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 퇴직 후 '인·턴' 꿈꾸지만 경력 살릴 일자리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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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준비 안된 초고령화 시대
“자식들보다 어린 20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으로요.”
정강영(62)씨는 2년 전 ‘도로 인턴’이 됐다. 취직 초기 수습 생활을 한 뒤 40년 만이다. 출근 시간은 오전 6시30분. 매일 아침 아직 아무도 안 나온 사무실 바닥을 쓸고 커피머신을 닦는다. 정씨는 “비록 인턴이지만 그래도 일을 놓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하다 싶다”고 했다.
김모(52)씨도 요즘 ‘현장’에 나가 있다. 3년 전부터 광고대행 업무를 하는 틈틈이 목공·배선 전문가들에게 차근차근 집짓기를 배우는 중이다. 김씨는 ‘기술이 나와 가족을 20년간 먹여 살릴 것’이란 생각에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김씨는 한때 ‘X세대’로 불린 1970년대생이다. 은퇴를 걱정하고 준비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 같지만 ‘퇴직 후 일자리’ 고민은 어느새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두루 타진해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일하는 진용철(70)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털어놨다. 진씨는 한국전력 근무 중 대학원에 다니며 심리상담사 석사 학위를 받아 놨다. 대기업 프로그래머였던 차만희(68)씨는 은퇴 후 푸드마켓 매니저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퇴직 후엔 많이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쉬면 안 된다. 움직여야 산다”고 했다.
50대의 또 다른 특징은 앞선 세대보다 학력과 소득이 높다는 점이다. 자녀 교육과 부모 건강에 지출도 많은 ‘신(新)중년’이다. 그래서 원하는 일자리에서 더 일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다. “편의점·치킨집 하다가는 말아먹기 십상”이란 김모(58)씨 말대로 자영업보다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한다. 반면 정부의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은 단순 노무나 서비스업에 쏠려 있다 보니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게다가 내년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6%) 진입을 앞두고 있어 ‘노는 노년’에 대한 5060세대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가장 왕성하게 일할 50대 초반부터 노동시장의 단절을 걱정하는 건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여전히 노동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학력 신중년층과 은퇴 후 노동시장을 긴밀히 연계하는 사회적 관계망과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김홍준·신수민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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