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공연 1분 만에 매진…당근서 74만원에 판매 [이슈+]

김희원 2024. 4. 2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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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공연” 기대했는데 티켓 오픈 즉시 매진
‘매크로 암표 처벌’ 개정법 비웃듯 여전히 기승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다음 달 고양 아름누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이모(42)씨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집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올라서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남편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까지 표현하며 이씨에게 “꼭 티켓팅에 성공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씨는 예매창은 구경도 못 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티켓 오픈날이었던 지난 2일 오전부터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기다렸지만, 오후 2시가 되자 예매 페이지가 먹통이 되었고, 겨우 연결됐을 때는 이미 매진 알림이 뜬 후였다. 이씨는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 며칠 뒤 지역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해당 공연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래 1매 18만원인 R석을 2매(연석) 74만원에 판다고 했다. 가격을 두배 올린 셈이다.

당근마켓 앱에 올라온 ‘정명훈 &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조성진 협연’ 공연 암표 내용. 원가 18만원짜리 R석을 2장 74만원에 판매한다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
글쓴이가 파는 표는 두 장만이 아니었다. 같은 R석을 위치별로 분류해 2매씩 68만원, 72만원, 74만원에 내놨다. 또 “입금 전에는 좌석을 알려줄 수 없고, 당일 현장수령해주겠다”면서 “안전결제는 안 되며 바로 구매할 사람만 연락 달라”고 했다. 명백한 암표였다.

아쉬움이 컸던 이씨는 이 표라도 살까 싶어 남편과 상의했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사기가 아닐까 의심도 됐고, 또 그렇게 공연을 본들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너무나 아쉽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부끄러운 일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면서 “정부에서 암표를 근절하겠다고 했는데 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행태가 사라져 정말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표를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고양시 맘카페에는 이 공연의 티켓팅에 실패한 사람들의 사연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2분 만에 접속됐는데 매진이었다”고 했다. 길어야 1분여 만에 표가 매진됐다는 소리다. “딸과 함께 시도했는데 둘 다 실패했다. 오후 내내 울적했다”, “도대체 1000석이 넘는 좌석이 눈 깜짝할 새 매진되는 공연은 어떻게 예매에 성공할 수 있냐” 등 분노도 쏟아졌다.

고양아람누리 홈페이지의 공연 예매 페이지. 가장 비싼 좌석이 18만원이다. 독자 제공
25일 세계일보 확인 결과 중고거래사이트 ‘중고나라’에도 이번 공연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 10일 전북 익산공연과 11일 경기 고양시 공연 모두 표를 원가보다 적게는 5만원대에서 많게는 두배까지 올려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2연석을 골라 구매할 수 있다는, 조직적 암표상으로 의심되는 글도 있었고, 따로 떨어진 좌석을 한 두 장씩 파는 개인처럼 보이는 글도 있었다. 자신의 “판매 이력과 후기를 확인하라”며 신뢰감을 주려는 판매자도 보였다. 어쨌든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가격을 높여 표를 되파는 것은 모두 암표라고 할 수 있다. 

매크로(자동명령반복) 프로그램을 통해 표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되파는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공연법 개정안을 통해 이런 행위를 처벌하기로 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개정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 등을 구매한 뒤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부정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암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성진 연주는 물론 임영웅, 나훈아 콘서트 역시 최근 터무니없이 높은 웃돈을 받는 암표가 등장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올라온 암표 판매 글들. 중고나라 캡처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암표를 일일이 잡아내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벌 대상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한 경우에 한정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매크로 방지 시스템을 우회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등장해 적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가 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화예술 전문 백세희 변호사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암표 몇 장을 팔면 1000만원이 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조직에 최대 1000만원이라는 벌금은 범죄 억지력을 가질 수 없다”며 “그 범죄로 인해서 얻은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신설되면 입법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법 법률 시행에 맞춰 통합 신고 홈페이지를 열었다. 암표신고센터에서(www.culture.go.kr/singo) 문화예술분야, 혹은 프로스포츠 페이지로 이동한 뒤 신고하면 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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