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불청객 '알레르기' 원인·진단·치료의 모든 것

조현영 기자 2024. 4.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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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양이를 껴안으면 눈물이 나고, 봄날만 되면 자꾸 콧물과 재채기가 나고, 우유를 마시면 온몸이 간지러우면서 두드러기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알레르기는 왜 생길까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음식 알레르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2020) 제공

● 증상도 원인도 천차만별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들과 싸우는 세포를 통해 몸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를 면역 반응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리 몸은 가끔 몸에 해롭지 않은 물질을 해로운 것으로 착각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몸 곳곳에 염증이 일어나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알레르기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은 먼지나 진드기부터 곰팡이, 꽃가루, 음식, 동물의 털 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만큼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도 무척 많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21명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0~19살 어린이청소년은 100명 중 45명이나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죠.

같은 알레르겐이라도 물질의 양과 농도, 접촉 횟수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 어릴 때부터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른이 된 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죠. 

이승효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면 비슷한 물질에도 갑작스럽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새우 알레르기가 있으면 새우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바닷가재, 게를 먹었을 때도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일상 속 알레르겐- 아파트에서 흔히 발견되는 진드기와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많다.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바퀴벌레와 곰팡이 알레르기는 매우 적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막힘, 두드러기, 가려움입니다. 강성윤 가천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장기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아나필락시스(갑작스럽게 온몸에 가려움, 두드러기, 쌕쌕거림, 호흡곤란,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처럼 온몸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내 몸에는 어떤 알레르기가 있을까

집에 왔더니 부모님도 봄만 되면 재채기가 난다며 코를 훌쩍이고 계셨어요. 알레르기도 유전이 되는 걸까요.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알레르기가 생기는 과정

알레르기는 주변 환경과 유전의 영향을 모두 받아서 생깁니다. 특정 알레르기를 일으킬 유전자가 있어도 살면서 그 물질을 접할 일이 없다면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죠. 오지윤 서울의료원 알레르기내과 과장은 "알레르기 체질이 아니어도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알레르겐이 몸에 들어가면 면역세포가 이것이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판단해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은 이러한 면역세포의 판단에 영향을 주죠. 알레르겐을 해로운 것으로 판단한 면역세포는 항체를 만듭니다. 항체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비만세포와 만나고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들을 뿜어냅니다.

알레르기 반응은 어떻게 일어날까.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내 알레르기 찾는 방법은

알레르기 원인을 알 수 있는 검사는 두 가지입니다. 피를 뽑아서 피 속 항체(IgE, 면역글로불린E)의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 검사, 여러 알레르겐 액체를 등이나 팔에 떨어트리고 바늘로 살짝 찔러서 피부의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단자검사가 있어요.

혈액 검사는 바늘을 한 번만 찌르면 되어서 간편하지만 비용이 다소 비싸고 결과가 나오는 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피부단자검사는 30분 안에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요. 피부의 반응을 보기 때문에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바늘로 피부를 여러 차례 찔러야 해서 어린이가 받기에는 조금 아플 수 있어요.
 

○  알레르기 치료할 수 있을까.

걸핏하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흐르니까 정말 불편해요.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까요.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없을지 알고 싶습니다. 

알레르기 어떻게 치료할까. 어린이과학동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약이 있어도 알레르겐은 위험해!

알레르기 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히스타민을 막아주는 항히스타민제, 다른 하나는 염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스테로이드제예요.

항히스타민제는 비만세포가 뿜어내는 히스타민을 막아서 알레르기 반응을 줄입니다. 비염과 두드러기, 가려움,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이 나아지게 해 주죠. 스테로이드제는 세포의 활동을 막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나 두 종류의 약 모두 알레르기 반응의 정도를 누그러뜨릴 뿐 완벽한 치료제인 것은 아닙니다.

한편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오말리주맙이라는 성분으로 만든 '졸레어'를 음식물 알레르기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공동연구팀은 180명의 땅콩 알레르기 환자에게 오말리주맙을 5개월 동안 꾸준히 먹게 했어요. 그 결과 환자의 67%가 알레르기 증상이 약해졌습니다. 

그중 44%는 땅콩을 25개나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죠. 연구팀은 우유 알레르기와 달걀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도 동일한 실험을 했어요. 우유 알레르기 환자의 66%, 달걀 알레르기 환자의 67%가 알레르기 증상이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음식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인 호주 로열의대에서도 오말리주맙과 같은 음식 알레르기 치료제를 연구 중입니다.

알레르기치료 팩트체크. 어린이과학동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문가들은 그래도 알레르겐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알레르겐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결국 약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낫게 해주는 것뿐이기 때문이죠. 박중원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효과는 있지만 증상을 없앨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음식물 알레르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 하더라도 알레르겐인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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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4월 15일, [특집] 근질근질, 푸헤취~! 알레르기를 조심해

[조현영 기자 4ever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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