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불신으로 가득한 유령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 | 내친구의서재 | 412쪽 | 1만8000원
6년 전 유령 마을이 된 ‘미노이시’. 그곳에 사람들이 정착하도록 돕는 일이 공무원 ‘만간지’의 새 업무다. 이른바 ‘I턴 프로젝트’. 나무를 옮겨 심는 일도 어려운데 사람이 낯선 마을에 둥지를 틀게 만드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구급차를 부르면 도착하기까지 40분이 걸리는, 제설 작업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겨울이 두려운 마을. 무엇보다도 만간지를 힘들게 하는 건 ‘소생과’ 발령이 그야말로 좌천이기 때문이다. 팀 구성원도 미덥지 못하다. 일을 떠넘기는 과장과 신입뿐.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만간지도 다시 출세를 꿈꿀 수 있는데, 이주자들이 과연 살고 싶은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온갖 민원이 쏟아진다. 이웃의 소음, 방화, 절도, 유괴, 살인미수 등이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만간지는 거의 홍반장처럼 뛴다. ‘제대로 된 사람이 오기를’ 바라지만, 결국 ‘왜 그런 이상한 패거리가 뒤섞여 있는 거야’라는 말까지 들려오고, 지친 담당자는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희망과 의심을 동시에 품는다.
책의 초입에서는 독자도 이주민이다. 이 책 안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어떨지 알 수 없다. ‘I의 비극’은 초반부터 탄탄한 문장과 설정으로 나를 안심시켰지만(왜 독자는 안심까지 필요할까!) 후반 몇 페이지에 이르면 다른 추리소설의 결말들이 시시해질 정도다. 반전이기도 하지만 뒤통수 한 대 맞고 끝나는 게 아니다. 지방 소멸·고령화, 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니.
요네자와 호노부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인데, 나는 ‘I의 비극’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이 소설이 그의 세계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그의 다른 책들이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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