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 말고 와인전문가입니다…'와인 자격증 시험' 직접 봐보니 [스프]

홍지영 기자 2024. 4.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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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슾] 와인 자격증에 도전하다 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와인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며 마음먹은 지 16년 만에, 드디어 와인 학원 강의실에 앉게 됐습니다. 저와는 달리 젊은(어린?)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고, 배우려 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내가 '물을 흐리는 사람'이 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은 친구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앉아 있던 겁니다.

파리 특파원을 마친 뒤, 은퇴 후에는 프랑스의 와인 스쿨에 와서 공부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서울로 들어왔습니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렀습니다. 아직 기자 생활 마무리까지는 좀 남았지만, 굳이 은퇴를 기다리지 않아도, 굳이 프랑스를 가지 않아도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고, 결국 서울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좌) 수업 장면, (우) 교재


영국에 본원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와인 인증기관(WSET: Wine & Spirit Education Trust)의 서울 분원에 등록을 하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WSET 과정 레벨 1, 2, 3을 듣기로 했습니다. 파리 특파원 시절,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하면서 내가 마실 와인을 사기 위해 와인 라벨 공부도 하고, 프랑스 전역을 다니며 와인 산지도 가봤던 터라 굳이 <레벨 1>부터 수업을 들어야 하나 했는데, 이 학원은 <레벨 2>부터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4가지에서 6가지 정도의 와인 시음을 하는데, 시음 테스트 훈련을 위해서 1부터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레벨 1, 2 통합 과정부터 듣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막상 시험을 보니 오히려 <레벨 1>이 더 어려웠습니다. <레벨 2>는 'Pass with Distinction: 우수 합격, A 학점'으로 통과했는데, <레벨1>은 그냥 'Pass'를 받는 데 그쳤으니까요.

레벨 2 합격증


오히려 쉽다고 생각한 레벨 1이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더 어려웠습니다. WSET 자격증은 레벨 4까지 있는데, 한국에서는 레벨 3까지 획득할 수 있고, 레벨 4는 학위 과정으로 영국 본원이나, 홍콩, 호주 등지에서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학위 과정인 만큼 최소 2년 반의 수업이 필요합니다.

영국 본원 학위 과정 졸업식. 출처 : WSET Global SNS

WSET와 CMS 무엇이 다른가?

제가 와인 자격증 코스에 등록했다고 하니 지인들이 그럼 소믈리에가 되는 거냐고 묻던데요. WSET는 소믈리에가 아니라 와인 전문가 자격증을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와인업계 전반에서 일할 수 있는, 가장 널리 쓰일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합니다.

포도밭 관리, 와인 양조 등을 중점적으로 배워 이 와인이 왜 좋은 와인인지, 왜 비싸게 팔리는지 등을 공부합니다. 와인 라벨을 보고 시음을 통해, 이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어떤 품종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그 품종으로 만들면 어떤 맛이 나는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면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양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그런 과정을 거치면 와인 맛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왜 비싸게 팔리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CMS(Court of Master Sommelier)는 소믈리에가 되려는 사람들이 준비합니다. 와인 서빙과 음식 페어링을 중점적으로 배우게 되는 거죠. 우리가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소믈리에들은 음식에 맞는 와인을 권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시험 난이도는 WSET보다 더 높다고 하네요. 시험도 영어로 보기 때문에, 거의 원어민과 비슷한 정도의 영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합니다. WSET 과정은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CMS 수료자 대회. 출처 : WineVision 홈페이지


제가 선택한 WSET 과정은 1, 2, 3단계를 다 하려면, 단계별로 시험을 보면서 수업 듣는 데만 4~5개월 정도 걸리는 거 같습니다. 수업은 1회 3시간 정도, 주 2회로 돼 있습니다. 시음 테스트와 같이 합니다. 온라인 수업도 가능합니다. 온라인의 경우 시음 키트를 배송받아서 같이 답을 맞춰 보는 형식으로 합니다. 지방에 살거나, 수업 시간에 학원에 오기 힘들 경우 유용한데, 아무래도 시음 테스트는 학원에서 같이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게 요령을 터득하는 데 좋은 것 같습니다.

시음 테스트 요령을 익힌다는 측면에서 수업도 1, 2, 3단계를 듣는 것이 좋은 거 같습니다. 제 경우에도 와인을 비교적 많이 마셨지만, (파리 특파원 시절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으니, 20년 정도 마신 셈입니다.) 와인에 대해 설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에는 맛있는 와인과 맛없는 와인, 나의 예산에 맞춰 가성비 좋은 와인, 이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와인 분류였으니까요.

시음 수업 장면. 출처 : WineVision 홈페이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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