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할 때 ‘택시·배달 앱’ 켜봐라... 전문가가 말하는 5대 ‘임장의 기술’

이미지 기자 2024. 4.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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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일러스트=송윤혜

일생 동안 구입하는 가장 비싼 물건이 뭘까. 아마도 ‘집’일 것이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부동산은 우리 국민 가구 자산의 79.7%(신한은행)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 재산의 80%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은 ‘후불제’로 자산을 형성한다. 빚을 내 구매한 뒤 이를 갚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10가구 중 6가구가 부채를 안고 있다.

평생 가장 큰 소비, 수년간의 채무를 만들어내는 이 결정적인 행동에 앞서 사람들은 공부를 하고, 또 공을 들인다. 그 공부의 기본으로 꼽히는 것이 ‘임장’이다. 임장이란 아파트나 상가, 토지 등 부동산 구매를 위해 현장을 답사하는 것을 뜻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는 것을 목격한 2030세대는 아파트나 건물, 토지를 직접 확인하는 ‘임장 스터디’로 재테크를 한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5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의 아파트 매수심리가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로 전주(89.3) 대비 0.5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2월 둘째 주(12일 기준)를 시작으로 11주 연속 상승세다.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압주정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4.26/뉴스1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3760건)이 작년의 최대치에 근접하며 한동안 주춤했던 부동산 거래가 살아났다. 봄나들이 대신 ‘부동산 임장’에 나서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데 이 임장,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임장의 꿀팁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 발품 전에 손품이 필수

이 분야에도 예습이 필요하다. 예습 교재는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 부동산과 호갱노노·아실·직방 같은 부동산 전문 앱이다. 네이버 부동산에서는 거주지에 따른 배정 초등학교나 해당 학교의 학생 수, 아파트·오피스텔 같은 유형별 매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직방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보지 않고도 아파트 내부 구조와 시간에 따른 일조량 변화를 알 수 있도록 3D로 제공한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민심’은 호갱노노에서 ‘살아본 이야기’라는 게시판에서 읽을 수 있다. 층간 소음이나 주차 문제, 분리수거나 쓰레기 처리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장 후기, 임장 스터디를 검색해 앞서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는 것도 요긴하다.

사이버 임장기를 100건 이상 연재한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가용 금액과 동네가 정해진 상태라면 온라인 임장으로 얻은 정보만으로 집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며 “특히 포털 사이트 부동산 메뉴에서 ‘학군 정보’를 확인하는 게 필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인 지역을 추천했다.

② 집 안보다 밖이 더 중요하다

아파트 단지의 경사도는 내부를 직접 걸어봐야 체감이 가능하고, 주로 드나드는 동선에 유해 시설은 없는지, 인근에 산책할 만한 공원이 있는지, 자녀가 다닐 만한 학원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면 임장을 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거주 만족도는 도배·장판만 해도 분위기가 바뀌고, 간단한 수리나 인테리어로 해결 가능한 ‘집 안’보다 직장과의 거리, 생활 편의성 등을 담당하는 ‘집 밖’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임장은 주중에 한두 번, 주말에 한 번 등 총 세 번 가보는 게 좋고, 거기서 두 끼 정도 식사도 해보라”고 강조했다. 서울과 경기도에 집 2채, 오피스텔 1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 A씨는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며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고, 어떤 가게들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지도 살핀다”고 했다.

③ 부대 비용을 파악하라

집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주거 상품’이다. 구매 후 AS가 필요한 상품이나 추가 비용을 계속 요구하는 상품은 매력이 떨어지는 법.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는 어떻게 되는지, 실제 관리비는 얼마나 나오는지 등 실질적 거주 비용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녀의 학교나 부모의 직장으로 이사를 계획했을 때 집이 팔리지 않으면 상품 가치는 더 떨어진다. 집을 구매하기 전 최소 세 곳 이상 공인중개업소에 들러 ‘전월세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미래에 이 집을 내놓았을 때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④ 택시·배달 앱을 켜보아라

누가 뭐래도 집은 ‘내가 생활하기에 편안한 곳’이 으뜸이다. 동네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도, 구성된 상권도 다르다. 임장도 나의 생활 패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오전 7시냐, 8시냐에 따라 대중교통 밀집도가 다를 수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 등·하원 시간의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차 환경은 모두 퇴근한 저녁 시간에 확인해야 한다. 가구당 주차 대수보다 실제 사용되는 주차 면이 적을 수도 있고, 차량 이용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낮 시간엔 널널하던 주차장이 밤이면 이중 주차를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택시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이용하기 편리한 지역인지 확인해보라”고 귀띔했다. 서울이나 경기권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도 택시가 좀처럼 호출되지 않거나 배달 음식점이 많지 않은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⑤ ‘3가’를 삼가라

전세 사기 등을 우려해 빌라·다가구 주택 거주를 꺼리는 경우가 늘었지만 가용 금액이 적으면 이 역시 고려해 볼 대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선 가등기·가처분·가압류 등 ‘3가’가 있는 집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기부 등본을 떼면 확인할 수 있다.

3가와 더불어 ‘신탁등기’도 피해야 하는 항목이다.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신탁회사가 아닌 등기부 등본에 있는 집주인과 계약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떼어봐야 누구랑 계약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주택보증공사(허그·HUG)는 전·월세를 계약할 때 임대인의 세금 체납 이력이나 전세 사기 전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세 안심 앱’도 제공하고 있다.

한 여성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주택자라면 한번쯤 "저 많은 집 중 나의 집은 어디에?"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부의 첫 시작은 바로 '임장'"이라고 말한다. /박성원 기자

임장 노하우를 알았으니 당장이라도 집을 보러 가고 싶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집은 ‘인생에서 가장 비싼 상품’. 같은 동네, 비슷한 집이어도 매매 시기나 상황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급매는 대체 어떻게 잡나요? 전문가들은 “원하는 매물과 가용 금액을 명확히 알리고, 실제로 매매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도 결국 사람의 일. “커피 한 잔 사서 자주 찾아가는 것밖에 없다”는 팁도 나왔다.

임장이 재테크를 위한 ‘공부’의 영역이 되면서 매물로 나온 집을 무작정 보러 다니는 ‘민폐 임장족’도 늘고 있다. 10년간 살던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한 집주인은 “하루 8건씩 집을 보여줬는데 집 구경 하고, 평가만 하다 간다”며 울분을 토했다. 누군가의 거주 공간이 누군가의 재테크 교보재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니 묻게 된다.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사는(live) 것인가, 사는(buy)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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