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좋은 이야기
영국 소설가 조조 모예스의 ‘별을 선사해준 사람’(살림)은 1935년부터 1943년까지 운영된 미국 공공사업국의 이동 도서관 프로그램을 소재로 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영부인 엘리너가 주도해 이루어진 이 사업은 산간벽지에 책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책 여인(book women)’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말이며 노새를 타고 각 가정을 방문해 책을 빌려줬는데, 정부가 월급 28달러 정도에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실업률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답니다.
소설의 주인공 앨리스는 영국 여인. 보수적인 집안에서 탈출하려 미국 켄터키주 탄광 사업가의 아들과 결혼합니다. 대서양을 건너 낯선 타국으로 왔지만 남편은 무심하고 시아버지는 아들 부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죠. 외로움에 시달리던 앨리스는 이동 도서관 사서 자리에 지원, 말을 타고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나들며 ‘작은 아씨들’, ‘블랙 뷰티’ 등 당시 유행하던 소설과 잡지를 배달합니다. 앨리스와 남편의 갈등, 마을의 살인사건, 새로운 사랑 등 여러 이야기가 ‘책’을 매개로 펼쳐지지요. 이 소설이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책이 발휘하는 힘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앨리스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 배달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노인들은 침대에서 기침을 하고 다 죽어가는 난롯가에 모여 있으면서도 좋은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재미와 희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이야기’의 힘이란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할진대, 최근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답니다. 지난 23일은 ‘세계 책의 날’. 이번 주말엔 넷플릭스 대신 책 속 좋은 이야기에 빠져 보세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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