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말이 씨가 돼 인생 꼬이는 한동훈, '자체 발광'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데요.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에 'NO'라고 선언했고, 낙선자 오찬도 가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입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지금까지의 윤·한 갈등을 소환해 보고 한 위원장의 홀로서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해 보죠.
◇한동훈 사실상 마이웨이 선언
한 전 위원장이 지난 19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제3자를 통해 연락한 것도 그렇고, 한 전 위원장이 식사 요청을 단칼에 거부한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은 지난주에 비대위원들과는 만찬을 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검사 시절 좌천됐던 때를 언급하면서 "이런 시간에 익숙하다,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내공을 쌓겠다"고 말했다는 합니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 만찬에는 참석하고 윤 대통령과의 오찬은 거절한 것인데요. 결국 마이웨이를 선언했다고 보면 됩니다. 윤 대통령에 의존하는 '반사체' 이미지를 털어내고 '자체 발광'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앞으로 전당대회와 그 이후 대선까지 고려한 '한동훈 식'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는 지난 2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선 이후 차기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기든 지든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는가"라면서 "그때 인생은 그때 생각해보겠다. 인생 자체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놔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말대로 인생이 좀 꼬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올 들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 이종섭·황상무 사건, 의대 정원 문제 등을 놓고 총 3차례 충돌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3가지 총선 쟁점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거부하면서 갈등을 유발했죠.
한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비대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총선 이후에는 관계가 더 악화됐다고 합니다. 박근혜와 유승민, 안철수와 이준석의 관계와 비유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동훈 책임론'은 윤·한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어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한 전 위원장을 겨냥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 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을 만난 이후 더 강도 높게 한 전 위원장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국민의힘 인사들의 반응과 함께 1-3차 윤·한 갈등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그건 한 위원장이 잘못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김경율 비대위원인가요? 금요일에 연락해서 월요일에 점심 먹자고 그러는 건 그게 예의가 아니다 이런 취지로 얘기한 걸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의 시간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기에 맞춰주는 게 예의입니다."(23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어쨌든 한 위원장이 못 가게 된 것은 이래저래 오해, 억측 이런 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아쉽게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대통령 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한 생각이 좀 있을 수도 있을 거고. 또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또 필요한 그런 것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2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강승규 홍성예산 당선인-"건강상 이유도 있을 수 있고요. 또 만나는 시점도 적절하지 않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지금 뭔가 어떤 입장 또는 어떤 얘기를 하기가 자기로서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2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원 민주당 해남완도진도 당선인 -"이번은 원체 잘못한 거예요. 윤석열, 김건희, 검찰 정권을 심판한 거 아니에요? 그러나 한동훈 위원장도 거기에 너무 복종만 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 윤·한 갈등이 있다고 하는데 세게 이건 아니다 하면서 뚫고 나오면 길이 있고 지금처럼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면 길이 없고."(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나경원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당선인-"우리 정치문법에는 사실은 금요일날 아침에 걸어서 오찬을 하자 그래도 웬만하면 결국 대통령 스케줄에 저희가 맞춰드리는 것이 보통 예의라고 생각들 하거든요. 그래서 그거는 좀 정치를 떠나서 그 변명은 좀 좋지 않았다."(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①1차 윤·한 갈등-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의 첫 번째 충돌은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김 비대위원이 지난 1월 17일 JTBC 유튜브에 출연해 김 여사 명품백 수수를 설명하면서 "마리 앙뚜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라고 말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죠. 한 위원장도 바로 다음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격노했고 이관섭 비서실장이 지난 1월 21일 서울 모처에서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반발하자 얼른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죠. 두 사람은 지난 1월 23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손을 잡았는데요. 한 위원장이 90도 폴더인사를 하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②2차 윤·한 갈등-이종섭 전 호주 대사의 출국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이 두 번째 충돌을 불러왔습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한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두 사람의 거취를 결단할 것을 요구했고, 대통령실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을 키웠습니다. 대통령실은 사흘 뒤 황 수석의 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을 발표했고 결국 이 대사도 사퇴했습니다.
여기에 친윤(친 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순번 배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친한(친 한동훈) 장동혁 사무총장이 이를 반박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습니다. 이 의원은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의 순번이 당선권 밖인 24번으로 밀리자 이를 사천으로 규정했고, 윤 대통령은 결국 측근인 주 위원장을 민생특보로 임명해 버렸습니다.
③3차 윤·한 갈등-두 사람은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습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을 고집한 반면 한 위원장은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죠.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2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2000명 증원을 고수했고,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지원유세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불통'이미지만 고착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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