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1층만 올라도 숨차는 '심부전'…심장이 보내는 경고

권선미 2024. 4.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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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PICK] 심장의 기능 저하
심부전은 심장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고혈압이나 심장판막 질환, 부정맥, 관상동맥 질환 등 다양한 심장 관련 질환이 진행하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다. 결국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지 못하면서 여러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중증 심부전은 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최근엔 인구 고령화로 노년층 심부전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도,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유명해진 국민배우 신구도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심부전에 대해 살펴봤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인 심부전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유병수(대한심부전학회 이사장) 교수는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심부전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심부전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국내에서 심부전으로 진단받는 사람은 2002년 전체 인구의 0.77%에서 2020년 2.58%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심부전은 나이에 따라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은 발병 위험이 높고 예후도 더 나쁘다.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는 결국엔 엔진이 망가지는 등 크고 작은 고장으로 운전이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문정근 교수는 “심부전으로 심장의 본래 기능인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 울혈이 생기고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주요 장기에 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15.8%는 만성콩팥병 동반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민정 교수는 “심부전 3대 의심 징후는 호흡곤란, 부종, 전신 피로감”이라고 말했다. 심장이 약해지면 산책·쇼핑 등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혈액과 함께 운반되는 산소 공급량이 떨어져 호흡곤란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몰아쉰다. 계단을 1~2개 층만 올라도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헉헉대는 식이다. 다만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에 부쳐 무의식적으로 덜 움직이다 보니 숨이 가쁜 호흡곤란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하면 가만히 앉아있을 때도 숨을 몰아쉬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심지영 교수는 “누워있으면 피가 심장 쪽으로 쏠리면서 호흡곤란이 나타나 앉아있는 것을 편안해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다리·발목·발 등 하체가 퉁퉁 붓는 부종이 있을 때도 심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 데다 심장 내 압력 상승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면서 부종이 잘 생긴다. 부종으로 체중이 늘기도 한다. 발이 퉁퉁 부어 잘 신던 신발이 작아진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심장의 수축력이 약해지면서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진다. 그 여파로 콩팥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온몸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전신 피로감이 심해진다. 상호 보완적으로 전신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심장과 콩팥은 혈역학적으로 하나다. 심부전으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지면 콩팥의 여과 기능도 나빠진다. 심부전 환자의 15.8%는 만성콩팥병을 동반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심부전은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장기 예후도 불량하다. 심장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그에 따라 온몸으로 내뿜는 심박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심박동수가 빨라지고 심장이 커지고 심근이 비대해진다. 결국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면서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하게 된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이찬주 교수는 “중증 심부전은 암만큼이나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심부전 환자의 1년 생존율은 84%, 5년 생존율은 66%에 불과하다. 이는 주요 암과 비교해도 낮다. 대개 심부전 증상이 있어도 늙어서 그런 것으로 방치하다 뒤늦게 중증 심부전으로 진단받는다. 65세 이상 고령으로 호흡곤란, 부종, 전신 피로감 등 증상이 있다면 심장 상태를 살펴보는 기본검사와 더불어 심부전 바이오마커(NT-proBNP)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심부전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부전 치료의 핵심은 안정적 증상 관리를 통한 질병 진행 억제다. 유병수 교수는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지면서 호흡곤란 등 심부전 증상이 심해지는 심부전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심장 상태가 약한데 심부전 악화로 반복적으로 심장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 약화가 가속화된다. 심부전 환자 2명 중 1명은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할 정도로 심부전 악화가 빈번하다. 박민정 교수는 “심부전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반복하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빠르게 약해지면서 예후가 불량해진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심부전으로 처음 입원했을 때 생존 기간은 2.4년이지만, 두 번째 입원 때는 1.4년, 세 번째는 1.0년, 네 번째는 0.6년으로 단축된다. 문정근 교수는 “최근엔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재입원율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나오는 등 심부전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심부전 징후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 개선에도 긍정적이다. 진료지침에 근거한 표준 치료로 반복된 심부전 악화로 심장 기능의 회복이 어려운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여준다.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 높아지는 경향

초기 심부전의 경우 외래에서 약물치료로 안정적으로 증상을 관리했을 때 5년 생존율은 무려 86%다. 심지영 교수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떨어져 1차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할 땐 심장의 수축력을 회복하는 병용 요법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 치료는 상호보완적 약물 조합이 임상적 이득이 높다. 정부에서도 심부전 재입원율을 줄이기 위해 심부전 약물치료의 보험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치명적 부정맥 발생 위험도가 높다면 심장 제세동기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이찬주 교수는 “심장 제세동기는 순간적으로 심장에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해 심장 리듬을 다시 정상적으로 뛰도록 해 병원으로 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금연, 금주, 체중 감량, 싱겁게 먹기,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한다. 숨이 차더라도 심장을 단련하는 규칙적 운동이 중요하다.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장 근육을 강화하면서 심부전 진행을 늦추는 데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갑자기 심부전 증상이 악화했을 때 빨리 병원을 찾아 대처하면 재입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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