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13년 만에 다같이 웃은 이유는

류정 기자 2024. 4.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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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도 1분기 흑자… HD한국조선·한화오션 모두 연간 흑자 낼 듯

삼성중공업은 26일 올 1분기(1~3월)에 매출 2조3478억원, 영업이익 7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297% 늘었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까지 조선 빅 3사(社)가 1분기 동시 흑자를 냈다. 증권업계에선 조선 3사가 올해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동시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리며 적자 늪에 빠졌던 한국 조선사들이 최근 수년간 이어온 친환경 선박 수주에 힘입어 실적에서도 부활의 신호를 켰다는 평가다. 올해 조선 3사가 동시 흑자 달성이 가능해진 건 2021년부터 대규모로 수주한 선박이 실제 건조에 들어가면서 매출 확대로 이어졌고, 2022년 이후 본격적인 선박 가격 상승기에 수주한 고선가 선박이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 말 183포인트까지 올라 2008년 9월 최고점(191)에 육박한 상황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조선 업황과 조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그래픽=박상훈

◇LNG선, 암모니아선 등 수주 대박

한국 조선은 2000년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선박 발주가 뚝 끊겼고 그 여파가 2012년부터 나타났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원유시추선(드릴십)이나 FSRU(부유식 LNG 저장시설) 같은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했지만 이후 유가 급락으로 독이 되어 돌아왔다. 국내 조선사들이 매년 수조원대 적자를 떠안아야 했고, 자산 매각·인력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 조선사들이 벌크선 등 범용 선박 위주로 저가 수주에 나서면서 한국 조선업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2020년대 들어 선박 분야에서 강화된 친환경 규제는 한국 조선에 기회가 됐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도 엄격해지고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LNG운반선 발주가 급증했다. 조선 3사는 올해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을 33척, 암모니아 운반선을 28척 수주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쇼핑, 보복소비 증가로 해상 물동량이 급증한 것도 선박 발주 시장에선 호재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LNG선박에서도 저가 공세로 추격해왔지만 2018년 중국산 LNG선이 바다에서 고장 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한국 조선사에 대한 발주 쏠림현상은 더 심해졌다”며 “대형 조선 3사가 아사(餓死)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결과가 지금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마린솔루션 공모주에 25조원 증거금 몰려

선박 개조 사업을 하는 현대마린솔루션이 다음 달 8일 상장을 앞두고, 25~2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선 결과 이틀간 약 105만명이 몰려 25조원의 증거금을 냈다. 경쟁률은 255.8대1이었다. 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회사로 원래 선박 AS 사업이 주였지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박 엔진을 탄소 배출이 줄도록 개조해주는 사업을 벌여 해마다 20% 성장하고 있다.

IMO의 환경 규제는 갈수록 선박 업계를 옥죄고 있어 친환경 선박 기술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 EU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배출량보다 55% 줄이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중국이 최근 2~3년 사이 LNG선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것은 여전히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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