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한겨레 2024. 4. 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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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안나푸르나 트레킹 입문
3600m 봉우리 ‘물데∼코프라단다 코스’ 4~5일 소요
전망대에서 보이는 8천m급 연봉, ‘렌즈가 다 담지 못하는’ 광경에 짜릿
ABC 코스보다 고도 낮아 수월…시간·체력 모자라도 호젓함 즐길 수 있어
코프라단다에서 경험한 평생 잊지 못할 해넘이. 늘 올려다봤던 해가 아득한 운해 너머 발밑으로 지고 있었다.

떠난다는 말이 이토록 근사하게 어울리는 목적지가 또 있을까. 히말라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슴에 품었음 직한 꿈의 여행지다. 장엄한 설산의 자태를 직접 눈에 담고 싶어도 항상 발목을 잡는 건 시간과 체력, 그리고 돈. 지금까진 다들 그랬을 거다.

올해 초 여유가 생겨 버킷리스트였던 히말라야 트레킹을 알아보다 안나푸르나의 비경을 상대적으로 쉽고 짧게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루트로 붐비지 않는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단 것도 마음에 들었다. 바로 물데(3637m)와 코프라단다(3660m) 두 봉우리를 경유하는 코스다.

지난 1월 중순에 오른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물데 전망대(3637m). 만년설에 덮인 마차푸차레(6997m) 봉우리 앞에서 경외심이 느껴졌다.

경유 비용, 직항편의 절반 이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4130m) 코스는 완주에 보통 7일이 걸리지만 물데와 코프라단다는 4~5일이면 다녀올 수 있다. 앞뒤로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조금 빠듯하지만 일주일 휴가로도 노려볼 만한 일정이다. 에이비시(ABC) 코스보다 해발고도가 낮아 고산병 위험이 덜하고 트레킹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숲과 능선을 오가며 감상하는 설산 풍광은 안나푸르나 지역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으니 초보 등산객의 히말라야 맛보기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지난 1월 중순 중국 청두를 경유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들어갔다. 직항편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70만원대 초반)로 저렴했다. 도착 당일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전초기지인 포카라로 이동했다. 포카라행 국내선 비행기에선 미리 조사한 대로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 눈 덮인 히말라야 고봉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포카라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 우다브(46)와 만났다. 우다브는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베테랑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6년간 일해 한국말도 유창했다. 함께 시내 등산용품점에 들러 침낭과 보조배낭 등 필요한 장비를 빌리고 고산병약 구입, 환전 등 현지 준비를 마쳤다. 저녁을 먹으며 지도를 펴놓고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물데와 코프라단다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다. 일정과 취향에 맞게 가이드와 상의해 이동 계획을 짜면 된다. 우리는 간드루크(1940m)에서 시작해 타다파니(2680m)를 거쳐 타토파니(1190m)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포카라에서 버스를 타고 간드루크 마을로 향했다. 4시간이 꼬박 걸렸다. 현지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프 대신 버스를 택한 건데 비포장 산길에서의 승차감이 말 못할 지경이었다.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에서 디스코팡팡을 타는 것처럼 엉덩이가 의자 위로 날아다녔다.

설산·운해 360도 조망 ‘천혜의 전망대’

로지에서 마시는 달콤한 네팔식 밀크티 ‘치야’.

