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등 내부통제 강화했지만…금융사고 직접 제재는 아직

김형섭 기자 2024. 4.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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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105억 배임 계기 모범규준 등 마련해 내부통제 강화
금융당국 직접 제재 조항 마련한 여전업법은 국회 논의 진척 없어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지난해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105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했지만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직접 제재는 여전히 불가능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사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를 가능케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지만 21대 국회 임기 내에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제재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전업권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위한 모범규준 제·개정 작업을 모두 완료하고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

제·개정된 여전업권 모범규준은 ▲표준내부통제기준 ▲중고차금융 영업관행 개선 가이드라인 ▲제휴서비스업체 선정 및 관리 가이드라인 ▲금융사고 예방지침 표준안 등 총 4가지다.

제휴사와 협업이 많은 카드사, 자동차금융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캐피탈 등 여전업권의 특성을 반영해 금융사고 취약부문에 대한 통제장치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예컨대 내부통제와 관련해 이사회, 대표이사, 내부통제위원회, 준법감시인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했으며 임직원의 겸직현황 주기적 관리,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방지, 이해상충 발생 우려 업무 관리 등을 준수사항으로 규정했다.

제휴업체 선정은 일선부서에서 임의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통제부서가 합의결재토록 하고 제휴업체의 기본 자격요건 기준을 사전에 마련해 평가토록 했다. 고위험업무의 직무분리와 순환근무 및 명령휴가제 도입, 임직원 1% 이상의 준법감시 인력 배치 의무화 등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장치들과 PF대출과 여신업무 관리·통제 등도 강화했다.

금감원이 이같은 여전업권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잇딴 금융사고 속에 롯데카드에서도 100억원대의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롯데카드 직원 2명은 부실한 협력업체와 제휴계약을 체결해 회삿돈 105억원을 지급한 뒤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돌려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검사에서 롯데카드는 내부통제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외부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해 내규로 구매담당 부서가 협력사 조사 및 참여대상 협력사를 선정하고 부문장 전결을 받도록 했지만 구매부서가 아닌 요청부서가 구매절차를 진행했고 부문장 전결을 받지 않고 신규 협력사를 추가하거나 입찰설명회를 생략했다.

또 긴급한 사업을 추진할 때만 수의계약을 실시토록 한 내규와 달리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외부 협력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외부 협력업체와 계약 체결시에 관련 프로모션 기간(3년)보다 장기의 계약기간(5년)을 설정하고 계약 자동갱신조항을 마련해 프로모션 기간보다 길게 계약체결이 가능하게 하는 등 계약 체결 단계의 내부통제도 부실했다.

그럼에도 배임 혐의 직원에 대한 검찰 고발 외에 금융당국의 제재는 행정지도 성격인 경영유의에 그쳤다. 금융사고를 낸 당사자는 물론이고 경영진 등 내부통제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직접 제재는 없었다.

이는 해당 업권법에 제재 근거가 있는 은행, 저축은행, 증권, 보험 등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여전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을 하거나 대출을 부실하게 취급해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면직, 정직, 감봉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근거가 마려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사는 업권 특성상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예탁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횡령과 같은 대규모 사고는 대체로 고객 돈인 예탁금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관련 제재 조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봤던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직접적인 제재 근거가 마련된 저축은행 업권 등과 달리 현행 여전업에는 관련 조항이 없어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 등에 대한 제재를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롯데카드 사고를 계기로 여전사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과 관련한 법률상 제재 근거 마련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의원입법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여전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여전사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제재 근거 조항이 없는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제재 권한을 명시한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도 함께 제출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가 오랜 기간 공전하면서 해당 개정안들은 지난 2월 말 법안심사소위원회 회부 이후 진척이 없다.

특히 21대 국회 임기가 5월 말까지로 불과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고 총선 이후 입법 동력도 급격히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장기간 제재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전업법 등의 개정 필요성에는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5월에 국회가 열리면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해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기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추진할 게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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