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탈북민 면담] “경제 전반 붕괴”…“강화된 통제”

KBS 2024. 4. 2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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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제 뒤로 북녘 마을이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이렇게 가까운 북한이지만, 실제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곳 중 하나인데요.

1,000회에 오기까지 <남북의 창>은 이런 북한 실태를 집중 조명하고 주민의 일상을 알리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탈북민들의 증언이 매우 역할을 했는데요.

1,000회를 맞은 오늘 <남북의 창>에선 조금 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하는 사건이 있었죠.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탓에 북한 내부 소식을 듣는 기회도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이들이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언론 최초로 공개되는 동해 탈북민들의 육성 증언!

북한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그야말로 목숨 건 탈출이었습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북한 경비정에) 2시간 30분 추격 당했으니까. 그 추격 속에서 (경비정이) 사격만 하면, 배를 사격하면 우린 죽으니까."]

서른 시간이 넘는 항해와 표류 끝에 도착한 한국.

난생처음 보는 한국인에게'잘 왔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한국 어민이) 속초라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왔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아, 잘 왔다'고 하면서 선장실에 가서 신고를 하더라고요."]

동해로 귀순한 4명의 탈북민은 코로나19 사태와 북한 당국의 강압적 통제가 탈북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코로나 시대에 너무 (북한의) 바닥을 봤으니까 거기서 인식이 다 나빠진 거예요."]

[김지선/2023년 10월 탈북 :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조금만 걸리면 단련대(교도소) 가니까."]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김정은 원수님의 방침인데 (주민을) 그렇게 개 취급을 하라 머리도 못 쳐들게 하라고 했대요. 저 그 말 듣는 순간, 나 여기서 살 필요가 없네. 더는."]

2020년 1월, 북한은 코로나19 비상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걸어 잠갔습니다.

중국과의 공식 무역은 물론 밀무역까지 전면 차단되면서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았습니다.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중국 옷이 5만 원(한국 돈 6천 원)짜리였으면 50만 원(한국 돈 5만 원)으로. 맛내기(중국 조미료) 가격이 2만 원(한국 돈 2천 5백 원)이었으면 1kg에 20만 원, 40만 원으로 오르는 거예요."]

가장 분개했던 점은, 원자재까지 100% 국내산이라고 선전하던 생필품 생산마저 중단됐다는 겁니다.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사실 다 속고 살았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자체 개발, 자체로 생산하는 우리나라라고 뉴스로 엄청나게 떠들었거든요. 진짜로 믿은 거예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국산화를 강조하며 국산품 증산에 주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했고 자체 생산능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중국에서 원부자재가 들어와야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북한 당국이 좀 과장된 선전을 했어요. 100% 북한의 원부자재를 사용한 그런 국산 제품은 많지 않다. 그 현실이 드러난 게 맞아요."]

2022년 5월,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북한 당국은 민간요법에 의지하기 급급했습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해열제가 없어서 국가가 버드나무 잎에 황경피 나무를 섞어 먹으면 열이 떨어진다고 해서 민간요법으로 했는데 그걸 아무리 먹어도 앓을 만큼 다 앓더군요."]

장장 3년 7개월 간 이어진 국경 봉쇄.

북한 경제 전반이 붕괴됐고, 주민들의 삶도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장마당에 여기저기 온통 꽃제비(떠돌이 아이)예요. 음식을 앉아서 먹지를 못해요. (꽃제비들이) 덮쳐서."]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그때 상황에선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주민들이) 한겨울에도 산에 올라서 약초를 캐러 다니고. 5살, 6살짜리 어린아이들도 다 돈을 벌겠다고 산줄기를 타고 했거든요. 정말 좀 비참했던 거 같아요."]

[이한별/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기에 북한 주민들이 치료받아야 하는 것도 치료해 주지 않고 북한 주민에 건강권이라든지 생명권이라든지 자유권이라든지 이동의 자유 침해까지 광범위하게 사회권과 자유권을 지금 침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주민 희생을 기반으로 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희생은 군인들의 몫입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온실농장 역시 군인들의 피와 땀으로 지어졌다는 증언입니다.

[김지선/2023년 10월 탈북 : "코로나19 시기에 (군인들이) 연포 온실농장까지 가서 건설했는데 하루 24시간이면 2시간밖에 못 잔답니다. 그래서 브로크(시멘트 벽돌)를 지고 올라가다 졸면, 꼭대기에서 조금 발만 헛딛으면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대요. 군인들이."]

지난해 8월, 북한이 국경 일부를 열고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하면서 주민들의 형편도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의 실질적인 경제 터전인 장마당을 강력하게 단속, 통제하고 나선 겁니다.

