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 앱으로 치료 도와”… 환자 스스로 재활운동 제대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중요한 재활운동 지속 안 돼 문제
정형외과 의사로 진료하다 창업
“병원 오가는 시간-비용 줄이고, 맞는 동작 하는지 모니터링 혁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에버엑스’는 환자 스스로 재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치료 기기를 만든다.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윤찬 대표(40)는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디지털 치료 기기 완성을 위해 지금은 개발에만 전념 중이다.
19일 에버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은 수술 후에는 수술 효과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만성 통증 관리에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재활 운동에 들여야 하는 시간, 경제적 비용 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필요성은 뻔히 보이는데 해결책이 안 보여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재활 운동의 중요성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의 중요성을 환자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어깨관절에 통증과 운동 제한이 나타나는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환자를 예로 들었다. 윤 대표는 “오십견 환자의 약물치료는 약물로 병을 직접 낫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 본인이 운동하기 편하도록 돕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했다. 약물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 상태에서 환자가 운동을 제대로 해야 뼈와 힘줄, 근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기능이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후에는 재활 운동이 필요하다. 윤 대표는 “수술이 반이고, 재활 운동이 또 다른 반이다. 재활 운동을 해야 수술로 생긴 근육 주변 상처들이 제대로 아물고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수술만 받고 재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완치는 힘들다”고 했다.
에버엑스는 디지털 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은 동작 분선을 통해 재활 과정 중의 경과 호전을 파악한다.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운동 프로그램(라이브러리)을 구축해 디지털 치료 기기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가고 있다.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법 구축
에버엑스는 모라의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질환과 기능에 특화된 4가지 대표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모라 엑스(MORA Ex)는 3000여 개 재활 운동 과정이 담긴 비대면 재활 운동 솔루션이다. 의료진이 웹으로 환자에게 맞춤형 재활 운동을 배정하면 환자는 모라 앱을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간편하게 재활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가 수행한 재활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 수행과 치료 경과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한양대 구리병원을 비롯한 주요 상급종합병원 등 6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 200여 명이 사용 중이다. 환자 수행률(치료 순응도) 약 70%, 통증 개선율 81%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버엑스 리햅(EverEx Rehab)’이라는 브랜드로 론칭해 작년 7월 재활 운동 및 원격 모니터링 목적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미 뉴저지주 물리치료센터 등에서 시범 사용 및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모라 큐어(MORA Cure)는 재활 운동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가 병합된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적 디지털 치료기기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 만성요통 같은 만성 통증에는 심리 치료를 돕는 인지 행동 치료가 필요하지만 정형외과를 찾은 환자가 심리 치료를 위해 다시 정신과까지 찾기 힘든 점을 감안해 앱으로 만들었다. 에버엑스는 모라 큐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현재 탐색 임상이 종료된 상황으로 지난달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승인(IDE)을 받아 확증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성 요통 치료도 확증 임상을 준비 중이다.
모라 뷰(MORA Vu)는 에버엑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자세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동작 분석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50만 건의 근골격계 운동 동작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해 근골격계 동작 분석의 정밀함을 높였다. 모라 뷰는 기존 아날로그 측정 기계와 비교하면 검진 공간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이다. 올 2월 국내 근골격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골격계 분석 소프트웨어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모라 케어(MORA Care)는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에버엑스 재활전문가와 함께 근골격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다. 일자목, 요통 같이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근골격계 증상에 적합한 재활 운동을 제공해 준다.
●의료와 IT 전문가들 모아 사업화
에버엑스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근골격계 질환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에 달하고 글로벌 근골격계 환자 수는 18억 명이나 된다”고 했다. 어느 나라나 환자는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고, 의사는 병원 밖 재활 운동 결과를 모니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수요를 노리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의사 자격을 갖추고 창업한 것에 대해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다년간 겪어 본 의사가 아니면 디지털 치료제에 어떤 과정을 넣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세세한 노하우를 프로그램에 담기 힘들다”며 “창업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더 많은 의사들이 창업해 더 싸고 편리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공습 막아낸 그 미사일, 우리도 도입한다
- [김순덕의 도발]대체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은 뭔가
- 美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韓 ‘성장 낙관론’ 펼칠 때 아니다 [사설]
- “올해는 증원, 내년 재논의”… 그럼 올해도 혼란, 내년은 더 혼란 [사설]
- ‘김 여사 23억’ 방송 줄줄이 중징계… 이게 온당한가 [사설]
- 우리카드, 가맹점 대표자 개인정보 7만5000건 유출…공식 사과
- 얼마 전부터 구강 안쪽이나 목에 혹이 만져 진다.
- “돈되는 K팝, 권력싸움 시작됐다”… 민희진 폭로에 외신도 관심
- 당신을 빨리 늙게 하는 나쁜 습관 8가지
- [횡설수설/김재영]부자들의 아침 일과, 종이신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