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안보실장 “한러, 서로 ‘레버리지’ 있어…우크라 전쟁 끝나면 관계 복원”

김경진 2024. 4.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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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 협력 상황에도 한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이른바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지고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양국 관계가 복원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장호진 실장은 오늘(27일) KBS 1TV ‘남북의 창’ 천 회 특집 방송에 출연해 “한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악화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대비해 한러 관계를 관리한다는 그런 프레임은 지금 어느 정도 유지돼 가고 있다”며 “국제 정세 블록화 가속 등 새로운 외생 변수가 없다면 한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습니다.

■ “한러, 서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균형 통해 레버리지 가진 형국”

장 실장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과 관련해선, 러시아는 포탄, 단거리 미사일, 군사장비 등을 받았지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특히 우리가 특별히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러시아가 알고 있고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또 “러시아도 우리 측이 좀 ‘안 해줬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러시아는 우리가 우려하는 핵심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지키며 양국이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장 실장은 “서로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일종의 우려의 균형 같은 것을 통해서 양측이 서로 레버리지 같은 게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제재 동참 등)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러 관계를 완전히 비틀어버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중 어디와 협력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런 균형점을 러시아 측이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중·러 연대 정형화된 상태 아냐…중러 이해도 달라”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움직임과 관련해선,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관계에 교집합이 있는 것이지, 북·중·러 연대로 완전히 정형화돼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 관계는 반드시 같지 않다”며 “중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러시아와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고,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에 대해서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를 두둔하는 모습은 사실”이라면서도 러시아의 경우 군사 지원을 노린 이른바 ‘립 서비스’ 측면이 강하고, 중국도 경제 안정이 중요한 만큼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사고 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 등 도발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 러시아와 소통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북중 관계, 아귀 잘 맞는 느낌 아냐…제한 남아 있어”

북중 관계 개선 움직임과 관련해선,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지정한 만큼 어느 정도 교류는 있을 거로 예상은 하지만, “딱 아귀가 잘 맞는 느낌은 아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인민군 건군 70주년 기념 행사 때 중국 대표단이 러시아 대표단에 비해 홀대당했다는 얘기들이 계속 나왔고,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에 찾은 고위급이 북중 수교 60주년 당시 방북한 원자바오 총리보다 격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장 실장은 전했습니다.

장 실장은 “아직 중국 관광객들의 방북이 재개되거나 국경이 완전히 풀리거나 한 건 아니고, 당분간은 제한사항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 총리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은 하지 않지만, 확실한 건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중국이든 러시아든 북한이 원하는 수준 만큼의 관계 접근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북일 정상회담 지지하지만, 대화 안 열리고 있어”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북한과 일본 간의 대화가 북핵 문제라든가 한반도 정세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 당연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다만 “지금 정확한 상황은 일본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안 열리고 있다”며 “미국과도, 일본과도, 한국과도 대화가 안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 나오는) 한국이 소외됐다는 얘기는 성립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어떤 형식으로 대화가 열리든, 한미일 3국이 그 대화가 북핵 문제나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아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편중 외교 아냐…변화된 국제질서에 맞는 새 좌표 찾는 과정”

한국이 한미, 한미일 관계에 편중한 외교를 하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구축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건 탈냉전 이후 30년간 유지되어온 국제질서의 판이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된 것을 도외시한 생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장 실장은 “지난 30년 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보편적 가치와 규범 기반 질서에 기초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있었다면, 지금은 자기 나름의 질서를 추구한다는 그런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국제 질서 기본판 또는 지정학적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 중국과 북한 간의 접근이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실장은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우리 정책은 편중 외교가 아니라면서 “중국, 러시아와는 바뀌어 진 국제질서의 판에 맞는 새로운 접점, 좌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면서, 중국과도 ‘상호 존중’이란 새 관계를 만들기 위해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북 위협 가장 큰 동인은 내부 결속 …도발 시나리오 계속 점검”

장 실장은 북한이 계속 전쟁 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에 대해선, “가장 큰 동인은 위기감 조성을 통한 (북한) 내부의 결속”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해선,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제한적이라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양상에 대해선 유형별로 나눠 대비 시나리오를 만들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북한이 ‘해상국경선’을 처음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어떤 개념인지 북한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특별한 근거도 없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서북도서에서의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상당히 면밀한 시나리오를 짜서 여러 번 점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여부에 대해선 “전제 조건 없이 열린 입장이며, 북한이 마음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핵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이른바 ‘중간 단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 고위층이 그런 건 없다고 여러 번 확인했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 “북한, 갑자기 통일·민족 부정하지만 우리 정책은 변함 없어”

장 실장은 북한을 향해서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만들어준 건 소련인데, 그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한 게 아니고 빵이 없어서 망했다 하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도 KBS ‘남북의 창’ 프로그램을 면밀히 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방송을 통해 북한당국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요청에 장 실장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또 “북한 당국이 갑자기 통일이나 민족을 부인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을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고 보듬어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장 실장은 “북한 주민들은 최근 북한이 더 이상 남한과 한민족도 아니고 통일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혼란스러울 거라 생각되는데, 남한에 있는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북한 주민들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또 따뜻하게 함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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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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