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쥬도 한 순간에 떠났어요"…집사 울리는 '볼트모트 사료'[영상]

김지은 기자 2024. 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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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9월, 한모씨 부부는 경기도 광주의 한 길거리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한씨는 고양이에게 비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5년 동안 잔병치레 없이 귀하고 건강하게 키웠다.

한씨 역시 4일 동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 전문 병원 3곳을 찾았지만 모두 거부 당했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 23일 고양이 사료 중고 거래와 나눔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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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성질환, 숨지는 반려묘 증가…"막연한 추측·공포 지양, 이상증세 시 제품 폐기하지 말고 병원 찾아야"
한모씨 부부 반려묘 비쥬가 지난 20일 병세가 악화된 이후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 /영상=독자제공


지난 2018년 9월, 한모씨 부부는 경기도 광주의 한 길거리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주먹 크기보다 작은 고양이는 버려진 채 울고 있었다. 한씨는 고양이에게 비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5년 동안 잔병치레 없이 귀하고 건강하게 키웠다. 비쥬는 프랑스어로 작고 귀여운 보석이라는 뜻이다.

비쥬에게 이상함을 느낀 것은 지난 20일부터였다. 시름시름 앓더니 힘없이 방석 위에 누워만 있었다. 좋아하는 간식을 봐도 제자리에 있었다. 구토를 하고 침을 흘리는데 피도 섞여 있었다. 깜짝 놀란 한씨가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한 결과, 간 수치, 신장 수치, 염증 수치가 기준치보다 100배 올라 측정 불가능했다.

비쥬는 지난 24일 더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불과 4일 만에 벌어졌다. 갑작스런 죽음에 한씨는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그는 "비쥬는 우리에게 가족 그 이상의 존재였다"며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한탄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고양이, 왜 하늘나라로 떠났나… 속수무책에 한숨 푹

왼쪽은 한모씨 부부 반려묘 비쥬가 지난 20일 병세가 악화된 이후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 오른쪽은 비쥬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의 모습. /사진=독자제공

의료진에 따르면 비쥬의 병명은 급성 질환. 일명 '고양이 괴질'로 불리며 몸 안에 근육들이 녹으면서 호흡 곤란이 오는 병이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식욕 부진, 기력 저하, 혈뇨 등이 있다.

최근 비쥬처럼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떠난 고양이가 늘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급성 질환을 앓는 것으로 집계된 고양이는 총 368마리였다. 숨진 고양이는 121마리에 이른다.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보호자들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특정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비쥬 역시 3주 동안 특정 사료를 먹었다. 제조 날짜는 올해 2월이었다.

고양이 급성 질환은 치료도 어렵다. 한씨 역시 4일 동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 전문 병원 3곳을 찾았지만 모두 거부 당했다. 이런 케이스를 치료한 적이 없어 안락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종을 조사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30건 이상의 사료를 추가 검사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여전히 되파는 사료… 두려움 떠는 집사들

한모씨 부부 반려묘 비쥬가 증상 초기에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영상=독자제공

명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양이 집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 2년 동안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장영호씨는 "사료를 구매할 때 일부러 제조 날짜를 비교해서 구매하게 된다"며 "성분도 꼼꼼하게 보게 되고 미리 구매 후기도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된 고양이 사료들은 '볼드모트 사료'라고 불린다. 볼드모트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이름을 거론하면 안되는 존재'로 나온다. 보호자들은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명 대신 영화 캐릭터 이름을 붙였다.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문제가 된 사료를 되파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 23일 고양이 사료 중고 거래와 나눔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근은 규정상 개봉하지 않고 소비 기한이 남은 사료를 거래할 수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생산·판매 금지조치는 사료관리법에 따라 유해물질 등 특이사항이 발견돼야 할 수 있다"며 "현재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제품명과 제조사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려묘 행동 전문가인 수의사 김모씨는 "막연한 추측과 공포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반려묘가 이상 증세를 보이면 해당 제품들을 폐기하지 말고 밀봉한 뒤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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