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 날개 타고 두둥실… 다 같이 동심 여행 떠날까요?

2024. 4. 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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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운데 5월 5일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햇살을 즐기러 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지만 자녀와 아동문학 책을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어른도 책에 푹 빠질지도 모릅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와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 등 전문가 10명에게 우수 아동문학 책 10권을 추천받아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글·한지선 그림/200쪽·1만3500원·밤티


‘202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의 대표작인 동화 ‘밤티 마을 이야기’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 네팔 출신 아이 ‘마리’가 한국의 시골마을에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과 가슴 찡한 서사를 새로 창조해 냈다”(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평처럼 따뜻한 시선이 와닿는다. 송재찬 아동문학 작가는 “밤티마을의 다른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찾아 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성폭력 문제를 파고든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2004년),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등장하는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창비)처럼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어린이, 여성, 이주민이라는 키워드로 녹여낸 진정한 연대에 대한 이야기.”(김태희 사계절출판사 총괄팀장)

이 색 다 바나나

◇제이슨 풀포드 글·타마라 숍신 그림/24쪽·1만6000원·봄볕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인 두 저자가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협업해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만든 그림책이다. 초록색 사과를 보여주며 “사과는 항상 빨간 건 아니다”, 노란색 풀을 통해 “풀도 항상 초록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 가지로만 색을 입히게 만드는 건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마음속엔 에메랄드 눈동자, 코발트블루 머리색 모든 게 들어 있지 않은가”(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라는 평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 서면 어른의 편견도 사라질지 모른다.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하고 판단하기를 권하는 그림책이다. 나는 고유한 하나이며 동시에 지극히 다양한 보편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

긴긴밤

◇루리 글, 그림/144쪽·1만1500원·문학동네

‘긴긴밤’의 어린 펭귄(왼쪽)과 흰바위코뿔소 노든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등장하는 동화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지내다 험난한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 노든은 자유와 행복을 맛보다가 동물원에 갇힌다. 그곳에서 펭귄과 만나 친구가 된 뒤 둘은 수없는 긴긴밤 동안 얘기를 나눈다. 코뿔소와 펭귄은 마침내 동물원을 빠져나가 바다에 가기로 하면서 다양한 모험이 펼쳐진다. 따뜻한 그림과 단단한 문장이 인기를 끌며 2021년 출간 후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인기를 끌며 30만 부 이상 팔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도우며 삶의 어두운 긴긴밤을 지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묵직한 주제지만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과 작가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그림이 담겨 있어 어린이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이금이 아동문학 작가)

언니를 만나는 밤

◇윤수란 글·김은진 그림/64쪽·1만6000원·가나출판사

‘언니를 만나는 밤’의 작은 언니

윤수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동화다. 씩씩한 아이였으나 불치병에 걸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은언니에 대한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과장 없이 건조하게 그려낸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작은언니는 점점 작아져 가는데 사람들의 목소리가 보태질수록 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또렷해졌다. 한 줄기로 시작해 하늘을 뒤덮어 버리는 톱밥 연기처럼 기억이 커져만 갔다.” 같은 슬픔이 담긴 문장을 읽다 보면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생각날지 모른다.

“별은 어둠이 짙어야 더 환히 빛나듯이 우리의 삶도 죽음이 있기에 더 찬란하고 의미 있다. 언니의 죽음을 담은 책은 삶과 죽음이 대척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일부로서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이금이 아동문학 작가)

마리나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이명아 옮김/38쪽·1만5000원·곰곰

‘마리나’의 인어공주 마리나
어린 형제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닷가에서 발견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독일 그림책이다. 아이는 자신이 바닷속 공주이고, 바닷속 왕국에는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쇼핑몰과 자동차가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있다고 소개한다. 바닷속 세계에 공감하는 동생과 달리 형은 마리나를 의심하고 조롱한다. 결국 마리나는 사라진다. 마리나는 진짜 공주일까, 아니면 그저 가출한 여행자일까. 마리나의 진실이 무엇이든 그녀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인물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와 직선적인 무채색 도시의 대비는 물론이고 어린이들을 마냥 사랑스럽게만 그리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이 돋보인다.

