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안감? ‘투수+지명타자 겸업’ 오타니가 외야에 선 의미는?[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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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타니가 변신을 준비하는 듯하다.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4월 26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외야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처음 실시한 외야 훈련이다.

다저스는 24-26일 워싱턴 원정 3연전을 치렀다. 오타니는 원정 마지막 날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캐치볼과 외야 수비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착용한 글러브는 오타니가 스프링캠프 기간 새로 제작한 것이다. 오타니는 외야수용 글러브와 1루수 미트를 새로 제작했다.

야수용 글러브를 새로 마련한 것이 단순히 취미생활을 위한 것일리는 없다. 결국 야수 출전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캠프 당시 글러브를 새로 제작하며 "야수로 출전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일본 무대에서는 외야수로 뛰기도 했다. 일본에서부터 투타를 겸업한 오타니는 투구 이닝이 많지 않았던 커리어 초반에는 외야수로 출전하기도 했고 선발등판한 뒤 투구를 마치고 외야수로 경기에 남기도 했다. 하지만 빅리그 진출 후에는 외야에서 단 8.1이닝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1루수로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에서도 뛴 적이 없다.

물론 당장 출전은 불가능하다. 투구는 아니지만 수비에 나서는 야수 역시도 송구를 해야한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만큼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당연히 수비에 나설 수 없다. 물론 통상적으로 투수 등판보다 야수 수비를 위한 회복 기간이 더 짧은 만큼 투수 복귀에 앞서 수비 출전을 할 가능성은 있다.

중요한 것은 오타니가 수비 출전을 생각하는 이유다. LA 에인절스 시절 외야수로 8.1이닝을 소화한 것은 모두 '오타니 룰'이 생기기 전인 2021년의 일이다. 2022년부터는 오타니를 위해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도 지명타자로 남을 수 있도록 새 규정까지 도입된 만큼 지명타자가 아닌 야수로 뛰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수술 여파로 올시즌에는 등판이 불가능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투타 겸업으로 복귀할 예정인 오타니다. 하지만 오타니가 팔꿈치에 칼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는 7월이면 30대에 접어드는 나이와 이전의 부상 경력 등을 감안하면 오타니의 투타 겸업이 영원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술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다시 한 번 부상을 당한다면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면 오타니는 그저 지명타자일 뿐이다.

아무리 오타니가 야구 외적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소위 '브랜드 가치'가 어마어마한 스타라고 해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면 야구장 안에서는 그저 지명타자다. 선수의 가치에서 포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수비에 기여하지 않는 순수한 지명타자는 당연하게도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선발투수가 불펜투수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센터라인'을 지키는 선수들이 코너 야수들에 비해 가치가 높은 것도, 지난 10년 동안 빅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특급 지명타자'였던 넬슨 크루즈, J.D. 마르티네즈는 물론 나이가 오타니보다 어린 요르단 알바레즈(HOU)조차도 연봉이 정상적으로 수비를 소화하는 스타들에 비해 낮은 것은 그 때문이다.

시즌 6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중견수까지 소화하는 애런 저지(NYY)의 연봉이 '고작' 4,000만 달러인데 오타니가 시즌 100홈런 250타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직 지명타자인 선수에게 무려 연봉 7,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돈을 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아무리 오타니가 역대급 '디퍼'를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같은 '지명타자'라면 오타니에게 매년 7,000만 달러를 주는 것보다 알바레즈에게 연평균 3,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오타니의 수비 출전 준비는 결국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물론 오타니가 워낙 준비성이 뛰어난 성격인 것 때문일 수 있지만 오타니 스스로도 마운드에 계속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옅어지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프시즌 오타니의 외야 기용에 대한 이야기가 팀 내부에서 있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다저스 구단 역시도 오타니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오타니가 프로스포츠 역사를 새로 쓰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투타 겸업' 때문이었다. 과연 오타니가 언제까지 투타 겸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오타니의 수비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과연 무엇일지 앞으로의 일이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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