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가 두번 듣는 귀호강…이런 ‘춘향가’는 처음이야

유주현 2024. 4. 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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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IV’에서 춘향가를 선보일 소리꾼 조유아(왼쪽)와 김수인. [사진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듣도보도못한 ‘춘향가’를 선보인다. ‘팬텀싱어’ 출신 소리꾼 김수인과 창극단 간판 씬스틸러 조유아가 혼성 듀엣으로 꾸미는 ‘절창IV’(5월17, 1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다.

‘절창’은 평생 소리를 갈고닦아 왔지만 분창 형식의 창극에 출연하느라 제대로 역량을 뽐낼 기회가 부족했던 젊은 소리꾼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국립극장 기획으로, 전국 명창들의 정통성 있는 무대인 ‘완창판소리’와 달리 연출과 음악 연주를 가미해 젊은 관객들에게 문턱을 낮춰주는 무대다. 2021년 ‘창극계 아이돌’ 김준수·유태평양의 수궁가로 시작해 매년 1회씩 연중행사로 자리잡았다.

‘절창IV’는 판소리 다섯바탕 중에서 가장 대중적 사랑을 받아온 춘향가를 100분 가량 압축해 들려준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로 2019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임지민 연출이 유파별로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한 무대에 나란히 세워 구술 전승되는 판소리의 흥미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참신한 형식으로 꾸민다. 김수인의 ‘동초제’는 초대 국립창극단장을 지낸 동초 김연수가 여러 바디의 장점을 모아 정립한 가장 현대적인 소릿제로, 연극성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유아의 ‘김세종제’는 옛 양반들이 애호하던 문학성이 뛰어난 소리다.

덕분에 춘향가의 대표 눈대목인 사랑가를 두번 듣는 귀호강을 누린다. 과감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동초제와 내숭이 섞인 김세종제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김수인은 “춘향가는 내가 가장 애정하는 소리지만 일정 대목은 동시대성이 떨어진다 생각해왔다”면서 “춘향을 이 시대에 맞게 당차고 멋있고 자존감 높은 여성으로 표현하려 한다. 춘향가 메시지도 고리타분하다는 말 안들을 수 있게 재창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음악도 여느 춘향가와 다르다.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박승원이 스트링뱀부, 율기 등 직접 만든 특수악기와 사운드스케이프 방식의 구성을 도입해 공감각적인 소리풍경을 그려낸다.

요즘 국립창극단 공연은 티켓을 구하기 힘들만큼 인기다. 지난해 인기 웹툰 원작의 ‘정년이’ 이후 젊은 세대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절창’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조유아는 “처음 소리 시작하던 초심으로 돌아간 심정이다. 이번 계기로 꾸준히 연습해서 완창도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상품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창극단이고, 그중 하나가 절창이다. 단원 뿐 아니라 외부에도 문호를 개방해 판소리 스타 발굴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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