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정희·박태준의 창업 정신 사라진 포스코

석남준 기자 2024. 4.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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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뉴스1

지난달 퇴임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퇴임 후 최소 2년간 회장 재임 때와 똑같은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보증금 수억원에 월세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급 레지던스에 회사 지원으로 개인 사무실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옮겨 적을 수 없을 만큼 국민의 분노가 크다. 최 전 회장은 포스코로부터 운전기사가 달린 최고급 차량에 법인카드도 받아서 쓴다. 앞서 최 전 회장은 작년 8월 5박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현지 전세기를 이용하고 골프를 치는 이른바 ‘황제 이사회’를 열어 수사까지 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회장 3연임을 노린 최 전 회장은 한 끼 식사비로만 2500만원을 쓰며 결정권을 쥔 사외이사들을 호화판으로 접대했다.

일반 기업에서 일어났어도 분노를 자아낼 일이 포스코에서 벌어졌다. 포스코는 일반 기업이 아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은 1971년 8월 포항제철소 공장 건립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근로자들을 모아 놓고 “이 제철소는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피값으로 짓는 것”이라며 “실패하면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포스코를 창업한 박 전 명예회장은 물론 그에게 “공업 국가의 꿈을 실현하려면 제철소를 건립해야 한다”고 명한 ‘설계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스코로부터 사적 이익이나 이권을 취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제철보국’이라는 기치 아래 정도 경영의 모범을 보이는 건 포스코에 수십 년간 내려온 전통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포스코를 보면 창업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국민은 포스코 전문 경영인들이 요원(要員)이라고 불렸던 포스코 창립 멤버들도 누리지 않았던 특혜를 당연하게 받는 데 분노한다. ‘국민 기업 포스코’이기에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 포스코에 인생을 걸었던 박 전 대통령, 박 전 명예회장뿐 아니라 국민이 포스코 때문에 더 이상 기가 찰 일이 없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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