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를 가다] ② "영화로 세상 보기"…곡성 삼기초

형민우 2024. 4. 27.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 담은 영화로 '제1회 달팽이 영화제' 개최
작은영화관 등 지역사회 도움…올해는 '생태' 주제 다큐 제작

[※ 편집자 주 = 학령 인구 감소로 농어촌학교는 물론 도시 일부 학교도 갈수록 학생 수가 줄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학교가 사라지면, 그 지역의 소멸 속도도 빨라집니다. 학교가 있어야 지역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은 학교는 전교생 숫자가 60명 이하인 곳으로 폐교 위기를 딛고 저마다 특색있는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도시 학생들의 유학을 유도하는 등 지역사회와도 함께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광주와 전남지역 대표적인 작은 학교 7곳을 살펴보고 이러한 교육·사회적 성과들을 확산하기 위한 전문가 조언 등을 소개합니다.]

제1회 달팽이 영화제 모습 [곡성 삼기초등학교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곡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지난해 12월 8일 전남 곡성군 작은영화관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만든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전교생이 26명인 곡성 삼기초 학생들이 준비한 제1회 달팽이 영화제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작품 3개가 스크린에 걸렸다.

유치원생과 초등 1∼3학년의 학교생활을 담은 '꿈꾸는 새싹'은 텃밭 체험과 현장 체험학습 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자율동아리 영화부에서 제작한 학생성장 다큐멘터리 '삼기다큐190일 신나는 학교'는 주인공 은채가 친구들과 친해지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찍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4∼6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와 촬영까지 맡아 제작했다.

학생들이 만든 영화에는 시골 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과 쾌적한 교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등 작은 학교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작은 학교 특성상 학년 구분 없이 어울리며 울고 웃는 일상사도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보여줬다.

학부모를 비롯한 관람객들은 아마추어 학생 감독과 출연 학생들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영화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해 영화 제작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삼기초 영화부의 제작 방향을 공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텃밭 체험활동하는 학생들 [곡성 삼기초등학교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제작에 참여한 임하준(당시 5학년)군은 "우리가 만든 영화가 영화관에서 실제로 상영되는 게 신기했고,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고 합이 맞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삼기초가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찍게 된 것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1922년 개교한 삼기초는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속하게 줄기 시작해 코로나 이후에는 30명대 아래로 급감했다.

올해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으로 3명이 전학을 와 27명이 됐다.

삼기초는 텃밭 체험을 비롯해 작은 학교만의 강점을 살린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다 지난해 전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영화 제작에 나섰다.

지도교사인 한상모씨는 "삼기초는 곡성에서도 학생 수가 가장 적어 걱정이 큰데 학교와 학생들의 활발하고 생생한 모습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이들도 처음 해보는 촬영이라 생소하게 생각했지만 대형 스크린에 자신들의 작품이 상영되자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도움도 컸다. 곡성 작은영화관은 장소 대관뿐 아니라 영화관 상영에 맞게 영상도 편집을 해줬다.

영화 시사회를 위한 안내판을 제작하고 무대도 지원했다.

도교육청은 영화 제작을 위해 강사비 등 800만원을 보탰다.

영화 제작에 나선 학생들은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섬진강 마을영화제와 곡성 연극단 공연 등을 관람했다.

동아리 활동하는 학생들 [곡성 삼기초등학교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여름방학에는 '여름 마을 생태·영화캠프'에 참가해 카메라 촬영·편집 등 기초적인 영화 제작도 배웠다.

올해는 '생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지역사회·마을학교 등과 연계해 청정 자연 속에 살아가는 작은 학교 학생들의 모습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도 담을 계획이다.

신미정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교실 바닥에 난방이 들어오고 문만 열면 바로 운동장에 나갈 수 있고 카페처럼 구성돼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며 "전교생이 60명이 돼 문을 닫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학교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