“신비한 수수께끼 같은 책은 덮고 나서도 얼른 파악하기 어렵다. 작가는 어려운 문제를 내주고 빙그레 웃는 것 같다.”(이수지 그림책 작가)

나는 바람이다 1∼11

◇김남중 글·강전희 그림/각 권 175∼236쪽·1만 원·비룡소

태어나서 100리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열세 살 소년 해풍이가 아버지의 실종을 계기로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의 11권짜리 역사 동화다. 17세기 중반 한국의 존재를 유럽 사회에 처음 알린 책 ‘하멜 표류기’를 지은 네덜란드인 하멜에서 영감을 얻었다. 해풍이는 조선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하멜과 함께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쿠바, 멕시코 등 전 세계를 누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범선을 타고 전남 여수에서 일본 나가사키까지 건너가 취재를 한 작가의 꼼꼼함이 잘 드러난다. 돛과 바람, 용기만 가지고 세계를 항해하는 태풍이를 보면서 아이들도 성큼성큼 자신의 세계를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작품 중 드물게 장대한 스케일의 연작 역사 동화다. 동화 작가 김남중의 힘을 느끼기 충분하다.”(송재찬 아동문학 작가)

길러지지 않는다

◇탁동철 글·김종숙 그림/168쪽·1만3000원·낮은산

‘길러지지 않는다’의 동네 아이들
강원 속초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길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는 속초 ‘아바이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화다. 책의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야생에서 자라는 씩씩한 잡초에 가깝다. 길러지지 않고 스스로 자라는 야생의 아이들. 창고에서 가느다란 울음소리를 듣고 길고양이를 발견한 아이들은 고양이를 다 같이 돌보기로 한다. 사료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직접 돈을 벌기로 한다. 호기심 많고 목소리 큰 아이들이 자신보다 어린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고양이 사료값을 벌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닮았다. 아이들의 남다른 활기와 고양이의 야생성이 묘하게 겹쳐진다.”(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갈림길

◇윤슬 글·양양 그림/116쪽·1만2500원·웅진주니어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에 못마땅해하던 유나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손을 내미는 주인공 아연이.

책은 마치 ‘갈림길’에 선 듯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외면하고 가던 길을 갈 것인지, 돌아가더라도 손을 잡고 함께 갈 것인지를 묻는다. 2021년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다.

“솔직하면서도 슬기로운 어린이의 목소리가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구해주는 친구처럼 작품에 담겨 있다. 어린이 문학의 좋은 표본이 될 책으로 고학년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최악의 최애

◇김다노 글·남수현 그림/176쪽·1만4000원·다산어린이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6학년 1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봄 이야기는 외모에 대한 편견에 갇혀 진짜 자기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남들에게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름날의 수민이, 나이 장벽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겨울의 명지까지. 느리지만 차분하게, 어렵지만 더 깊고 현명하게 관계 앞에 놓인 여러 난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잘 만든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련한 아름다움도 있고 기분이 맑아지는 통쾌함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 아끼고 의지하면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용기 있는 얼굴이 등장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근육아저씨와 뚱보아줌마: 숲, 호수

◇조원희 글·그림/각 48쪽, 60쪽·각 1만4500원·사계절

‘근육아저씨와 뚱보아줌마’의 근육아저씨와 뚱보아줌마
근육 아저씨는 울룩불룩한 근육에 무동을 태워주기를 좋아한다. 다친 아기 새를 치료해 주고 아기 새가 얼른 나을 수 있도록 날기 연습을 도와준다. 뚱보 아줌마는 개미를 밟을까 봐 뒤뚱뒤뚱 걷다 개미가 지나갈 때까지 멈추고, 개미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다 자기가 먼저 잠든다. 어른들의 예상 밖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평온한 호흡으로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덩치가 커다란 것은 강조되고 있으나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커다란 몸집이 주는 굵직함은 개미와 같은 작은 생물들과 극적으로 대비되며 자연을 향한 섬세한 마음이 잘 전달된다.”

(심향분 아동문학평론가·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 회장)

● 추천도서 선정위원(10명·가나다순)
김서정(아동문학평론가·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 회장)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김태희(사계절출판사 총괄팀장) 노경실(아동문학 작가) 박지은(비룡소 편집주간) 송재찬(아동문학 작가) 심향분(아동문학평론가·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 회장)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이금이(아동문학 작가) 이수지(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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