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정보 통째 보관해 별건 수사에 쓴 검찰…대법 “위법하다”

윤지원 2024. 4. 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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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보관하며 이를 재활용해 별건 수사를 벌이는 것은 위법이란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야권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영장 범위를 벗어난 휴대전화 정보까지 복제(이미징)해 보관한다며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2022년부터 일관되게 견지 중인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6일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압수한 뒤 여기서 우연히 발견한 통화 녹음 파일로 검찰 직원의 범죄 혐의를 확인해 재판으로 넘긴 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제·출력된 녹음 파일과 이에 터를 잡고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 수집 증거로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 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2018년 12월 원주시청 국장급 간부 A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며 A씨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인 ‘디넷(D-NET)’에 보관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검찰 서기관 B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우연히 재생하다 B씨가 A씨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부정 청탁을 받거나 B씨가 A씨에게 수사 상황을 누설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3개월 동안 추가 영장 발부 없이 이 녹음 파일을 대검찰청 서버에 그대로 저장해 둔 채 B씨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다. 검찰은 이듬해인 2019년 3월 새로 발부받은 영장으로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된 이 녹음 파일 등을 확보하고 두 달 뒤 B씨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쟁점은 휴대전화 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개의 범죄 혐의를 우연히 발견한 뒤 이에 대한 새 압수수색영장을 받았을 때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증거 능력을 인정해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반면 대법원은 “A씨 혐의와 관련한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한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한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함이 명백하다”며 “이후 (A씨 휴대폰) 복제본이 저장된 대검 서버의 전자 정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어도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 정보를 대상으로 (압수 집행)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사후에 영장을 받았다고 해서 위법성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수사 기관이 유관 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뒤에도 무관 정보를 삭제 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전자 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2022년 1월 선고와 “첫 번째 영장 집행이 끝났을 때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 정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위법”이란 지난해 10월 선고와도 궤를 같이한다.

야권은 검찰의 휴대전화 정보 보관 관행에 대해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거나 “위법 압수수색”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지난달 25일 검찰이 최소 2016년부터 사건 연루자의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전자 감식)하면서 취득한 개인 정보를 ‘디넷’에 불법 수집하고 관리·활용해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등 전·현직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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