으면서 ‘이런 브랜드도 있었어?’라는 질문들 많이 하세요. 아예 간판을 못 읽는, 우리가 몰랐던 온라인에만 있었던 브랜드들이 막 밖으로 뛰쳐나왔거든요. 도대체 여기가 옷 파는 곳인지, 가방을 파는 곳인지, 들어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는 매장들이죠. 다양한 게 공존하는 그런 게 바로 지금 트렌드예요. 딱 ‘이거다’라는 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자기만의 재밋거리를 찾아다니는 거죠.”
팝업스토어는 성수동 부동산 시장을 확 바꿔놨습니다. 아예 팝업 대관만 전문으로 하는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죠. 이날도 여기저기서 팝업 대관용 건물이 공사 중인 게 보였는데요. 팝업은 짧게 공간을 빌리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아닌 사용대차계약을 맺습니다. 이 때문에 상가임대차보호법(1년에 임대료 최대 5% 인상) 적용도 받지 않고,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수요 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최근 성수의 대형 팝업용 공간은 임대료가 하루 1000만원이 넘기도 합니다. 참고로 10여 년 전 평당 3000만원 정도였던 이 지역 땅값은 최근엔 2억~2억5000만원에 달한다는군요.
힙스터 떠나면 성수의 미래는?
“저희끼리도 엄청나게 토론하고요. 마케팅 업계에서도 화두입니다. 지금까진 너무 좋은데, 성수가 더 갈 거냐 말 거냐, 과연 6개월 뒤에 성수에서 팝업을 해도 되느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죠. 그런데 성수만큼 (팝업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이 있느냐면, 아직은 없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좀 더 갈 거고요. 또 팝업이 진짜 마케팅의 큰 축이 됐기 때문에 ‘팝업을 이제 안 할 거야’라는 브랜드도 없죠.”
팝업 말고도 성수의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오피스입니다. 성수동의 오피스 공실률은 0%. 그만큼 수요가 넘쳐나서 곳곳에 오피스 빌딩 올라가고 있는데요. 이미 이곳에 자리잡은 무신사 외에도 젠틀몬스터 본사가 곧 준공예정입니다.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지어진다는 건 상주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주로 소비여력이 큰 젊은 직장인들이죠. 상권의 성장을 따지는 가장 큰 기준은 결국 매출인데요. 그런 면에서 성수 상권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설사 유행이 지나고 힙스터가 떠난다 해도, 직장인들이 밀려올 테니까요.
“상권이 힙한 것과 상권이 성장·성숙하는 건 다른 개념입니다. 힙스터들 입장에선 옛날엔 ‘나만 아는’ 성수였는데, 지금은 모두가 찾아오는 성수가 됐어요. ‘특별함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거고요. 아마 힙하다는 느낌은 결국 줄어들 수밖엔 없을 거예요. 만약 성수에 오피스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힙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순간 갑자기 공실만 남아버릴 수 있겠죠. 하지만 성수는 계속 오피스가 등장하고 상주인구가 늘고 있어요. 상권의 성숙도가 올라가서 안정화되면 매출과 찾는 소비자는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죠.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수의 방향성이 달라질 겁니다.” By.딥다이브
솔직히 취재 전까지는 연무장길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고, 계속 상권이 확장 중이라는 데 또 놀랐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낡은 공장으로 가득했던 성수동이 뜨기 시작한 지 10여 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렸던 성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급부상합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확 커지면서 반대로 오프라인 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상권은 식음료로 시작해 화장품 같은 소품을 거쳐, 패션 브랜드 순으로 단계를 거치며 성장합니다. 성수는 2022년 디올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오면서 ‘팝업의 성지’이자 가장 핫한 상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합니다.
-‘성수가 언제까지 핫할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건 사실입니다. ‘힙함’은 분명히 언젠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성수는 오피스타운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습니다. 힙스터는 떠나도 젊고 소비력 높은 상주인구가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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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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