대표적으로 일반 상인들의 곡식 판매가 금지됐고 국가가 식량 공급권을 독점했는데 이후 쌀값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습니다.

[김지선/2023년 10월 탈북 : "시장가격이 (쌀 1kg에) 4천 5백 원(한국 돈 5백 원) 이상 오르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국가가 통째로 장악하고 양곡 판매소를 운영하기 시작하니까 쌀값이 너무나 뛰어오르고."]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쌀 1kg에) 7천 원 (한국 돈 8백 원) 까지 올리고. 국가가 올린 거예요."]

장기화된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이, 모든 재원을 중앙에 집중시키고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떄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물자가 못 들어오고 이동을 못하다 보니까 통치 자금하고 주요 간부들이 착복했던 자금들이 줄어드니까 지금 와서 시장을 옥좨서 자기들이 더 많이 챙겨 먹으려고 하는 거죠. 식량에서 더 많은 것을 뜯어가야 통치 자금이 늘어나니깐 정권 차원에서 식량 가격을 올려버린 거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강력한 사회 통제법을 제정해 단속과 처벌도 강화했는데요.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매번 총살하고, 메모리(한류 영상) 조금 봤다는 말만 들으면 (처벌하고)."]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사형 엄청 많이 했어요. 그것도 제 또래 어린애들. 18살, 19살, 21살. 총살은 우리한테 별로 큰일이 아니에요. 그냥 스치는 소리죠."]

북한은 왜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더욱 압박하는 걸까요?

일각에선 다음 세대로의 권력 세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한별/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 "김정은 시대는 더 충성심이 없죠. 그것을 김정은 스스로도 잘 아는 거예요. 그래서 김주애한테 세습 해주려고 하면 더 통제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주애의 잦은 등장은 되려 주민들의 피로감만 키우고,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게 한다는 평가입니다.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머리단장이나 옷차림이 다 하지 말라는 북한에서 하지 못하게 하고 단속하는 그런 차림으로 나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 딸이라 특권이 있어서 저렇게 해도 되고 우린 저렇게 하면 안 되냐 하는 그런 불만이 있어서 청년들 속에서 첫째로 (김정은 신뢰가) 하락한 거 같아요."]

김주애가 후계자이든 아니든 4대 세습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후계자라면 사람들이 인정 안 해요."]

[김지선/2023년 10월 탈북 :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양은 안 할 겁니다."]

이 역시 북한 주민들의 처한 경제적 어려움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주민 대다수는 김주애의 등장이 과연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는 존재냐 그런 맥락에서 김주애를 보는 거예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지도자라면 김주애를 지지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경제적 어려움과 통제된 생활에서 북한 주민들이 기댈 곳은 은밀히 들어오는 외부 문화뿐인데요.

한류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한국) 드라마 못 본 사람이 없어요. 누가 더 많이 봤냐가 중요한 건데 (한국) 드라마가 마약처럼 사람이 안 보면 안 되게. 한번 보면 계속 끌려 들어가서 다른 걸 또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인기 있는 노래와 가수도 한국의 유행과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최은지/2023년 10월 탈북 : "저는 음악을 되게 좋아해서 임영웅 가수 되게 좋아해요. 트로트 가수잖아요."]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방탄소년단이 제일 북한에서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정도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전파가 잡히는 일부 지역에선 불법으로 구입한 중국산 TV를 통해 한국 방송을 시청하기도 합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6시 내고향>도 보니까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힘들면 힘든 모습 그대로 나오더군요. 아, 이건 (사실) 그대로구나. 그런 것도 보니까 거짓이 없더군요."]

한국에 대한 동경이 커질수록 탈북 열망도 커지기 마련이지만 빠져나올 구멍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김지선/2023년 10월 탈북 : "(국경 지역도) 다 봉쇄했으니까 2m 높이로 철조망을 다 하고 이제는 거의 (탈북) 가능성이 없게 됐거든요. 너무 경계망이 철저한 데다가 여자들은 부둣가에 나가지도 못하게 딱 통제하고 있었으니까 진짜 힘든 상황에서 저희가 출발했습니다."]

지난 6개월, 한국살이를 하며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는 동해 탈북민들.

이들이 낸 목소리는 북한의 현실과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용기였습니다.

[김현옥/2023년 10월 탈북 : "북한 사람들도 (한국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되면 뭔가 변화될 거 같기도 하고."]

[권민철/2023년 10월 탈북 : "이제 다시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하면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살까 하는 그런 생각. 차이가 엄청 심해서 북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여겨지고 안쓰러워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삶을 견뎌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세상 밖을 향한 이들의 외침에, 남북의 창은 앞으로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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