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K팝 스타들 뭉쳤다… 80대에 새 음반 낸 전설들

윤수정 기자 2024. 4. 27.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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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리·윤항기·장미화 등 18명
26곡 담은 합동 음반 2장 발표
1960년대 국내 대중음악계 판도를 바꾼 원로 가수들의 음악 동인 ‘예우회’ 회원들. 왼쪽부터 쟈니 리, 윤항기, 김홍탁, 김준, 장미화. 이들을 비롯해 예우회 가수 18명이 25일 새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를 발매했다. 예우회 회장은 김광정(1대), 김홍탁·윤항기(2대)를 거쳐 장미화(3·4대 연임)가 맡고 있다. /예우회

국내 1세대 여성 그룹사운드 ‘레이디버드’ 출신 장미화(78), 재즈 1세대 보컬 김준(80), ‘한국의 비틀스’로 불린 그룹 ‘키보이스’ 출신 윤항기(82)·김홍탁(80)·차도균(84), 1960년대 극장 쇼 무대를 사로잡았던 쟈니 리(86)….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1세대 K팝 전설들의 이름이 한데 뭉쳤다. 원로 가수들의 음악 동인 ‘예우회’가 25일 합동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를 발표했다. 위의 면면들 외에도 김광정, 김선, 김혜정, 김훈, 옥희, 유현상, 임희숙, 장우, 박일서, 황규현, 오영숙 등 총 18명이 참여했다. 가수 윤항기씨는 “본래 정기적으로 모이는 회원은 50명이지만, 그룹사운드 출신 중 솔로 활동 경력자들 위주로 추렸다”며 “아직도 바삐 활동하는 현역이 많아 지난 1년간 틈틈이 서로의 시간을 쪼개 녹음했다. 다들 마이크 앞만 서면 쌩쌩해졌다”며 웃었다.

2006년 3월 설립된 예우회는 6·25전쟁 휴전 이후 미8군쇼와 그룹사운드 활동으로 국내 가요계를 개척한 1세대 음악인들이 주축이다. 1960년대 시작된 미8군쇼는 치열한 등급제 오디션을 거쳐야만 설 수 있었고, 수많은 1세대 음악 영재들을 발굴했다. 비슷한 시기 태동한 토종 그룹사운드 출신들은 당시 구하기 어렵던 악기와 악보를 자비로 입수하며 한국 가요의 창작 토대를 쌓아 올렸다. 전 세계의 사랑을 듬뿍 받는 현재 K팝의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예우회 회원들이 쌓아올린 발판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신보는 총 2장 CD에 26곡을 나눠 담았고, USB 형태로도 출시됐다. 첫 장에는 ‘인생’(윤항기), ‘단골집’(유현상)’ 등 참여자들의 신곡 12곡을 담았다. 평균 나이 80대를 웃도는 원로 가수들의 신곡들을 한 음반으로 만나는 건 해외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수 임희숙은 1984년 악보만 만들고 발표는 하지 못 했던 곡 ‘사랑의 순례자’를 40년 만에 처음 이 음반으로 발표했다. 1960년대 후반 미8군쇼와 워커힐 무대를 중심으로 활약한 그는 국내 흑인 음악 선구자를 꼽을 때 빠질 수 없는 ‘한국 솔 음악의 대모’로 불린다.

동시대를 풍미했던 원로들이 새로 결성한 ‘신인 그룹’의 신곡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룹 키보이스의 기타리스트 출신 김홍탁은 오영숙·김선과 함께 ‘김홍탁 트리오’로 신곡 ‘웃어보는 시간’을 선보였다. 오영숙은 1970년대 미8군과 라이브 클럽에서 ‘가방을 든 여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준(JUNE) 시스터즈’ 출신. 록밴드 바보스와 샤우터스 출신인 김선의 미성(美聲)은 신중현이 1969년 ‘떠나야 할 그 사람(원곡 펄 시스터즈)’을 8분짜리로 편곡한 버전에 실려 크게 호평받았다. 1970년대의 시대상을 공통으로 품은 원로들의 음악이 돌고돌아 2024년의 음반에서 한데 모이게 됐다.

두 번째 장에는 참여 가수들의 기존 대표곡을 새로 편곡해 담았다. 통상 ‘B사이드’로도 불리는 음반의 두 번째 장은 첫 장보다 지나치기 쉽지만, 예우회 신보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애원’(록그룹 쉐그린 리더 황규현),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차도균), ‘달빛 창가에서’(그룹 도시아이들의 박일서), ‘인생 열차’(밴드 ‘서울시스터즈’의 옥희), ‘오라리오’(훈이와 수퍼스타의 김훈) 등 국내 대중음악사의 줄기를 구성한 히트곡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예우회는 이번 신보를 기점으로 올해 중 음반 쇼케이스와 자선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번 음반에 대표곡 ‘서풍이 부는 날’로 참여한 예우회 회장 장미화씨는 “예우회 오빠들이 자꾸만 세월을 따라 떠나버리는 게 안타깝고, 이게 우리의 마지막 CD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음반”이라며 “선곡 단계부터 서로 노래 톤이나 음악적 색깔을 맞추며 고심했고, 다들 데뷔 초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소중한 기록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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