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 상병 사건 수사 속도…'키맨' 유재은 소환조사

정진우.박태인 2024. 4. 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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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채 상병 사건 수사 속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7월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지 9개월 만에 이뤄진 첫 피의자 소환 조사다. 이와 관련, 공수처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채 상병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 관리관의 소환을 계기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관리관은 채 상병 사망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혐의자 명단과 조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총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가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대해 유 관리관은 박 전 단장에게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서 경찰에 기록을 이첩하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유 관리관은 이날 공수처에 출석하며 “오늘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고 조사 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장 후보자로 판사 출신인 오동운(55) 변호사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은 지난 2월 29일 국회 후보 추천위원회가 오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첫 소환…‘윗선’으로 수사망 넓힌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가운데)이 26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책임자가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최고위급 지휘부에서 대대장으로 축소되는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이 행사됐는지를 중심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부-경북경찰청 사이에서 지시 내용을 전달하고 진행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공수처는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유 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기록이 이첩 직후 회수된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과 잇따라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관리관의 통화 상대에는 경북경찰청 간부도 포함돼 있었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을 상대로 해당 날짜에 경북청 간부와 통화한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의 지시를 받아 통화에 나선 것인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또 박 전 단장이 유 관리관과 통화한 이후에도 지난해 8월 2일 사단장 등 지휘관을 혐의자로 보는 기록을 수정하지 않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이 기록이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약 7시간 만에 돌연 회수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20일 동안의 재조사를 거쳐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대대장 두 명에게만 혐의를 적용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그동안 “유 관리관은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행사한 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오히려 국방부는 박 전 단장이 사건 기록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기는 항명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단장은 항명죄 피의자로 기소돼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재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로 수사망을 넓힐 예정이다. 공수처는 이미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오동운
그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날 판사 출신인 오동운(사진)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돼 주목을 모았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 중 오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신속히 국회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부산지법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고법 판사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고 2017년 법원을 떠난 뒤 변호사 생활을 이어왔다. 사법연수원 27기로 윤 대통령(23기)과는 네 기수 차이다. 별다른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설명자료를 통해 “법원에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왔다”며 오 변호사 지명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후보자였던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인 2003년 윤 대통령과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대선자금 수사를 했다는 이력과 관련해 야권에서 중립성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 기관의 공정성이란 차원에서 판사 출신이란 점이 인선에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 변호사는 인선 발표 직후 공수처를 통해 전한 소감문에서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안고 설립된 공수처임에도 지난 3년 동안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며 “독립적 수사기관으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부패 범죄를 일소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 현직 판사는 오 변호사에 대해 “온화한 인품을 지닌 선배 판사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장 지명이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특검법안을 발의한 것과 맞물리는 데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각에선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런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온당하지 않다.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이 업무를 맡은 이후 내부 조직 개편 검토에도 착수했다. 기존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과 함께 민심 청취 기능을 맡는 민정비서관 등을 신설해 이를 총괄하는 가칭 법률수석실 신설이 거론된다. 신임 법률수석으로는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과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한찬식 전 동부지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조직 개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 이후 본격화될 것”이라며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과 인선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진우·박태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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