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요금제로 통신시장 메기 역할" vs "마케팅 자금력 의문"

2024. 4. 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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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이통사’ 스테이지엑스 출범 눈앞
12만8100원.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가정의 한 달 평균 통신비 지출액이다. 3년 전인 2020년에도 높은 가계통신비(11만9800원) 부담이 사회적 화두였는데 그때보다 7% 더 늘었다. 그래서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했고,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가입자를 끌어오려는 스테이지엑스와 이를 막으려는 3사 간 경쟁으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친 상태다. 자본금은 2000억원. 스테이지엑스는 통신망 구축과 서비스 준비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전국에서 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3사 독과점 구조를 허물고 소비자에게 폭넓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시장의 시선은 반반이다. 자본금 창출력에 대한 우려와 통신 시장의 메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가 공존한다.

관계사 카카오 등과 협업 통한 비용 절감

스테이지엑스의 최대 주주는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다. 모회사 알뜰폰 사업의 노하우를 살린 파격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서 대표는 2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얼마짜리 요금제를 낸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요금 인하를 위한 청사진 몇 가지를 공개했다. 첫째는 클라우드 기술 활용 극대화다. 클라우드로 코어망(Core Network) 전체를 가상화하고, 이로써 절감한 인프라 비용을 가입자 요금 인하에 쓴다는 것이다. 코어망은 기지국 사이를 연결하는 대형 통신망의 중심 부분으로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전송 기능을 맡는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이를 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하면 가용성과 확장성이 좋고, 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3사는 코어망 대부분을 전용 하드웨어로 운영하면서 추가로 투자해 클라우드 코어망을 구축 중이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6세대 이동통신(6G) 서비스에도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기존 하드웨어 의존 방식은 변경이나 확장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런 아이디어엔 서 대표의 전문성도 작용했다. 서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박사 과정을 거쳐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 스타트업인 아헴스를 창업했고, 이후 LG전자에서 부서장으로 클라우드 전담 조직을 이끈 바 있다.

둘째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이다. AI를 망 관리와 고객 응대에 투입하면서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지파이브가 운영 중인 알뜰폰 플랫폼 ‘핀다이렉트’를 스테이지엑스 고객을 위한 온라인 AI 서비스로 재편해 대리점 운영 등 오프라인 유통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셋째는 관계사인 카카오를 비롯한 컨소시엄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의 투자를 받아 2017년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고, 현재는 카카오와의 계열 분리 심의 중인 상태이지만 여전히 투자와 협력 관계에 있다. 또한 유상증자 때 공개할 컨소시엄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소비자는 (시중에) 왜 이렇게 많은 요금제가 있는지, 왜 단말기를 저렴하게 사기 위해 많은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기존 통신 3사의 틈새에서 지속가능한 가격·품질 경쟁을 펼칠 수 있느냐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매출이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9% 증가했지만 1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가 2배로 늘었다. 요금 인하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로 무장했어도 결국은 기초 체력인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스테이지엑스가 기존 3사와 유의미한 경쟁을 하려면 타사 가입자 약 238만 명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 최소 1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사 고객 238만명 유치에만 1조 필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3만5000원으로 잡았을 때의 추정치다. 정 교수는 “성장이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는 기존 사업자보다 훨씬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 가입자를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코어망 등 스테이지엑스의 요금 인하 아이디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통신 사업에서는 기지국이나 중계기 등 확보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며 “클라우드 기반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비용 절감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스테이지엑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초기 비용 1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전국망 투자 사례를 혼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대표는 “28㎓ 주파수와 의무 설치 기준인 6000개 통신 설비에 총 6128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타사 5G 투자 금액의 5.5%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스테이지엑스를 통해 2028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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