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 박찬대, 원내대표 단독 출마…친명계 “이 대표가 낙점”

김정재.이창훈 2024. 4. 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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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 사령탑 후보 논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의원이 22대 국회 민주당 첫 원내 사령탑에 단독 출마했다. 26일 오전 마감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에 박 의원 혼자 입후보하면서다. 사실상의 추대다. 박 의원은 4·10 총선에서 인천 연수갑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다음달 3일 22대 총선 당선자들의 찬반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표 의원 중 과반이 찬성하면 선출이 확정된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 간사인 황희 의원은 “찬반 투표를 통해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길을 터주는 분위기인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는 반응도 적잖다.

박 의원의 단독 출마는 친명계 내부의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완성됐다. 지난 23일 박 의원의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던 서영교(3선)·김민석(3선)·김성환(재선)·한병도(재선) 의원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25일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고심 끝에 출마 의사를 접었다. 친명계 민형배 의원도 “이번 원내대표는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시대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이에 부합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이 경쟁이 아닌 합의 추대로 진행되는 건 19년 만이다. 2005년 1월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원이 홀로 입후보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다만 당시에는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통과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직후 정 의원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총대를 멘 성격이 짙었다. 보수 진영에선 2008년(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2014년(이완구 새누리당 의원)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최측근의 원내대표 합의 추대를 두고 친명계에서조차 “이 대표가 원내대표까지 ‘지명’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친명계의 한 수도권 당선인은 “보통 선거에서 크게 이긴 정당에서는 다양한 의원들이 원내대표 도전장을 내고 건전한 경쟁을 하는 게 정상”이라며 “이 대표가 사실상 원내대표를 낙점하자 원내대표를 노리던 다른 이들도 ‘알아서 기는’ 모양을 연출했고 이로 인해 투표도 하나 마나가 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친명계 중진의원도 “지나친 한목소리는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차기 국회의장마저 친명계가 선출될 경우 친명 체제가 거대 야당을 넘어 국회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추미애(6선) 당선인과 조정식(6선)·정성호(5선)·우원식(5선) 의원 등은 모두 친명계를 자처하며 “탈중립”을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당선인은 “당이 이렇게 쏠려서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며 “집권을 위해서는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바른말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음달 3일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철규 의원. [뉴스1]
여당인 국민의힘도 상황이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같은 날인 다음달 3일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당 내부에서 ‘이철규 대세론’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철규 비토론’은 특히 수도권 원외 낙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찐윤’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최근 당선인·현역의원 등과 활발히 접촉하는 등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친윤 지도부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께서 별로 흔쾌하시지 않을 것이다. 당에서도 반발 기류가 있다”며 “친윤·영남은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서 백의종군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던 이재영 전 의원도 “대중은 (친윤 원내대표는)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며 “대통령을 친윤으로서 잘 모시고 싶은 생각이라면 이번엔 자리에서 빠져주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했다.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대구시장을 지냈던 대구 달서병의 권영진 당선인은 “용산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용산을 뒷받침해주는 그런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예스’만 하면 안 된다. 이번에는 ‘노’라며 설득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돼야 하는데 이 의원이 그에 합당한 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경남의 한 의원도 “원내대표 선거는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진 알 수 없다”며 “특정인 유력은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수도권과 충청권 후보들이 더 거론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하고 친한 게 죄는 아니다”(조정훈) “대표가 반윤이 돼야 하나”(유상범) “친윤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등 당직을 못 맡으면 어떤 의원이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야당과 협상할 수 있겠느냐”(강승규)며 이 의원을 엄호했다. 그런 가운데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이 의원을 만나 1시간 가까이 대화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모았다. 이에 대해 윤 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당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려고 만났다. (원내대표 출마)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 중인 의원들은 대통령실과 당내 여론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여론과 유권자인 현역 의원의 선택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윤 중에서는 비영남권의 성일종(충남 서산-태안·3선), 송석준(경기 이천·3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3선) 의원 등이, 비윤에서는 김상훈(대구 서·4선) 의원과 김도읍(부산 강서·4선)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 중이다. 송석준·김성원 의원은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이, 김상훈·김도읍 의원은 중진으로 옅은 계파색과 합리적인 성품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사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도읍·김성원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성 의원은 최근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한다. 송 의원도 “적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김정재·이창훈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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