첫날은 목적지까지 700m가량 고도를 높이는 오르막길. 쉬엄쉬엄 가니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걷다 보면 한두시간 거리마다 로지(산장)가 있어 세수도 하고 따뜻한 치야(네팔식 밀크티)도 마시며 쉬어 갈 수 있었다. 오후 4시쯤 타다파니 마을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침대만 덜렁 놓인 하룻밤 5천원짜리 방은 썰렁할 정도로 단출했다. 대신 고개만 돌리면 창밖으로 마차푸차레(6997m)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차푸차레는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산이다. 코앞에서 보는 물고기 꼬리 모양이 선명한 봉우리에 감탄이 나왔다. 마당에 나와 맥주 한캔을 땄다. 마침 오후 내내 설산을 가렸던 구름이 싹 걷히면서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이 거대한 얼굴을 드러냈다.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 쳤다. 설산이 놀랍도록 가깝게 느껴졌다. 이내 어두워진 하늘엔 별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왔다는 실감에 잠자리에서도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강이나 협곡을 지나려면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똑, 똑, 똑….” 쌓인 눈이 녹아 흘러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산중의 아침을 알렸다. 기분 좋게 트레킹 둘째 날을 시작했다. 이날도 슬렁슬렁 걸었다. “딸랑딸랑~” 마주 오는 당나귀들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에 가끔 마음을 빼앗겼다. 서너시간 만에 숙소가 있는 도바토(3420m)에 도착했다. 오후 2시쯤 늦은 점심을 먹고 30분 거리의 물데 전망대에 올랐다. 널찍한 물데 봉우리는 주변의 설산과 운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다. 서쪽으로 다울라기리(8167m)부터 투쿠체,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까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히말라야 연봉의 행렬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전날 설산을 처음 가까이서 봤을 때처럼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일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감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질리지 않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다.

문득 바람이 잦아들고 주위가 고요해졌다. 석양이었다. 한없이 유순해진 햇빛이 설산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다 멀리 운해 속으로 천천히 스러졌다. 산맥과 그 너머 하늘이 핑크빛에서 연보라색으로, 다시 푸르게 변했다가 잿빛으로 서서히 식어갔다. 하얀 도화지에 물감 칠하듯 산은 그렇게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더니 금세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숙소에 돌아왔다. 이틀간의 산행에 피로가 쌓였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까무룩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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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1원칙 ‘비스타리’

고도가 3천m를 넘어가면 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로지의 방에는 난방시설이 따로 없다. 플라스틱 물병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침낭 속에서 끌어안고 자면 버틸 만하다. 밤새 미지근해진 물은 아침 세숫물이 된다. 샤워는 금물이다. 자칫 체온을 잃으면 감기나 고산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는 식욕이 없어도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게 좋다. 달바트(네팔식 백반)가 입에 안 맞아도 툭파(국수), 텐투크(수제비), 모모(만두) 등 한식과 비슷한 현지식이 많다. 정 매운맛이 당길 땐 채소·닭고기 등이 들어간 볶음밥을 시켜 튜브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어느 정도 해갈이 됐다.

트레커들을 위한 점심 준비에 한창인 단카르카(3026m) 로지의 부엌 풍경.

셋째 날은 이동 거리가 길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산허리를 물고 돌아가는 길의 경치가 좋았다. 발걸음이 가벼워 가이드와 포터를 저만치 제치고 앞서 걷는데 어느 순간 가벼운 두통과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가장 흔한 고산병 초기 증상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제1원칙 ‘비스타리’(네팔어로 천천히라는 뜻)를 잊고 자만한 결과였다. 경유지인 단카르카(3026m) 로지에 도착하자마자 고산병약을 꺼내 먹고 콜라를 들이켰다. 평소 잘 안 먹던 탄산음료가 이날만은 효과 만점이었다. 다행히 속이 뻥 뚫려 다시 걸을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까지는 눈앞의 거대한 산등성이를 넘어야 했다. 급경사 오르막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코너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환상적인 풍경에 홀린 듯 걸음을 위로 향했다.

산허리를 돌아 코프라단다(3660m)로 오르는 길.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8167m)의 우람한 산세에 트레커들은 다시 힘을 얻어 발걸음을 옮긴다.

