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겁나는 ‘가정의 달’… 피자-햄버거값도 줄인상

김형민 기자 2024. 4. 27. 0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끝나자 업체들 가격 올려
정부 “김 등 관세 0%” 대응 부심
햄버거 시장 국내 1위인 한국맥도날드가 다음 달 2일부터 16개 제품(전체의 22%) 가격을 일제히 올린다고 26일 밝혔다. 가격 인상 폭은 평균 2.8%다. 지난해 10월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올린 지 7개월 만이다.

피자헛도 다음 달 2일부터 갈릭버터쉬림프와 치즈킹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굽네치킨, 파파이스, 김가네김밥 등이 최근 잇달아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이 전 부문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22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릴레이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외식 수요가 늘어나는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어 서민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의 외식비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1인분 냉면 가격은 1만1462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올랐다. 김밥과 비빔밥도 각각 6.4%, 5.7% 오르며 외식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인 상황에서 인건비, 원자재 등이 크게 올라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수입가를 낮추기 위해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김, 조미김, 코코아두 등 7개 농산물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 마늘 53%-고춧가루 51% 올라… 자영업자 “가격 안올리면 손해”

식재료값 급등에 에너지값 부담겹쳐
직장인 평균 점심값 첫 1만원대로
고환율-고유가에 물가 더 뛸 우려

서울 중구 평래옥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26일 현재 1만4000원이다. 작년 7월에 1000원을 올렸는데, 원재료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올여름 또 인상해야 할지 사장의 고민이 깊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기 성남시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38)는 지난달 삼겹살 1인분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삼겹살 도매 가격이 뛰어 가게 임차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조차 벅찼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삼겹살은 특히 봄철이 되면 가격 인상 폭이 다른 고기 대비 더 크다”며 “가격을 안 올리면 손해가 날 판”이라고 했다.

외식업계 물가가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외식기업들은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가격표 손질에 나섰다. 개인 식당 운영자들도 급격히 불어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외식 가격 인상으로 직장인 점심 가격도 1만 원 시대를 맞이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 업체 식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직장인 평균 점심 가격은 1만96원으로 202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만 원을 넘겼다. 경기 고양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 씨(29)는 최근 샐러드를 다량으로 미리 주문한 뒤 하나씩 가져가는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 비슷한 메뉴인데도 회사 인근 식당 점심 가격은 1만2000∼1만5000원 수준까지 올라서다. 이 씨는 “구독 서비스는 한 회당 가격이 7000∼8000원대로 떨어진다”고 했다.

‘런치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격하게 오르는 식자재 가격이 꼽힌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관세청에서 관리하는 농축수산물 105개 중 절반이 넘는 52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냉동 마늘 수입 가격은 1kg에 2231원으로 전년 동기(1458원) 대비 53.0% 올랐다. 고춧가루는 1만8150원, 생강은 5046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50.9%, 29.2% 비싸졌다.

하반기(7∼12월) 2%대 물가 안착을 목표로 하는 정부는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의 원가 부담 경감 지원 등과 연계해 업계가 물가 안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며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동 사태 확전으로 인한 고환율, 고유가 기조 장기화는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의 원인이 된) 이상기후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농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금이 유통업자의 이윤으로만 돌아가는 데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