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빛으로, 삶 속의 빛을 찾아

2024. 4. 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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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리즈 중 양곤도 벽돌공장 노동의 풍경. 2022 ⓒ신진호
텟미엣(Htet Myat). 미얀마 말로 ‘밝은 자’라는 뜻의 이 이름은, 미얀마 한 작은 마을의 노인이 한국인 신진호에게 지어 준 이름이다.

십 년여 동안 해마다 미얀마를 방문해 그곳 사람들의 삶과 사연들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가 신진호. KIST에서 뇌과학을 연구한 과학자이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한 신학도, 외교부 소속 국제구호단체의 활동가 등 그를 지칭하는 여러 수식어들에 이국의 이름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과학자로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저에게 빛은 참 특별합니다. 빛의 이중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런 빛을 담는 도구로서의 카메라와 결과물로서의 사진이 저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던 학생시절, 이른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태양과 그 빛으로 인해 변하는 하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 초기에는 컬러 필름으로 하늘·구름·빛을 찍다가 자가 현상과 인화가 비교적 쉬운 흑백필름으로 바꾸었고, 자연스레 사물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빛으로 관심이 흘러갔다.

그가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13년 NGO단체의 일원으로 빈민 구호활동을 간 때부터다. 미얀마 인들은 이방인이었던 그를 친구로 받아들여 주었다. 각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가족처럼 맞아주었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나를 그들의 삶 속에 깊이 초대했다.”

처음에 어둡고 고달파만 보이던 미얀마 인들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마다의 삶은 형태가 어떻든 간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미얀마 인들의 일상과 노동의 풍경에서 보게 된 것이다.

“사진을 통해 각기 다른 삶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을 꿈꿉니다. 앞으로도 계속 미얀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가 미얀마 사람들의 삶 속의 빛을, 빛의 소산인 사진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하는 이유다. ‘밝은 자’라는 이름 뜻이 또 한 겹 두터워진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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