출발 8시간 만에 도착한 코프라단다의 사방 탁 트인 전망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운해 너머 다울라기리 산군은 지구를 둘러싼 성벽 같았고, 우람한 근육을 뽐내는 닐기리(7061m)의 위용도 압권이었다. 보면서도 믿지 못할 황홀경, ‘눈의 거처’(히말라야의 산스크리트어 뜻)가 거기 있었다. 코프라단다에서 아침저녁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감상하며 인류 최초로 8천m가 넘는 고봉에 오른 프랑스 등반가 모리스 에르조그(1950년 안나푸르나 1봉 등정)의 말을 떠올렸다. “이 불모지에서 느낀 독특한 쾌감을 다른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항공기 VIP석은 ‘오른쪽 창가’

히말라야 트레킹 정보

△비용

산에서 먹고 자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하루 2만~3만원이면 충분하다. 비자와 입산허가증 등 발급엔 10만원가량 필요하다. 트레킹 전후로 머무는 포카라의 물가도 싼 편이다. 한끼 식사비용은 3천~5천원선, 온수가 잘 나오는 깔끔한 호텔도 1박 2만~3만원에 구할 수 있다. 환전은 시내 환전소 어디나 환율이 비슷하다. 달러는 물론 원화도 네팔 루피화로 환전 가능하다.

△항공

대한항공 직항편(인천~카트만두)이 편도 6~7시간으로 제일 빠르지만 가격이 100만원 중후반대로 비싸다. 에어차이나 등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면 70만원대로 저렴하다. 경유지(청두 등)에서 1박해야 하지만 숙박과 교통편(공항~호텔 왕복)도 무료 제공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용해볼 만하다.

△준비물

짐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침낭, 스틱, 아이젠 등 거의 모든 장비는 현지 등산장비점에서 저렴하게 사거나 빌릴 수 있다. 한국에서 꼭 챙겨 가야 할 건 발에 잘 맞는 질 좋은 등산화 정도다. 미리 며칠 신어보고 길들이면 더 좋다.

△꿀팁

카트만두 입국 시 비행기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으면 착륙 직전 마칼루·로체·에베레스트·초오유 등 히말라야 8천m급 고봉들을 코앞에 내려다보며 갈 수 있다. 카트만두∼포카라 국내선 이동 때도 오른쪽이 ‘설산뷰’ 좌석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포카라에선 패러글라이딩을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약 6만원)에 즐길 수 있다.

가이드와 포터, 꼭 필요할까

가이드 우다브(오른쪽)와 포터 구룽(왼쪽).

젊은 혈기에 혹은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에 조력자 없이 히말라야에 오르는 이들이 간혹 있다. 네팔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외국인 트레커의 히말라야 입산 시 가이드 또는 포터 동행을 의무화했다. 가이드는 길 안내와 주변 설명(역사·문화)뿐 아니라 돌발상황(부상·고산병·산사태) 대처 등 여러모로 유익한 조력자다. 보험으로 생각하고 동행하는 게 좋다. 무거운 짐을 들어줄 포터 역시 산행의 질을 좌우한다. 몸이 힘들면 멋진 경치를 봐도 사진 찍을 맘조차 안 생긴다. 포터에게 큰 짐을 맡기고 가벼운 보조배낭만 메고 이동하면 주변 풍광과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어 여행이 풍성해진다.

네이버 카페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회원수 6만2천여명)에서 검색·문의하면 정식 라이선스가 있는 현지 여행사 목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해야 문제 발생 시 해결이 수월하다. 1일 기준 가이드와 포터 비용은 각각 3만원·2만원 안팎이다. 여성 트레커라면 여성 가이드·포터를 요청할 수 있다. 한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여행사(가이드)들은 대개 카카오톡으로 한국어나 간단한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 미리 등반 일정을 상의하고 트레킹에 꼭 필요한 ‘안나푸르나 보존구역(ACAP) 퍼밋(입산허가증)’과 ‘트레커 정보관리시스템(TIMS) 카드’를 발급받으면 좋다. 필요한 경우 국내선 항공과 호텔 예약 등도 부탁할 수 있다.

글·사진 김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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