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박관호 리더십 한 달, 무엇이 달라졌나

최우영 기자 2024. 4. 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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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오너 창업자 12년만의 경영일선 복귀
장현국 대표 체제 10년간 쌓인 누적적자에 대한 불만 반영
적자 감내하며 구축한 위믹스 생태계 확장 위해 소통 행보 필요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

17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기성용이 대표팀의 경기력을 비판하는 팬들을 겨냥해 싸이월드에 남겼던 말이다. 물론 팬들이 기성용 수준의 축구 실력을 갖췄을 리 없고, 또 공 좀 찬다 한들 대표팀에 끼워줄 방법도 없다.

그런데 기업을 만든 오너 창업자의 답답함은 당장 해결할 방법이 있다. 자신이 직접 실권을 쥐고 그라운드에 들어가 뛰는 것이다. 24년 전 위메이드를 창업하고, 12년 전 대표직을 사임한 이후 한 발 뒤로 물러섰던 박관호 창업자가 다시금 위메이드 지휘봉을 잡았다. 현장에 복귀한 지 한 달이 지난 위메이드는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을까.
'미르'의 아버지, 1세대 개발자 박관호
위메이드의 대표 IP 미르4. /사진=위메이드
1972년생인 박관호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경영인 출신의 장현국 전 대표와 차이를 보인다. 박 대표는 군 복무 시절 노트에 적었던 게임 기획 아이디어들을 들고 액토즈소프트 창업멤버로 1996년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경영진과 불화를 일으키며 독립해 2000년 위메이드의 전신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위메이드의 평생 먹거리인 미르 IP(지식재산권) 개발의 중추를 맡았다. 대표직을 맡았을 때도, 2012년 대표직을 사임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게임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가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판교의 등대'가 된 배경에는 박 대표의 늦은 퇴근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국민대 컴퓨터동아리에서 코딩을 연마하던 시절 학교를 박차고 나가 현업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자신과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의 학력보다는, 순수한 개발 경력과 실력만 믿고 사람을 뽑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메이드의 아이콘 장현국 대표를 바꾼 이유
장현국 위메이드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관호 대표는 2012년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게임 기획과 개발에만 참여해왔다. 위메이드의 게임을 즐기는 이들과, 위메이드가 주축이 된 블록체인 '위믹스'에 주목하는 이들에게 위메이드의 얼굴은 10년째 '장현국' 전 대표다.

장 전 대표의 대내외 인지도에도 불구,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선 첫 번째 이유는 누적된 적자에 대한 책임론이다. 2014년 장 대표가 취임한 이후 흑자를 거둔 해는 2016년, 2017년, 2021년뿐이었다. 2016~2017년 누적 흑자는 100억원 남짓이다. 2021년 974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는 위믹스 유동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 당시 자체 유동화 정보를 미리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거래소에서 위믹스가 상장폐지되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1104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장 대표 사임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에 "장 대표가 오랫동안 회사 성장에 이바지했지만, (장 부회장의 생각이) 저와 항상 똑같지는 않았고 작년 적자도 컸다"고 전했다.
장현국의 적자, 의도된 '빅배스'일 가능성
/사진=위메이드
장현국 전 대표 시기 위메이드의 적자가 누적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업계에선 위메이드의 적자가 단순히 경영 실패라거나, 먹거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믹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 투자를 하며 P2E(Play to Earn) 게임시장의 선두로 치고 나간 것도 장 전 대표가 주도했다. 장 전 대표는 수년째 연봉 전액을 위믹스 매입에 쓰는 등 '위믹스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장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간담회에서 3분기 흑자전환 이후 4분기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을 예상하며 "지금 당장의 흑자전환이 중요하다면 낼 수도 있지만, 블록체인이 미래라고 믿는 위메이드엔 적절치 않다"며 "그건 지금 먹고살자고 엄청나게 큰 성공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수익보다 성장이 중요한 시기로, 이 과실을 딸 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레벨이 다른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올해는 위메이드가 본격적으로 돈을 버는 해로 인식되고 있다. 위믹스 플랫폼에 100개의 게임이 온보딩 되는 해이자, 중국 시장에서 판호를 따낸 미르4 출시, 나이트크로우 P2E 버전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시작되는 시기다. 일각에서는 박관호 대표가 '추수'의 시기에 맞춰 다시 경영자로 나섰다고 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 전 대표 재임 시절의 적자를 '빅배스(Big Bath)'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빅배스는 '강력한 목욕으로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기업의 경영자가 바뀌기 직전 회계연도에 부실자산이나 적자 등 위협요인을 몰아넣어 처리하는 회계 기법이다. 보통 오너기업에서 후대에 경영권을 넘길 때 쓰인다. 장 전 대표가 지속적인 투자 등으로 쌓인 적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치우고, 오너 창업자인 박 대표 앞에 흑자의 비단길을 깔아놓은 격이다.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위메이드의 박관호'
지난달 29일 위메이드 주주총회에 나선 박관호 대표. /사진=김승한 기자
'박관호의 위메이드'가 올해 보일 모습은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시장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장 전 대표가 사내외에서 '소통의 아이콘'으로 불린 것에 비해, 아직 박 대표는 주주나 위믹스 홀더, 위메이드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에게 다가서지 않고 있다.

이는 위메이드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위메이드 직원은 "위메이드 로고가 새겨진 교복(유니폼)을 입고 판교 사옥을 돌아다니던 장 전 대표와 달리, 박 대표는 여전히 어려운 분"이라며 "아직은 임직원들도 박 대표 앞에서 기탄없이 의견 내기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가 전인미답의 길인 P2E의 선두에 서면서 증폭된 시장의 우려와 임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웠던 건 '교주님'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장 전 대표가 지닌 소통의 힘 덕분이었다"며 "올해 위메이드의 본원 사업이 제대로 궤도에 오르고 흑자로 전환하더라도 소통의 끈을 놓친다면 시장 안팎의 불안감은 적자 시절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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