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로 최대주주 바뀐 KT, 소유분산 구조 막내리나

류석 기자 2024.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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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측 경영참여 가능성에 주목
민간 종속돼 통신공공성 훼손 우려
과기정통부 공익성 심사 결과 촉각
최대주주 인가 절차는 생략 전망
KT 광화문 사옥. 사진 제공=KT
[서울경제]

KT(030200)의 최대주주가 2002년 민영화 이후 약 21년 만에 민간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005380)그룹)으로 변경되면서, 그동안 유지된 소유분산 기업 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에 오른 상황이지만, 향후 추가 지분 매입과 경영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 안팎에서는 최대주주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이 KT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국민기업인 KT가 갖고 있던 통신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 당시 약 7개월가량 SK텔레콤(017670)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를 맡아왔으며, 이를 통해 소유분산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KT는 그동안 소유가 분산돼 있는 덕분에 공익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며 통신비 인하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라면서 "현대차그룹 같은 특정 민간기업의 지분율이 강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경영구조가 확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시발점은 2022년 진행된 양 사의 지분교환이다. 당시 현대차그룹과 KT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사업적 협력을 전제로 지분 교환을 단행하면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4.75%, 3.14%의 KT 지분을 확보해 2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난 2일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KT 주식 약 146만 주를 매각하면서,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KT는 지난 19일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변경된 것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익성 심사를 신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심사위원회를 열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국가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의 유지 등을 심사해 공익성 여부를 따질 예정이며, 심사 결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도록 주식 매각을 지시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는 정보통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정부위원 9인과 민간위원 6인 등 15인으로 구성된다.

이번 공익성 심사 신청만으로는 현대차가 최대주주로서 KT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 공익성 심사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 시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그룹이 과기정통부에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 인가를 신청하게 되면 경영권 행사 의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지만, 이것마저도 법적인 맹점으로 인해 해당 절차가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통신사업법 18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되려는 자는 과기정통부에 최대주주 인가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미 지분율 기준 최대주주에 오른 상황이어서 과기정통부에 인가 신청을 진행할 법적인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대주주 인가 신청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되려는 자가 사전에 신청하도록 돼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최대주주가 된 상황이어서 신청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를 통과할 경우 큰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KT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될 전망이다. 통신 업계와 학계에서는 민간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를 통과해 KT의 최대주주를 유지하게 되면, 앞으로 그동안 유지된 소유분산 기업 구조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이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국민연금과의 지분율 차이를 더욱 벌려 확고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KT의 소유분산 구조는 2002년 민영화 당시 동일인 지분 제한이 폐지되면서 법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신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유지돼 왔다.

KT 공채 출신으로 25년간 근무했던 한영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공익성 심사 신청이 형식적인 절차라고 하지만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KT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다시 KT와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분율을 낮췄을 것"이라면서 "향후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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