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뒤집은 LG의 대역전극, 시작도 마무리도 신민재의 ‘발’이었다

심진용 기자 2024. 4. 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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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민재. 연합뉴스



만원 관중이 들어찬 LG 대 KIA의 잠실 대첩, 승부를 가른 건 LG 신민재의 발이었다. 추격의 물꼬를 튼 것도, 극적인 역전 득점을 올린 것도 신민재의 발이었다.

26일 잠실 KIA전, LG는 5회까지 무기력했다. 3회 집중타를 허용하며 4실점 했고, 4회 추가실점 했다. 1회말 오스틴의 3루타로 선취점을 냈지만 이후로 타선이 침묵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5회부터 승부가 기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1-5로 끌려가던 1사 2루, 신민재의 타석. 2B 2S에서 네일의 7구 슬라이더가 바깥쪽 낮은 코스 ABS존을 통과했다. 포수 김태군이 공을 떨어뜨려 낫아웃 상황이 되긴 했지만, 공을 주워 1루로 던지기만 한다면 손쉽게 타자를 아웃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볼 카운트를 착각한 것인지, 김태군은 주운 공을 1루가 아닌 투수에게 던졌다. 김태군의 등 뒤로 슬쩍 돌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가 했던 신민재가 바로 그때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공을 넘겨받은 네일이 강하게 1루로 공을 뿌렸지만 발 빠른 신민재가 먼저 도착했다. 2사 2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2루가 되고 말았다. 네일이 당황스럽다는 듯 김태군을 바라봤고, 김태군은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신민재의 발에서 시작된 네일의 불운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후속 홍창기를 몸에맞는공으로 출루 시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 뒤 타자 박해민에게 병살성 2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여기서 또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2루수 김선빈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던 공이 갑자기 크게 튀어 올랐다. 2루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불규칙 바운드 안타가 됐다.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왔다. 2사 후 문성주의 추가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4-5, 1점차 승부가 돼버렸다. 네일 입장에선 거듭된 불운이 야속했지만, 신민재의 전력 질주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상황이기도 했다.

LG 신민재가 26일 잠실 KIA전 승리 후 인터뷰하고 있다.



신민재의 발은 바로 다음 이닝 또 한차례 빛났다. 5-6, 2사 1·2루. 박동원이 2루, 신민재가 1루에 위치했다. 박해민의 우전 적시타가 터졌다. 박동원이 어렵잖게 홈을 밟았다. 뒤따라 달리던 신민재가 1루 쪽을 슬쩍 보더니 한순간 감속도 없이 그대로 홈까지 내달렸다. 상대 내야가 오버런한 박해민에 눈길이 팔린 빈틈을 파고들었다. KIA 유격수 박찬호가 급하게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이번에도 신민재가 더 빨랐다. 7-6, 역전이 됐고 승부는 그 점수 그대로 끝났다. 지난 9~11일 광주 3연전을 모두 내줬던 LG가 주말 잠실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아내며 설욕했다.

신민재는 결승점을 올린 5회 상황에 대해 “KIA 2루수 (김)선빈이 형이 어디로 공을 던지는지 보려고 했는데, (박)해민이 형한테 눈이 가고 있더라”며 “홈에서 승부가 되겠다 싶어서 달려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찰나의 순간, 상대 수비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하고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4회 낫아웃 출루 역시 신민재의 순간적인 판단력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신민재는 “포수 뒤로 일부러 돌다가 1루로 뛰었다”면서 “포수 시야에 제가 뛰는 게 보이면 1루로 바로 던질 것 같아 일부러 뒤로 돌았다”고 말했다. 신민재는 아니라고 했지만, 적절한 ‘연기’에 전력 질주까지 더해지며 귀중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벌었고, 추격의 대량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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