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반등… 男女농구·男배구·女하키 파리로
1964 도쿄올림픽 때 일본은 금메달 16개를 땄다. 종합 순위 3위. 그러다가 서서히 몰락해서 1992 바르셀로나, 1996 애틀랜타에선 각각 금메달 3개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밑이었다. 유망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엘리트 체육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체계적인 스포츠 정책 필요성을 절감하고 종목별 국가 차원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일본축구협회가 2005년 도입한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다.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목표. 유소년을 3세 단위로 잘게 쪼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개선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아시아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최고 순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0년 9월 5년 단위 스포츠 기본 계획 ‘스포츠 입국 전략’을 만들었다. 동·하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사상 최다 입상자를 내는 게 목표. 한 선수를 유소년 시절부터 은퇴 때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체계적이고도 세세한 육성 체계가 담겼다. 이를 위해 2015년 10월 ‘스포츠청’을 만들어 국가 스포츠 정책을 전적으로 맡겼다. 일본 농구는 2016년부터 남녀 대표팀에 모두 외국인 감독을 등용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8년이 지난 지금 일본 남녀 농구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동시에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다. 여자 축구, 남자 핸드볼, 여자 하키, 남자 배구 등도 파리로 향한다. 2010년대 이전까지는 주요 구기 종목에서 한국이 줄곧 일본을 앞서 왔지만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농구는 은메달을 딴 반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올림픽 출전 선수단 예상 규모도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은 400명인 반면 한국은 150명 선으로 차이가 크다.
일본은 ‘1인 1기’ ‘부카쓰(동아리)’ 등으로 스포츠 저변을 넓히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전문 선수 길을 가지 않더라도 학생 선수로 활동하기도 쉽다. 10대에는 선수로 지내다 나중에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도 한다. 뿌리 깊은 생활 체육 인프라를 통해 유망 선수를 발굴하다 보니 재능 있는 프로 선수를 놓치지 않는다. 한국 남자 프로축구 K리그는 1·2부리그 25팀. 일본 J리그는 1~4부 75팀이 참가한다. 남자 프로 농구 역시 한국은 10팀, 일본은 1~3부 54팀이다. 한일 인구 수 차이(5163만 대 1억2510만명·2022년 기준)를 고려해도 일본이 훨씬 앞선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중 자질이 보이는 학생을 선택해서 투자한 다음 우수 선수로 길러야 한국 스포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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