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노숙인에 음식나눔 봉사… 서울역 지키는 푸른눈의 천사들

김병권 기자 2024. 4. 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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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중심 봉사… 영어사용 원칙
1만원씩 걷어 매주 일요일 활동
지난 21일 오후 서울역 근처에서 외국인 봉사 단체 ’플러(PLUR)’ 참여자들이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간식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김병권 기자

지난 21일 오후 7시 20분쯤 서울역 광장 한복판에 인종도 국적도 서로 다른 외국인 20여 명이 모였다. 미국, 프랑스, 브라질, 케냐 등에서 온 이들이 이날 특별히 뭉친 이유는 서울역에 머무는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플러(PLUR)’는 매주 참여를 원하는 봉사자에게 1만원씩 돈을 걷어, 일요일 저녁 서울역 주변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느슨한 봉사 단체다. Peace(평화), Love(사랑), Unity(통합), Respect(존중)의 앞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2007년 시작해 올해로 17년째다. 이날 참가 인원은 모두 28명으로, 그중 외국인은 23명이었다.

한국인도 봉사 참여에 제한은 없지만 원칙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2010년부터 활동했다는 홍성민(53)씨는 “매주 최소 15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는데, 외국인이 60~70%”라며 “한국에서 봉사 활동을 원하는 외국인이 많은데,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플러를 주로 찾는다”고 했다.

이날의 리더인 이스라엘 국적 르밥 퍼버 타스(29)씨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간식 전달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었다. 퍼버 타스씨는 영어로 “음식을 드릴 때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돌이 좋아 바둑을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다”는 퍼버 타스씨는 2022년 6월부터 매주 일요일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라며 “노숙인들이 내가 주는 음식을 받고 고마워하는 걸 보면 참 기쁘다”고 했다.

플러 봉사자들은 이날 초코빵, 두유, 소시지 등이 들어 있는 간식 꾸러미를 144개 준비했다. 서울역 일대 텐트촌과 지하 도로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꾸러미를 하나씩 건네자 한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영어 강사를 하기 위해 2022년 11월 한국에 왔다는 미국인 윌리엄 뮐러(24)씨는 “인류는 서로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플러에 가입했다”며 “일요일 저녁에 이렇게 돌아다니며 봉사를 하면 정말 피곤하지만 봉사를 하고 나면 만족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에 2주간 출장 겸 휴가를 왔다는 이탈리아인 엘리오 그루타다우리아(26)씨는 “출장은 진작 끝났지만,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서 참가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노숙인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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