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드디어 29일 만난다…‘민생’ 강조하지만 민감한 현안엔 ‘글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양자 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장기간 이어져 온 여야 간 첨예한 대치 국면이 해소될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가 의제를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자 영수회담은 급물살을 탔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제 제한 없이 영수회담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영수회담이라고 하면 논의해야할 의제를 정하고 이외에는 하지 않는 게 정치권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용산서 특정한 의제 없이 차 마시며 대화…“李 뜻에 따라 차담 회동”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과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26일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한 제3차 실무 회동을 한 뒤 각각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회담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이고 시간은 오후 2시로 잡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통해 양자 회담을 제안했으며 이 대표는 즉각 수용했다. 양측은 이후 의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일단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세 차례 실무회동 끝에 회담 일정과 형식에 합의했다.
회담은 오찬이 아닌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결정됐으며,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기로 했다.
홍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의제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신속히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뜻에 따라 차담 회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의 방안을 도모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 정무수석,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비서실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각 3명씩 배석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차담 아니면 오찬이었는데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날짜를 마냥 늦출 수 없었다"며 "오찬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치 않고, 가장 빠른 날 하자는 두 분의 뜻을 감안해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 여부에는 "두 분간의 시간은 두 분이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씀 나누시다가 자연스럽게 시간이 필요하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회담 시간 및 결과 발표 주체와 관련해선 "우선 1시간을 기본시간으로 했고, 시간제한 없이 두 분 말씀이 길어지면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끝나자마자 공동합의문은 문안 작성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용산은 용산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대화 나눈 것을 중심으로 해서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주셨으니 준비 잘해라, 잘 모시도록 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논의 길어지면 1시간30분 예상”
천 비서실장은 "하루라도 빨리 회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양측의 일정을 고려해서 가장 이른 날짜가 월요일이었다"며 "여러 가지를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는 (차담이) 더 유리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담 시간과 관련해선 "일단 1시간 정도를 예상한다. 논의가 길어지면 1시간 반까지 길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회담이 시작되면 대통령, 이 대표 순으로 공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회담 의제에 대해 "이전 회담 사례를 봐도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진행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민생 현안이고 국민적 관심 사항들에 대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만남 속에서 모멘텀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비서실장은 "총선 민심이 반영된 의제들에 대해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할 예정"이라며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과 관련한 현안을 이야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 의제도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 의제를 제한하거나 어떤 의제는 하면 안 된다고 한 게 없었다"며 "실무 협상 과정에선 (김여사 특검법을) 언급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회담 혹은 회담 정례화에 공감한 상태냐'는 질문에는 "두 분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을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의제 논의 안된 상황에선 李대표가 민감한 문제 꺼낼 수 있다”
안 의원은 26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사회자가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 실무협상 결과에 우려를 표시하자 "사실은 불행하지만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사실 영수회담이라고 하면 논의해야할 의제를 정한다. 그 이외에는 하지 않는 게 사실상 관례인데 선수를 뺏긴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제가 논의 안된 상황에서는 (이 대표가) 민감한 문제들을 꺼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고민하거나 결정할 시기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안 의원은 비윤이냐'는 질문에 "쓴소리는 좋은 거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비윤이 되는 것이 아쉽다. 제가 인수위원장까지 한 사람인데 그 과정 중에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로 급부상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 참패 책임이 크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 당이 큰 패배를 당했다. 패배의 책임이 지도부에 있다"며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분이다. 그만큼 책임이 다른 분에 비해서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임기 중에 4번의 기회가 있다. 이번이 우리 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일 중요한 계기인데 꼭 지금 나와야 하느냐. 그게 과연 우리 당에 도움이 될까"라며 "개인 보다는 당 전체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수도권"이라면서 "이상적으로 보면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수도권에서 나오는 게 우리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파로 보면 아무래도 친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비윤이 국민 눈에는 '이 당이 달라지겠구나. 그렇게 결심을 했구나. 그 정도로 변화의 의지가 있다'고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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